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M은 나아지고, 대출은 조이고...은행주도 '롤러코스터'
입력 2021.08.27 07:00
    최근 1주간 6% 급락하더니 24일 하루에 3% 급등
    장단기 금리 축소ㆍ외국인 투매ㆍ정책 규제 탓
    현상은 변화 없는데 보는 시각이 낙관적으로 바뀌어
    기준금리 인상 횟수, 채무 유예 등 변동성은 '여전'
    • 증시 변동성이 전통적으로 '무거운' 주식이었던 은행주까지 움직이고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크게 줄고 대출 제한 등 정책적 이슈가 다시 부각하며 된서리를 맞았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감과 이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상승이 밑단을 받쳐주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변수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파'로 유명했던 새 금융위원장이 강력한 대출 제한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또 다시 유예된 코로나19 관련 대손충당금 이슈 역시 잠재된 폭탄으로 꼽힌다.

      26일 KRX 은행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 상승 마감했다. 장중 한때 1% 이상 올랐다. 앞서 24일엔 전 거래일 대비 3.02% 오른 751.35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상승률 1.5%를 두 배 뛰어넘는 상승률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은행주에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KRX 은행 지수는 지난 12일 이후 불과 4거래일만에 6% 급락했다. 특히 지난 19일엔 모든 은행주가 3%에 가까운 낙폭을 보이며 지수 대비 크게 밀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안정적 수익 구조와 배당성향을 바탕으로 한 은행주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변동성이었다는 평가다.

      8월 중순 이후 은행주가 폭락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국내 은행주 주가 추이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장단기 금리 차이가 크게 축소됐다.

    • 불과 이달 초까지만 해도 1%포인트 수준이었던 국채 3년물-국채 10년물 간 금리차는 최근 급격히 축소돼 0.5%포인트 아래로 내려왔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단기 금리는 꾸준히 오른 반면,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부각하며 장기 금리는 하락세를 거듭한 까닭이다.

      외국인들이 테이퍼링 우려와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식 전반을 투매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20일간 25원 가까이 상승하며 달러 당 1180원선을 넘나들었다.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0에서 93 가까이 급등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를 비롯해 대형주 중심으로 주식을 투매했고, 은행주 역시 이를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 우려도 주가 약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달 초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고승범 후보자가 연일 가계대출에 대해 규제 발언을 내놓은 것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이런 우려는 농협은행 등의 일부 상품 취급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이런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은행주 주가 급반등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이 낙관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델타변이에 대한 공포가 해소되고 기준금리 불확실성도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계기로 가닥을 잡으며 다시 벌어질 거라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정부 목표대로 9월 말까지 70% 접종이 완료되면 델타변이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장단기 금리차의 반등을 고려하면 은행주에 수급이 들어갈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NIM에 대한 낙관론도 여전하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NIM 개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NIM이 가파란 상승폭을 보였다는 경험이 이런 전망을 지지하고 있다. 실제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무르익었던 2017년 하반기부터 두 차례 인상이 단행된 2018년 상반기까지 은행 평균 NIM은 1.6%에서 1.8%로 크게 올랐다.

      달러 강세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24일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6원 하락하며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93.5까지 치솟았던 달러인덱스 역시 93선 아래로 내려오며 숨을 고르고 있다.

      대출 규제 역시 대형 은행보다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제2금융권에 더 큰 타격을 줄 거라는 전망이 나오며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는 기존 대형 은행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인터넷은행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동성은 아직 남아있다.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의했다. 다만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이에 따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임기 내에 기준금리 2회 인상을 시도할 지 여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의견이 만장일치냐 아니냐에 따라 시장에서 내다보는 단기 금리의 전망치는 최대 0.3%포인트까지 갈렸던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채무 유예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금융권 채무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올해 9월 말까지로 연장했고, 9월 중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델타변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두 달째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6개월에서 1년 가량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 상황에서 얼마나 부실이 누적되고 있는지는 가늠이 어렵다. 다만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3곳 이상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 비중이 24일 기준 73.2%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대출 부실로 인한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 연구원은 '부실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대손충당금이 올해 하반기부터 환입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영업 일선에선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며 "일단 정책의 추이를 지켜보며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