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은 흥행 성공했지만...남은 자회사 IPO도 성공할 수 있을까
입력 2021.09.17 07:00
    현대삼호중공업·현대제뉴인 등 남은 자회사 상장 많아
    신규 수주 전망 불투명·계열사 상장 피로감 등 위험요인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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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현대중공업이 예상과는 달리 이슈몰이를 하며 기업공개(IPO)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남은 계열사들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불안한 모양새라는 이야기가 투자업계에서 나온다. 

      최근 조선업 호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거둘 수 없는 탓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재 현대삼호중공업,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제뉴인 등 계열사 상장 마무리까지 갈 길이 멀다.

      17일 현대중공업 상장일을 앞두고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1000대 1이 넘는 수요예측 결과 및 상장 직후 유통가능 물량 등을 토대로 조심스럽게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이후 상한가)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상장 직후 유통가능 물량은 853만8483주로 전체의 9.6%에 그친다.

      현대중공업 상장은 성공적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중공업지주가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상장은 계열사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의 서막에 불과할 뿐, 아직 상장까지 남은 계열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 계열사로만 보면 현대삼호중공업이 남아 있고 지주사 전체로는 현대제뉴인, 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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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현대중공업 상장 흥행이 조선업 반등의 지속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남은 자회사들의 상장에 불안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철광석 가격 하락 조짐이 꼽힌다. 통상 철광석 가격 하락은 조선사 입장에서 원가 부담이 적어져 긍정적 요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현재는 올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라 선가 인상을 두고 선주들과 막바지 협의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철광석 가격 하락세는 오히려 선가 인상에 불리한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트레보트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올해 9월 기준 톤당 130달러로, 올해 1월 169달러에서 크게 낮아졌다. 올해 7월까지만 해도 톤당 200달러를 웃돌던 가격이 점차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내년부터는 톤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철광석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철광석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는데 주요 원인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출하량 감소”라며 “철광석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선가 인상으로 미처 반영하지 못한 조선사들의 경우 (철광석 가격 하락이) 일시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사들이 신규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부터 새로운 신규 수주가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철광석 가격 하락세는 선주들 입장에서 다음 수주 계획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선가 지수가 오르는 점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기는 어렵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9월 중순 기준 중고선가 지수는 167.7로 지난해 86.8에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컨테이너선 가격 상승이 주효한 원인이 됐다. 현재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들은 에코쉽(친환경 선박)을 내세우며 저마다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선주들의 신규 수주 우려는 오히려 중고선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박무현 한국해양대학교 겸임교수는 "최근 조선소에서 눈에 띄게 신규 수주 상담이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라며 "철광석 가격 하락을 예의 주시하는 선주들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4~5개월 뒤인 내년 1분기부터는 신규 수주계약이 사라질 가능성도 크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상장을 기점으로 대기업들의 계열사 쪼개기 및 상장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배터리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기업 계열사들이 분사 후 상장으로 자금 조달을 꾀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특히 핵심 사업부문을 쪼갠 뒤 상장하는 경우에는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크다. 당장 현대중공업 상장으로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지주사 할인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주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중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장을 앞뒀고 현대삼호중공업은 내년 상장이 예정되어 있다"라며 "한국조선해양이 중장기적으로는 조선해양 분야의 연구개발 및 인수합병 등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지만 당장으로선 비상장 자회사들의 가치 반영 폭이 줄어들 수 있어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