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40兆 목표 SK㈜, SKC·실트론 등 합병 가능성도 부각
입력 2021.08.30 07:00|수정 2021.08.30 15:55
    SK머티리얼즈 분할·합병으로 SK㈜ 역량 집중 본격화
    SK㈜ 자금 조달력 활용해 핵심 사업 성장 앞당길 듯
    첨단소재 기업 거느린 SKC·SK이노베이션 활용법 거론
    궁극적으로 SK실트론으로 반도체 소재 일원화 가능성
    • SK㈜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으로 SK그룹의 전략적 색채는 더 명확해졌다. 주력 사업을 지주사 밑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그 아래 회사들을 또 핵심으로 성장시키는 작업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합병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도 거론되는데 시장에서는 SKC, SK실트론 등이 언급되어 왔다. SKC가 SK머리티얼즈와 같은 방식으로 합병하면 SK㈜의 재원 조달 능력을 활용해 자회사의 성장을 앞당길 수 있어서다. 또 SK㈜ 자회사인 SK실트론도 결국 SK머티리얼즈 신설법인과 합병해 첨단소재 역량을 키우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SK는 SKC에 대해서는 "해당 합병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SK그룹은 지난 20일 SK㈜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 계획을 밝혔다. SK머티리얼즈를 지주사업 존속회사와 특수가스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하고, 존속회사를 SK㈜와 합치기로 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SK㈜가 SK머티리얼즈의 핵심 사업과 SK트리켐 등 6개 투자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SK㈜는 첨단소재 사업 체계가 SK㈜로 일원화되고 지배구조가 단순화된다고 설명했다.

      SK㈜는 지난 3월 ‘파이낸셜 스토리’를 통해 핵심사업 포트폴리오를 단순 명료한 구조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엔 투자 포트폴리오를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의 4대 핵심사업 중심으로 재편해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SK㈜의 시가총액은 20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면 직접 사업 역량을 강화하거나, 자회사의 몸값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유망 손자회사가 있다면 자회사로 끌어올려야 지주사 가치 반영에 유리하다. 손자회사가 자회사가 되면 M&A 등 확장 전략도 보다 유연하게 펼 수 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SK머티리얼즈 분할·합병 방식은 다른 계열사에 적용될 수도 있다. 워낙 쪼개고 붙이는 데 익숙한 기업이라 증권가에서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오가는 분위기다.

    • SKC의 경우 PET 필름사업이 기존 주력 사업이고, 자회사를 통해선 모빌리티 소재사업(전지박 등), 화학사업(프로필렌옥사이드 등) 등을 하고 있다. SKC를 SK머티리얼즈처럼 지주사업 법인과 필름사업으로 나누고, 지주사를 SK㈜와 합치게 되면 SK㈜는 성장성이 큰 전지박 사업 회사(SK넥실리스)를 바로 자회사로 거느리게 될 수 있다. 

      SK㈜는 글로벌 투자 관리 및 재원 조달 능력이 SK머티리얼즈 합병 후 사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는데 이는 SKC를 합병할 때도 마찬가지다. SKC는 SK넥실리스 해외 설비 증설을 위해 조단위 자금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해외 법인 지분을 활용하려 했는데 일부 사모펀드(PEF)는 일찍 관심을 접었다. 쿠웨이트 PIC와 합작사 SK피아이씨글로벌도 사업은 호황인데, 이를 설비가 뒷받침하지 못해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자회사가 되면 자금 조달이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다만 "해당 합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을 점치기는 무리다. 

      SK이노베이션도 유력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SK㈜가 생각하는 성공 기업의 기준은 ‘시가총액 10조원’으로 거론된다. 올해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시총 10조원을 훌쩍 넘었고, 물적분할을 추진 중인 배터리 사업도 벌써부터 수십조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되고 있다. 지배구조 간소화, SK㈜ 자금 조달력 활용 등 명분이라면 SK이노베이션도 떼서 붙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SK머티리얼즈 분할·합병은 SK㈜ 첨단소재 투자센터가 관여했는데, 이 센터에서 SKC 자회사의 투자 유치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SK이노베이션의 첨단 소재 관련 자회사의 투자 유치나 상장 등 작업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SK머티리얼즈 합병으로 나타난 SK그룹의 의중은 모든 핵심 포트폴리오 기업을 SK㈜ 아래에 병렬적으로 두겠다는 것”이라며 “SK머티리얼즈 방식대로면 SK이노베이션도 분할·합병해 배터리 사업을 SK㈜ 아래에 붙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SK㈜의 여러 자회사를 나누고 붙이는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지분율 변화는 고려해야 한다. SK㈜와 SK머티리얼즈 합병에선 SK㈜의 신주가 SK머티리얼즈 주주들에 합병대가로 주어진다. 합병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지분율은 1%포인트 이상 낮아진다. 최 회장의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각종 유력 사업을 붙이려면 SK㈜의 기업가치를 빠르게 끌어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의 자회사 SK실트론도 합병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다른 자회사들이 분할 및 합병 방식이 예상된다면, SK실트론은 SK머티리얼즈의 특수가스 사업 회사와 합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는 2025년엔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2조70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거두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회사의 성장세가 뚜렷한 SK머티리얼즈와 달리 SK실트론은 EBITDA가 몇 년째 정체하고 있어 사업을 키울 방안이 필요하다. 향후 상장도 진행하려면 기업의 덩치가 큰 편이 유리하다. 궁극적으론 지주사의 가치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이 상장 가능성이 부각됐는데, 실제로는 SK㈜와의 합병이 먼저 이뤄졌다. SK머티리얼즈는 상장사고, SK실트론은 비상장사라 합병 비율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SK실트론은 최태원 회장이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통해 지분을 간접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SK㈜에 붙이는 그림은 더 고려하기 어렵다. SK머티리얼즈 특수가스 법인과 SK실트론의 비상장사간 합병이라면 잡음이 훨씬 덜하기 때문에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쳤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K머티리얼즈를 공개매수 및 상장폐지하고 이후 SK실트론과 합병할 것이란 예상과는 조금 달랐지만 이번 분할·합병도 결국 SK실트론 때문에 한 것으로 보인다”며 “SK머티리얼즈의 특수가스와 SK실트론은 반도체 소재라는 공통점이 있고 회사를 키워야 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결국엔 합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