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중'보다 '주주'? 지배자 된 카카오 '통행료 받아볼까'
입력 2021.08.19 07:00
    플랫폼이 핵심 사업...수익화는 '당연한 귀결'
    '대중성' 바탕 성장한 카카오, 앞으론 '주주가치 제고'
    플랫폼 수익의 본질은 '통행료'...이해상충 불가피
    카톡 4000만명 vs 카카오 주주 71만명..."반발 커질 것"
    • 이해상충이 시작됐다. 몰려든 대중(大衆)의 트래픽(사용량)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카카오가 이제 그 대중들에게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플랫폼을 핵심 사업으로 삼았던 카카오로서는 당연한 귀결이다. 문제는 시기와 속도다. 일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이득을 본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준공공재 성격까지 띄게 된 상황에서 다소 성급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카카오 계열사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상장 계열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카카오의 목표는 '대중성'보다는 '주주가치 제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014년 다음과 합병한 카카오는 2015년부터 O2O(Online-to-Offline)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온라인 광고판'과 '무료 메신저'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웹과 현실을 하나로 잇고, 그 안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겠다는 포부였다. 

      6년 후인 현재 카카오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포털 트래픽을 제외한 대부분의 플랫폼 영역에서 숙적 네이버를 제치고 지배적 사업자의 위치를 거머쥐었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최근 1년 간 2배 이상 올랐다. 지난 6월엔 네이버의 시가총액을 추월하기도 했다.

      현재 카카오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200배가 넘는다. 5배 수준인 경쟁사 네이버의 40배다. 한 대형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가 선점하거나 지배적 사업자가 된 사업 부문이 속속 수익을 내기 시작할 거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밑작업은 끝나가고 있고, 돈을 거둘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 실제로 카카오는 주요 사업 영역의 수익성을 키워가고 있다. 

      당장 지난 2일부터 카카오T 택시 호출 서비스의 주력 서비스인 '스마트호출'의 요금을 기존 1000원(야간 2000원) 정액제에서 최대 5000원의 탄력요금제로 변경했다. 한산한 시간엔 오히려 '0원'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게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이다. 다만 '우선 배차'가 핵심인 스마트호출 기능을 사용하는 건 보통 붐비는 시간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2배 이상 요금을 올린 거란 해석이 주를 이룬다.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다. 최근 1년간 금리를 크게 올렸다. 지난 6월 기준 카카오뱅크 마이너스통장 평균 대출 금리는 연 3.62%(신용등급 1~2등급)로 시중은행 대비 최대 0.7%포인트 이상 높았다. 1년 전 금리가 2.5%대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률도 업계 1위라는 평가다.

      카카오가 수익성 제고에 나선 서비스의 공통점은 '압도적 시장 점유율'이다. 카카오T는 지난해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 점유율이 89.4%로 압도적 1위였다. 카카오뱅크는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 1400만명으로 금융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5조원으로 신한금융그룹(20조원)의 두 배에 가깝다.

      투자업계에서는 향후 카카오가 미용실(헤어샵 고객관리 솔루션), 대리운전 등 카카오가 시장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는 핵심 사업의 요금을 속속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퀵서비스ㆍ온라인교육 등도 잠재 수익 후보군으로 꼽힌다.

      플랫폼의 본질은 사용자를 끌어모은 후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다. 미국 구글도 최근 '구글 포토'를 유료화했고, 유튜브의 광고 적용 대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2010년 이후 멤버십인 아마존프라임의 구독료를 수 차례 인상했지만, 회원 이탈율은 낮았다. 

      카카오의 수익성 제고 정책 역시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많다. 카카오 플랫폼의 미래를 믿고 거금을 투자한 주주들을 위해서라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에 이어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들도 줄줄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역시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수익성 제고가 필수 과제다.

      다만 시기와 속도 면에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최근 2~3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엔 정부 차원의 묵인 또는 비호가 존재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다 논란'이다. 지난해 국토부가 주도한 속칭 '타다 금지법' 통과 이후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이 사실상 봉쇄됐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최대 수혜자가 됐다. 수 년의 논란 끝에 통과된 인터넷전문은행법 역시 카카오가 가장 큰 수혜를 받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시스템 개발사로 카카오 계열 그라운드X를 선정한 것도 일부 이슈가 됐다"며 "개인식별, 백신예약 등 코로나19 이후 사기업인 카카오에 정부가 지나치게 의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블록체인까지 카카오와 손을 잡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플랫폼 사용료는 일종의 '통행료'로 인식된다.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중개를 해주는 대가로 요금을 받아가는 까닭이다. 카카오가 수익성을 추구하면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인 대중에 경제적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다.

      게다가 '특혜' 이슈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라 더욱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T 서비스 요금 개편안에 곧바로 여론이 악화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택시 노동조합은 곧바로 반발 성명을 했고,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의 특혜가 카카오만 배불렸다며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카카오뱅크의 금리 조정 등과 맞물려 카카오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카카오톡 사용자는 4000만명인데 카카오 주주는 71만명에 불과하다"며 "카카오 사업 구조상 수익성 제고 과정에서 더 많은 대중의 반발에 부딪칠 것이고, 이것이 반복되면 높은 확률로 네이버처럼 정치적인 부담도 짊어지게 될 거라는 게 투자 리스크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