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사양합니다"…M&A 시장서 찬밥신세 된 롯데
입력 2021.08.25 07:00
    취재노트
    • 롯데그룹은 최근 국내 1세대 이커머스 기업인 다나와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언급됐다. 다나와는 가격비교 사이트의 원조격으로, 이커머스 사업자들이 충분히 검토할 만한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는 이에 대해 "성급한 M&A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중고나라 지분투자를 결정한 것을 고려, 다나와 지분 인수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실제로 신사업 발굴 등 미래 전략을 담당하는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을 통해 수년 전 다나와 인수를 검토했던 바 있다. 이후 티몬, 이베이코리아 등 굵직한 매물 위주로 검토에 들어가면서 다나와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지만 이베이코리아 거래 무산 이후 다시 한번 검토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밑 협상에 진전은 크게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사정은 다나와가 공개매각으로 전환하게 된 배경이기도 했다. 롯데의 인수가 불투명한 분위기로 가닥잡힌 가운데 일부 다나와 주주들 사이에선 오히려 이를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 대신 또다른 유력 후보인 카카오가 인수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가 눈에 띈다. 

      바이오 사업 M&A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은 바이오 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인수 및 조인트벤처(JV) 설립을 검토해왔다. 논의를 올초부터 이어왔지만 반 년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결단은 내려지지 않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장고가 길어지면서 업계 내에선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기 시작했다.

      성사 시 '10년만에 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 재진출'이 된다는 점에서 엔지켐 경영진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기대감을 키워왔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일각에선 '롯데의 인수 무산이 오히려 호재일 수 있다'는 시각도 우세해졌다.    

      그룹에 반전의 계기를 가져다줄 매물을 탐색하려는 시도는 수년간 있었다. 웬만한 유력 스타트업이라면 롯데와 한번쯤은 미팅을 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한때는 이들 업체 사이에서 유통 대기업이 인수에 나서주길 바라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롯데가 투자 결단에 지지부단한 모습을 잇따라 보이면서 그 기대감은 크게 꺾였다고 한다. 

      롯데는 확실한 성공이 보장되지 않으면 쉽게 M&A에 뛰어들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회의를 느낀 구성원들의 이탈도 적지 않다. 수많은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신 회장의 최종 사인만이 남은 건조차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주요 인력들이 의사결정 체계에 답답함을 느끼고 경쟁사로 이적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이런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사지 않는 롯데'

      지난해 불매운동의 직접적 타깃이 되면서 나왔던 얘기를 빗댄 표현이다. 웬만한 매물을 모두 검토하며 M&A 시장 내 이름을 자주 올리면서도 결단은 우유부단한, 롯데의 자본시장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