'정점' 찍은 증권사 실적?…금리 영향에 하반기 전망 '흐림'
입력 2021.08.13 07:00
    금리인상·거래대금 감소, 수익 악영향
    투자자산 평가익으로 2분기 실적은 양호
    하반기 실적 전망 암울, 연착륙 예상도
    •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연이어 발표된 증권사 2분기 실적은 대체로 1분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활황에 힘입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은 감소세고 금리는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증시, 트레이딩, 부동산 등에 하방압력이 가해져 증권사 실적이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6일 삼성증권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3563억원, 2645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01.78%, 100.74% 오른 기록이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10.79%, 8.51% 하락한 것이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의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브로커리지 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탓에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분기보다 각각 33.97%(2797억원), 33.77%(2322억원) 줄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증시 활황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실적이 급상승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초대형IB 및 금융지주계열 등 국내 7개 주요 증권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배가 늘어났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시황에 기댄 호실적이라는 '한계' 때문에 되레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감소하자, 증권사 실적이 피크아웃(고점 통과)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분기 33.3조원에서 2분기에 27.1조원으로 18.8% 감소했다. 2분기 들어 단기 금리도 예상보다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다. 거래대금에 힘입어 급증한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고 금리 인상으로 채권운용에도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하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4343억원, 35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2.2%, 17.2% 증가했다. 직전 분기보다도 각각 3.6%, 20.1%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분기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두며 국내 증권사 최초로 자기자본이 10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선 증권사들의 실적이 기대보다 양호한 이유를 보유자산 평가익 상승 등 일회성 요인에서 찾는다. 지난해 대규모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던 투자자산의 일부 환입이 결정됐고 보유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평가익 인식도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실적에는 디디추싱 등 과거 투자했던 해외스타트업들의 상장 평가익이 반영됐다. 

      3분기 증권사 영업환경도 비우호적이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안정을 위한 대국민 담화'에서 '집값 고점'을 경고하면서 시장의 금리 인상 예측 시기가 앞당겨졌다. 홍 부총리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근거로 집값 조정을 언급하자 정부 당국의 금리 인상 의지가 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 유력시기를 10월에서 8월로 조정하는 분위기다. 

      유동성이 펀더멘탈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업에는 부담스런 소식이다. 금리 인상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증권사의 채권 운용 손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채권 보유 규모는 251조원에 달한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의 평가가치는 떨어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4월 스트레스상황을 가정해 국내 모든 금리 지표가 20bp(0.2%포인트) 오르는 경우, 국내 증권사 채권 평가 손실이 3250억여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증시에도 악재로 인식된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되며 주식 매수세가 줄어들 수도 있다.  

      유안타증권의 정태준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거래대금과 증시, 부동산에 하방 압력을 가중시킨다"며 "거래대금은 브로커리지에, 증시는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에, 부동산은 IB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사업부문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 하락세도 빨라질 수 있다. 지난 2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10조2380억원, 코스닥 거래대금은 9조5589억원으로 집계되며 하루 거래대금이 2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기준금리가 인상하면 거래대금이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가 강했던 지난 4분기를 제외하면 시장금리는 거래대금과 역행하는 성격을 보여왔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손익 감소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실적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며 "거래대금이 1분기보다 낮아지며 관련 수익이 줄었지만 이외의 부분이 예상보다 견조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도 어느정도 방어가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실적은 증권사들의 이익 체력을 보여준 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