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최대 수혜자 카카오는 어쩌다 '팽'당했나
입력 2021.09.15 07:00
    Invest Column
    지난해 하반기 이후 규제 시그널 계속
    카카오는 수익화에 매몰...변화 캐치 못해
    대선 앞두고 정치권 큰 관심...국감 핵심 주제 예상
    • 신(新) 정경유착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카카오는 최근 3년 새 일취월장 수준의 성장과 확장을 거듭해 국내 5위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라는 재난 그 이전부터, 특혜 수준의 정책적 지원이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었다. (참고기사 : 혁신기업 카카오의 新 정경유착? (2020. 1. 15))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1위 부호가 되고, 대학생이 뽑은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카카오가 오른 지 불과 두 달만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카카오는 적폐의 대명사가 됐고, 사정당국의 칼날이 시시각각 카카오의 목을 조이고 있다. 하루에도 4조원씩 증발하는 시가총액에 개인 주주들은 이미 사색이 된 지 오래다.

      '밀월관계'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던 카카오와 현 정부의 관계는 어쩌다 꼬인 것일까?

      "사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규제에 대한 시그널이 몇 차례 있었다. 그런데 카카오가 수익화 타임라인에 매몰돼있었던 것 같다. 수익화 시점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본다. 정무적인 차원의 미스(miss;실수) 같다." (카카오 지분을 보유한 한 기관 주주)

      카카오를 향한 규제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호가 있었고, 올해에도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명백한 사전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또는 간과했고, 결국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성욱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플랫폼 규제에 착수했다. 이른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9월 입법예고했다. 당시 주로 쿠팡 등 쇼핑몰의 갑질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카카오 역시 규제 대상에서 비켜나있지 못했다.

      올해 1월, 공정화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꺼내들었고,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다시 화두로 등장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당시 설 연휴를 앞두고 '자발적 상생'이라는 알맹이 없는 워딩(발언)으로 상황을 넘겼다. 

      플랫폼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었지만, 카카오는 아랑곳 않고 지배적 사업의 수익화를 차곡차곡 진행했다. 지난 5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택시 대상 유료배차권을 월 9만9000원에 팔겠다고 나섰다. 택시업계는 즉각 반발했지만, 여론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지난해 카카오 헤어숍 첫 방문고객 수수료를 12%에서 25%로 높였을 때에도, 2018년 대리기사들에게 '프로단독배정권'을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그랬다.

      "카카오의 수익화는 우선 B2B(기업 대 기업)영역에서 이뤄졌다. 최종 소비자들의 이해관계와는 다소 떨어져있었다. 골목상권 논란은 2015년부터 지속돼왔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졌고, 이전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

      카카오는 결국 지난 8월 선을 넘었다.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최종 소비자인 대중을 대상으로 '카카오T' 요금을 최대 500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한 것이다. 카카오의 존립 기반인 다수의 대중에게 '추수를 시작한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곧 이를 철회했지만, 지난해부터 구르기 시작한 '규제 스노우볼'은 여론의 지지가 더해져 겉잡을 수 없어졌다.

      시기도 좋지 않았다. 2022년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다. 8월부터 주요 정당은 이미 대선 준비에 들어갔다. 여론이 카카오를 욕하는데, 정치권에서 이를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14일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플랫폼 규제 강화에 51%가 '적절한 조치'라고 답변했다. '과도하다'는 의견은 35.3%에 그쳤다.

      지난 2월만 해도 민주당에서 플랫폼 규제를 외치던 국회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8월 이후엔 을지로위원회 등 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10월 국정감사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플랫폼 경제를 선정한 상황이다. 지난 13일엔 김부겸 국무총리가 "카카오가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데에 대해 평가가 좋게 나올 수가 없다"며 "필요하면 강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5월 이후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큰 선거를 앞두고 특혜에 가까운 현 정권의 지지가 지속될 리 없는 논리에서였다. 물론 그 이후에도 카카오 주가는 급등을 거듭해 6월 말 한때 주당 17만원선을 넘기도 했다. 그렇게 묻혀버릴 것 같았던 전망이 9월 이후 뒤늦게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토사구팽'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현 정권에 대한 카카오의 효용이 이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보유한 포털 다음(Daum)은 현 여당이 야당이었던 시절부터 든든한 정치적 지지세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같은 정치면 기사를 두고 네이버엔 반정부적 댓글이, 다음엔 친정부적 댓글이 주로 달리는 일이 잦다.

      여당이 밀어부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언론사가 생산하는 기사 그 자체에 무거운 규제가 달라붙게 된다. 더 이상 유통채널인 포털의 게이트키핑(편집)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민감한 개인정보가 카카오 등 빅테크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카카오를 '손절'하려면 지금이 최적의 시점일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가 성장주라는 관점은 이미 지난 8월 초 2분기 실적발표 때 생명력을 잃었다. 1분기 대비 2분기 이익 성장률(qoq)이 3%에 그쳤는데, 당시 주가순이익비율(PER) 기준 200배 수준이었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려면 10년이 걸려도 모자랄 거란 이야기가 나왔다. 규제는 밸류에이션 정상화의 신호탄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한 증권사 프랍 운용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