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플랜트부문 분할 매각…뇌관은 '채권자 분할 동의'
입력 2021.09.02 07:00
    재무구조 개선 및 자금 유치 목적…채권자 동의 난항 분위기
    동의 없으면 채무 연대보증 부담…회사도 투자자도 실익 없어
    일부 PEF·금융사 일찍 손 떼…보장 수익률도 박해질 가능성
    • SK에코플랜트(전 SK건설)가 플랜트 사업 부문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사업을 활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투자금도 마련하기 위함인데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분할 신설회사가 기존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기존 채권자들로부터 분할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채권자로선 기업분할 시 상환 확실성이 떨어지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에 굳이 동의할 이유가 없다. 분할 및 투자자 유치 작업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플랜트 사업을 하는 에코엔지니어링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에코엔지니어링 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 법인 지분을 재무적투자자(FI)에 팔아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로선 부채를 확실히 나누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피하려면 경영권 지분을 파는 편이 낫다. 신설 법인 지분 50%+1주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회사는 이음PE(U사업부 물적분할 후 투자유치), 알케미스트(SK TNS 매각), LX인베스트먼트(ESG 투자 펀드 결성)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거래한 경험이 많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업부 분할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을 활용해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전략은 여느 SK그룹 계열사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 플랜트 사업 분할 및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채권자의 동의 절차가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 기업 분할 시 자산과 빚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채권자는 전체 회사 대상 권리가 더 작아진 한 쪽으로만 행사할 수 있게 쪼그라드는 불이익이 생긴다. 잡을 수 있는 담보는 적어지고, 채무자의 상환 가능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반 상사 채권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투자 기간이 긴 회사채 투자자나 금융회사들은 동의 여부를 깐깐하게 따지는 경우가 많다.

      회사 분할 시 책임재산(채무 상환에 쓰일 재산)은 기존 회사와 신설 회사로 나눠진다. 때문에 상법에선 채권자 보호를 위해 두 회사가 분할 전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반대로 채권자의 동의가 있으면 한 기업은 채무 상환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사업 분할 시 채권자들로부터 100% 가까운 동의를 받거나 에스크로(용도제한계좌)를 활용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빚이 많지 않은 경우, 분할하지 않으면 기업의 존속이 어려울 경우엔 채권자의 동의를 얻는 것이 수월하다.

      SK에코플랜트의 플랜트 사업은 특성상 대규모 금융 조달이 필요하고, 동의를 받아야 할 채권자도 적지 않다. 사업부 별로 빚을 얼마나 조달했고 어떻게 나눠야 하는 지를 따지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회사가 최근 사업을 다양화 하고 있으나 기존 빚의 상당 부분은 플랜트 사업과 연관이 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월말 기준 미상환 회사채만 1조3580억원에 달한다. SK에코플랜트 상반기 매출에서 플랜트 사업(에코엔지니어링·에코에너지·에코비즈니스 등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55% 수준이다.

      채권자로부터 분할 동의를 얻지 못하면 기존 회사와 신설 회사가 모두 채무 상환 부담을 져야 한다. 분할 및 매각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는 잠재 투자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선 이번 거래 규모가 45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되는데, 넘겨 받는 부채가 늘수록 금액이 커질 수 있다. 채권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투자자도 잠재적으로는 조단위 상환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SK그룹과 거래 관계가 있는 PEF 운용사는 투자를 검토하다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운용사가 나서 투자 가능성을 따지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뾰족한 수는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 분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니 금융사로부터 인수금융을 일으기기도 쉽지 않다. 한 대형 증권사는 일찌감치 투자 요청을 반려했고, 또 다른 증권사 역시 투자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며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금융사들도 제안이 와도 투자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채권자 동의를 받지 못하면 SK에코플랜트와 신설 회사 모두 기존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져야 하기 때문에 거래를 성사시키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의 플랜트 사업은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 등 그룹 내부 일감이 많다. 당장 재무구조 개선과 자금 조달이 급하니 사업부를 분할하고 경영권 지분을 팔 수는 있지만, 언젠가 다시 사들이려 할 가능성도 있다. 투자를 받은 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콜옵션(Call Option)을 행사하는 식이다. 이렇게 거래를 하려면 거래 상대방은 함께 일한 경험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확실한 회수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시장에선 SK에코플랜트가 아주 후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U사업부(SK TNS 전신)를 이음PE 등에 매각할 때는 7% 수준의 보장 수익률이 제시되며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이번엔 수익률을 제시하더라도 6% 미만에 그칠 것이란 평가가 많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연대보증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SK에코플랜트가 제시할 보장 수익률이 예전보다 낮아지고 금융사와 출자자(LP)의 호응도 미지근할 가능성이 커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