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열풍 식으면 어쩌나" 수익 다각화 나서는 증권사들
입력 2021.09.15 07:00
    거래대금 감소 영향에 국내 증권사 2분기 순익 전분기 대비 22.6%↓
    금감원 “증권사의 영업 다변화 노력에도 수탁수수료 비중 여전히 높아”
    해외법인 설립, 마이데이터, 저축은행 인수 등 수익 다각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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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식투자 열풍으로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증권사들이 최근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줄어들면서 2분기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테이퍼링 이슈 등 증시 및 금리 변동성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부 증권사들이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지지부진한 증시에 국내외 주식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들면서 증권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증권사 58곳의 당기순이익이 2조3172억원으로 전분기(2조9943억원)보다 22.6% 감소했다. 

      유가증권(코스피) 거래대금이 1분기 1183조원에서 2분기 838조원으로,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같은기간 1576억달러에서 1036억달러로 각각 29.2%, 34.3% 줄어들었다. 그 여파로 수탁수수료도 전분기 대비 20.7% 감소한 1조9995억원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수년간 영업 다변화 노력을 이어왔지만 여전히 수탁수수료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장 상황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주식투자 열풍에 증권사 순익이 크게 늘어났지만 증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10년 전으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 증권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위해 노력을 했으나 작년부터 시작된 증시호황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어나면서 사업 다각화 시도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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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에 최근 증권사들은 적극적으로 수익 다각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부 증권사는 온라인 플랫폼과 제휴를 맺고 투자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투자교육 판매 사업 부수업무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중심으로 온라인 주식강의와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로 알려진 기업 이브로드캐스팅과 함께 업종기초 교육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온라인교육 플랫폼을 통해 유료강의를 제작하고 있다. 

      해외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지난 8월 KB증권은 인도네시아 10위권 증권사 발부리증권을 약 570억원에 인수했다. KB증권은 인수 후 추가 출자를 통해 인도네시아 5위권 증권사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미국과 홍콩 등 10개국에 진출하며 2분기 해외법인 세전 순이익 비중이 전체 순이익의 20%를 차지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도 해외법인을 세워 새로운 수익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신규 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대표적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흩어져 있는 개인 금융정보를 한곳에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재무 현황과 소비패턴을 분석해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지난 1월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 키움증권, 교보증권 등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다른 금융사나 핀테크 업체와 협업을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브로커리지 수익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최근 자산관리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은 필수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사업 운신의 폭을 넓히는 곳도 적지 않다. SK증권은 지난 4월 MS상호저축은행 경영권을 인수했고 KTB투자증권도 지난 7월 유진저축은행의 대주주 유진에스비홀딩스 지분 90.1%를 취득했다. 고배당 수익을 챙기는 동시에 스탁론 등 리테일 부문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에 국내 금융투자산업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신규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자산관리, 투자은행, 자기자본투자 부문 등 지속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보다 많은 인력과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