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회수 최대창구' 막히나…네이버·카카오 규제에 떠는 투자업계
입력 2021.09.17 07:00
    방통위 이어 공정위까지…"M&A 제동 걸겠다"
    '문어발 확장'에 수혜입은 투자업계는 부글부글
    "네·카는 엑시트 최대창구…투자 생태계 악영향"
    파생 딜로 자문 수수료 챙겨온 로펌들도 긴장 중
    •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에 대한 전방위 규제가 시작됐다. 각 정부부처들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서로 하겠다며 주도권 싸움에 나서면서 IT공룡들의 '확장모드'에도 제동이 걸렸다. 

      논란을 야기한 '문어발 확장'으로 오히려 혜택을 입어온 투자업계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네이버·카카오의 인수합병(M&A) 시계가 멈추면 엑시트(투자회수)의 창구가 막히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많은 파생 딜로 쏠쏠히 자문 수수료를 챙겨왔던 로펌업계도 달라진 기류에 연일 노심초사다. 

      각 정부부처가 너나할 것 없이 네이버와 카카오를 타깃으로 한 규제에 나섰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책임자는 이번 국정감사에 3년 만에 재소환된다. 상임위원회 최소 네 곳이 양사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최근 빅테크들의 M&A 관련 심사제도에 구멍이 있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국회에 적극 소명했다. "현 제도에선 플랫폼 기업이 다양한 사업을 연계헤 지배력을 강화하는 현상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공정위는 현재 전자상거래법 개정안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안도 추진 중에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이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온라인 플랫폼 M&A 심사·인가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 대형 온라인플랫폼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을 양수하거나 법인 합병 때 과기정통부 심사와 과기부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IT분야에 정통한 대형로펌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부가통신사업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모든 사업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상 모든 플랫폼 기업들의 M&A를 과기부 장관으로부터 인가받으라는 것인데 카카오와 네이버를 주로 타깃한다지만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뻗치겠다는 말과 같다"며 "너무 위험한 법안"이라고 의견을 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플랫폼의 사업확장을 지적할 것으로 알려져 각종 규제법안에 대한 논의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들을 정조준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관련 위원회에선 업권별로 대표 기업들을 뽑았는데, 쿠팡·카카오·로톡·강남언니·닥터나우·직방 등이 포함됐다. 위원회는 지난달에도 "플랫폼 기업은 정보 독점과 근로자의 희생 등으로 경제력 집중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계속 검토해왔던 투자 및 M&A를 멈췄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가장 유력하게 검토했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논의를 잠정 보류했다. 업계 내에서도 SM엔터 인수는 현 시점에서 자살골과 다름 없다는 시각이 다수다. 양사는 이외 다수 스타트업 투자 건도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활발한 M&A로 중간에서 자문 수수료를 쏠쏠히 챙겼던 로펌업계도 연일 노심초사다. 이들은 네이버·카카오를 주축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M&A가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벤처투자를 담당하는 변호사 다수가 "대선과 국감을 앞두고 플랫폼 기업이 볼모로 잡힌 것 같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투자업계의 반발 여론이 특히 거세다. 양사는 그간 스타트업들의 후속 시리즈 투자 및 M&A에 있어 적극적으로 큰손을 자처해 왔다. 지난해 투자 집행규모만 각각 6210억원, 3700억원에 달한다. M&A 제동은 양사에 매각을 기대하는 벤처기업에도, 투자금 회수를 기대할 투자사들에도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벤처캐피탈(VC) 고위 관계자는 "IT 플랫폼 기업들은 그간 스타트업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벤처기업뿐 아니라 다수 투자사들이 양사로부터 혜택을 입어온 상황이지만 M&A가 막히면 투자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주창해왔던 정부당국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혼란도 눈에 띈다. 이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는 독려하면서 정작 엑시트 생태계는 막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대체 어느 입맛에 발을 맞추란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