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둔 현대중공업, 가격 메리트 확실하지만 ‘업종 매력’ 한계 극복은 과제
입력 2021.09.02 15:08
    삼성重·대우조선 등 경쟁사 대비 재무구조 탄탄
    당초 발표보다 낮은 가격대 등 수치상 매력↑
    ‘조선업’이라는 전통업종은 투심에 불리
    친환경 등 ESG 카드로 대중과 소통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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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중공업이 6일 공모가 확정을 앞두고 기관 및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비교적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점과 예상보다 낮은 공모가 범위 등으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나쁘지 않은 평가를 얻고 있다. 다만 ‘조선업’이라는 업종 자체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점은 여전히 부담요인이다. 카카오뱅크나 크래프톤,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을 향한 시장의 후한 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대중공업이 2일 진행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의 주요 키워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수주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약 1조원에 해당하는 공모자금 중 약 7600억원을 대부분 그린십, 수소 인프라 등 친환경 관련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세워뒀다. 

      세부적으로 친환경 선박 및 디지털 선박 기술 개발에 3100억원,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3200억원, 수소 인프라 분야에 1300억원을 사용한다.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는 수소 및 암모니아 선박, 전기추진 솔루션, 가스선 화물창 개발 등을 추진한다. 또한 정보통신(IT) 기술 개발을 접목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통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상장을 앞두고 그동안 줄곧 문제가 됐던 환경오염·작업장 안전사고 등 반(反)ESG 요소를 의식하는 모양새다. 조선업은 탄소 및 에너지 배출량이 타 업종 대비 높은 편으로 최근 트렌드인 ESG에 동떨어진 업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상장 계획을 밝힌 이후에도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상반기 현대중공업은 실질적인 중대재해를 없애기 위해 안전대책을 마련한 뒤에도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조선업이라는 전통 업종 특성상 최근의 공모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올해 들어 기업공개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나 SK IET 등 플랫폼 또는 친환경 관련 업종이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종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봤던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도 현대중공업으로서는 부담이다. 

      다만 기관투자자 및 증권업계 애널리스트 등 사이에서 현대중공업 평가는 나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경쟁사보다 재무적 비교 우위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는 후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주요 비교회사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10월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어 주식발행시장(ECM)에서 현대중공업과 시간차를 두고 맞붙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과 비교할 때 부채비율이나 영업이익률이 좋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중공업 매출은 3조9350억원으로 삼성중공업(3조2900억원)이나 대우조선해양(2조1712억원)보다 소폭 높다. 영업이익률 역시 –10%로 삼성중공업(-28.7%), 대우조선해양(-56.2%)보다 낫다. 

      그럼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0.9배로 삼성중공업(1.33배), 대우조선해양(1.1배)를 밑돈다. 회사 측은 올해 초 목표 기업가치를 약 6조원 정도로 추산했는데 상장 과정에서 할인율을 적용한 기업가치 범위를 약 4.6조~5.3조원으로 낮춰 잡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라는 업종으로 보면 현대중공업의 흥행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등과 비교할 때 현대중공업의 재무상황이 낫기 때문에 공모 흥행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