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쿠팡 규제 정조준…대관 바짝 조이는 플랫폼 업계
입력 2021.09.13 07:00
    네이버·카카오, 금소법 논란으로 시총 13조원 증발
    정부부처 출신 인물 각기 영입, 대관 TF 강화 나서
    전관예우 떠나 신사업 규제 대응 차원서 불가피
    • 네이버와 카카오가 '규제 공포'에 떨고 있다. 정치권에서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데 이어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금융상품 판매 서비스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에 내부선 각 정부부처 출신 인물을 잇따라 영입, 대관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빅테크 기업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면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1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하루 사이에 시가총액만 약 13조원이 증발했다. 중국 당국의 플랫폼 규제를 지켜봐 온 외국인과 기관들이 심상치 않은 기류에 발을 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간 막대한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무관 업종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이들 기업을 타깃으로 본격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다. 

      각 정부부처에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서로 하겠다고 나서면서 주도권 싸움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선 전자상거래법 개정안과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을,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일부 온라인 금융플랫폼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적용 논의를 본격화했다. 금융당국은 핀테크 업체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영업 행위의 대부분을 '광고'가 아니라 '중개'로 해석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페이,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기업들은 오는 24일까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서비스를 대폭 수정하거나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도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이란 이름의 토론회를 열어 플랫폼 대기업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국회에선 현재 이들 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잇따라 입법되면서 계류되고 있다. 

      국정감사와 대선정국을 앞두고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타깃 희생양'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비해 최근 대관 기능을 더욱 강화, 인력 영입에 애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현재 이광용 방송통신위원회 서기관 영입을 추진 중이다. 이 서기관은 행정고시 51회 출신으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로 입부해 재정팀장과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 비서실장을 맡았다. 이 서기관은 네이버 정책전략 태스크포스(TF) 리더로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앞서 손지윤 LG유플러스 상무(행시 42회)를 영입했던 바 있다.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산하 정책전략 TF는 최근 신설된 조직으로, 정책동향 분석 및 대관업무까지 진행하고 있다. 당초 네이버는 국회와 정부 등 대관업무는 정책협력실을 통해 이어왔지만 손 책임리더를 영입한 이후 별도 조직을 신설하면서 대관 기능을 강화했다. 

      카카오도 7월 조석영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ESG리스크 관리 총괄로 영입했다. 카카오는 올 초 이사회 산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신설했다. 최근 주요 타깃이 된 카카오페이도 금융정책실장직을 신설하고 금감원 공채 2기 출신 추호현 씨를 영입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판사 출신 강한승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경영관리 총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강 대표는 법무법인 김앤장 출신으로 정관계에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처음으로 리더십 타운홀 미팅을 주관, 향후 '정책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이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납품업체 대상으로 갑질했다며, 과징금 약 33억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행정소송을 예고하며 즉시 반박했으나 업계에선 공정위가 쿠팡을 LG생활건강에 앞서 '갑(甲)'으로 인식했다는 데에 주목했다. 여기에 물류센터 노동자와 배송기사들의 처우 문제로도 논란을 겪고 있다. 

      공정거래에 능통한 한 변호사는 "과거엔 플랫폼 기업들이 전관예우를 목적으로 고위 판·검사를 영입했다면 지금은 신산업에 대한 규제가 계속 도입되고 있고 정책 변화로 서비스 운영을 변경해야 하는 일이 늘었다 보니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인력 영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지금같은 시기엔 빅테크 기업들의 대관 기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