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점유율 50%는 의미없다?'...ETF 열풍 속 전략 갈리는 운용업계
입력 2021.09.01 07:00
    ETF 폭발적 성장에 운용사 시장 점유율 ‘지각변동’
    통합 점유율 76% 삼성∙미래 “점유율보다 연금계좌형 ETF 출시 전략화”
    삼성∙미래에 도전장 내민 KB, ‘테마형 및 최저 운용보수’ 투트랙 전략
    ‘4위’ 한투운용, “해외형∙액티브 ETF 공략해 시장상승률보다 아웃퍼폼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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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_

      최근 ETF 시장점유율에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부동의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줄어드는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 2, 3위 ETF 운용사들이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막상 1위인 삼성운용에선 위기감이 잘 읽히지 않는다. ETF 시장도 다품종 소량생산 시장이 되며 압도적 점유율보단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는 게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열풍에 힘입어 ETF 시장 규모가 커지자 각 운용사의 ETF 전략도 갈리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8월 ETF 종목 수는 2002년 시장 개설 이후 19년만에 500개를 돌파했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는 전체 ETF 종목 수가 502개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10일 기준 순자산 총액은 약 62조원으로, 2002년 3444억원에서 약 180배 증가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45.36%다. 삼성운용의 ETF 순자산 규모는 28조5650억원으로 부동의 1위를 지켜내고 있지만, 최근 삼성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삼성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51.98%이었으나 5개월 만에 50%가 무너진 뒤, 현재 4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운용은 ETF 시장점유율 수치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개인투자자 열풍과 더불어 연금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ETF 시장이 빠르게 커진 만큼, 점유율에 집착하기보다는 최근 투자자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연금계좌 ETF 상품 발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과거 삼성운용에게 50% 이상의 점유율은 당연시 되었지만 한국 ETF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하며 달라진 만큼 점유율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본다”며 “점유율이 다소 줄었지만 오히려 삼성운용의 ETF 순자산 규모는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ETF 상품의 질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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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 틈을 타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시장에서 몸집을 크게 부풀렸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25.3%에서 25일 기준 31.32%까지 늘렸다. 삼성운용이 장악하던 지수 추종형 ETF와 달리 특정 테마나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테마형 ETF를 출시한 결과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초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ETF 시장에 새롭게 유입된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이들은 레버리지, 인버스 등 단타 위주로 하던 기존 ETF 투자자들과 달리 적극적인 자산증식을 목표로 장기적 투자를 하는 성향이 강해 연금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 장기투자 상품을 내놓은 미래에셋운용의 전략과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운용의 ETF 점유율 목표인 30%를 달성한 만큼 미래에셋운용도 더 이상 점유율 수치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목표치인 ETF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한 마당에 그 이상의 숫자를 달성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제는 점유율보다는 투자금이 몰릴 수 있는, 투자자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굳건한 양강체제를 이루고 있는 삼성과 미래운용은 최근 열풍이 일고 있는 테마형 ETF보다는 연금계좌 ETF에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테마형 ETF는 특정 지역과 테마에 집중하기 때문에 위험분산이라는 ETF의 장점이 희석될 수 있다”며 “채권을 혼합하거나 안정성이 높은 우선주, 고배당, 리츠 등 인컴(Income)이 발생하는 자산을 편입하는 연금 겨냥 ETF를 시장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운용 관계자도 “최근 테마상품들이 우후죽순 나오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테마형 상품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중구난방으로 출시하기보다는 엄선한 테마형 ETF 상품과 노후를 대비해서 투자하는 ETF를 발굴하는 게 주효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반면 1, 2위인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의 양강체제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KB자산운용은 테마형 ETF 출시와 최저 운용보수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올해 안에 두 자리 수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5일 기준 KB운용의 시장점유율은 8.86%로, 지난해 말(6.2%)보다 약 2.6%포인트 상승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연초부터 내세웠던 최저 운용보수 전략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며 “수소경제 관련 ETF 등 새로 출시한 테마형 ETF를 출시하며 두 자리 수 점유율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 4위인 한투운용은 상위 3개 운용사가 공략하지 못한 빈틈을 노리고 있다. 25일 기준한투운용의 시장점유율은 5.21%로 지난해 말(4.66%)보다 소폭 늘어났다. 그동안 한투운용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해외형에 특화된 ETF 상품을 출시해왔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한투운용은 삼성이나 미래에셋운용과 동일한 상품으로 경쟁하기보다는 그동안 잘해왔던 영역인 해외형 ETF 상품을 내놓으며 ETF 시장성장률보다 아웃퍼폼(Outperform)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운용 인력도 충원할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한투운용의 ETF인력은 7명이었다. 최근 8명으로 충원한 데 이어 현재 한명 더 추가로 채용하고 있다. 올해 안에는 한명 더 충원해 총 10명으로 인원을 늘릴 예정이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적은 인원으로 효율적으로 ETF를 운용해왔는데 최근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는 만큼 회사차원에서 조직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향후 ETF 시장은 액티브 ETF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각 운용사마다 액티브 ETF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삼성운용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협업을 통해 액티브 ETF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이다. 

      최근 한투운용도 기존의 패시브 ETF 브랜드 ‘KINDEX’와 별도로 ‘네비게이터’라는 액티브 전용 ETF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액티브 ETF 시장이 굉장히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브랜드 파워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KB와 미래운용 역시 액티브 ETF에 대한 성장을 기대하고 키워나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