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금리 인상…기업 신용도 영향은 내년 초 이후 본격화
입력 2021.09.02 07:00
    시작된 금리 인상,'속도'가 관건
    내년 초까지 2~3차례 추가 인상 가능
    기업 신용도 및 자금조달 영향 '예의주시'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면서 기업들의 이자부담 증가에 따른 신용리스크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 수준으로 ‘위험’을 논하기는 이르고, 향후 어떤 속도로 인상이 이뤄질 지가 핵심이라는 관측이다. 기업 및 금융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2~3차례 인상이 이뤄진 내년 초 이후부터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8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전격 인상했다. 금통위는 이날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단발성이 아닌 통화정책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채권시장에서도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최소 한 번 이상의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내에 2~3차례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 횟수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관측이 나오지만, 내년 초까지 최소 두번의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상승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기업 신용도 영향 정도는 ‘속도’가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 서두르지도 자제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고려할 것으로 예고했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빠른 만큼 생각보다 빠르게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과거 2010년 7월에서 2011년 6월 사이 금리가 2%에서 3.25%로 오른 사례도 있다. 이후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는 등 차주의 신용도가 약한 섹터부터 ‘흔들림’을 보였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기준 금리 인상은 예상된 바였으나, 한번 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올릴 것이기 때문에 속도가 관건이다”라며 “이번 인상 자체는 이미 시중금리에 선반영된 부분도 있어서 시장에 큰 영향이 없고, 기업이나 금융사들이 ‘가랑비 옷 젖듯’ 올라가는 금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금융권 등 개별 섹터의 신용도에 미칠 영향도 속도가 관건이다. 올해 상반기 금융업권의 신용등급은 상향조정이 하향조정보다 우세했다. 경기회복과 시중 유동성에 힘입어 금융권 내 모든 업종이 수익성 개선 추세를 보였고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타났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들의 수익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손해보험사의 RBC비율을 급락시킬 우려가 있다. 금리 인상 추이와 더불어 2023년 IFRS17 도입이 예정돼 있어 RBC비율 수치 외에도 실질적인 자본적정성 수준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부실기업, 즉 ‘좀비기업’ 위주의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영향은 내년 초 이후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금 ‘한 번’의 금리 인상으로 신용 리스크가 당장 부각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회사채 등 기업들의 자금 조달 이슈도 떠올랐다. 금리가 더 오르기 전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다만 국내에서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의 다수가 AA급 우량기업으로, 아직 시장에 유동성이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기존 조달계획에 크게 영향이 있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결국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까 문제인데,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후 두세번 정도 추가 인상을 하게 되면 직접적으로 영향이 나타나는 업종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