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가 사모펀드(PEF)들에게 '황제'로 불리는 이유는?
입력 2021.09.23 07:00|수정 2021.09.30 10:27
    취재노트
    최근 3년간 가장 공격적인 투자자…신생ㆍ중견 운용사에겐 구세주
    다른 '연기금•공제회'에 비해 투자부문 실무자ㆍ임원 막강 '파워'
    외부감시 부재한데, 투자규모는 매년 더욱 커져
    • "신생ㆍ중견 운용사가 프로젝트 사모펀드(PEF)를 만들려면 찾아갈 갈 곳은 사실 새마을금고 중앙회밖에 없습니다. 다른 기관들은 까다롭거든요. 그러니 새마을금고 실무자에게 목매듯 애원해야 합니다" 

      "일단 인연을 맺었다...싶으면 확실히 밀어줍니다. 500억원부터 많게는 3000억~4000억원까지 한 번에 시원하게 쏴줍니다. 그리고는 '딜(Deal)이 있으면 언제든 가져오라'고 얘기합니다"

      "투자집행 부서만 설득하면 거의 100% 출자가 이뤄집니다. 다른 기관은 '심사부서'와 알력이 많은데 새마을금고는 그런 게 거의 없어 보였어요."

      "중소형 운용사에게는 '신'(神)입니다. 새마을만 잡으면 고작 수십억원 굴리던 운용사가 순식간에 수천억원대 펀드 운용사로 환골탈태합니다."

      국내 사모펀드(PEF)시장 임원ㆍ대표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평가다. 시장에서는 최근 급부상한 센트로이드 인베스트먼트를 비롯, '새마을금고 충성파' 로 분류되는 운용사 이름 몇몇도 거론된다. 이들에게 새마을금고는 조단위 거래를 성사시켜주고, 수십억~수백억원의 펀드 관리 수수료도 제공하는 '은인'으로 불린다.  

      다른 '큰 손' 연기금ㆍ공제회도 많은데, 굳이 새마을금고만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몇년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PEF에 공격적으로 출자하고 있어서다. 아래 표는 최근 3년간 프로젝트 펀드 등에 투자한 주요 내역. 단기간에 수천억원대 투자에 골고루 참여하고 있다.

    • 사실 적극적인 투자 기조 자체를 문제삼기는 어렵다. 신생 운용사를 미리 선점해 투자하는 남다른 안목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새마을의 투자내역 가운데 상당한 고수익이 예상되는 건도 많고, 다른 기관이나 사모펀드가 투자 기회를 놓쳤다며 부러워하는 건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중앙회의 프로젝트 펀드 투자에 감시ㆍ견제 시스템이 충분한지, 또 특정 개인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개입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별개 문제다. 

      중앙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새마을금고는 운용부서에서 투자안을 1차로 검토하고, 이를 심사부서인 투자심사부에 심사의뢰를 한 뒤 투자를 진행한다. 이후 자금운용위원회에서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심사부서에서 적극적인 반대만 없다면 실무 운용부서의 의견이 적극 개진될 수 있다. 또 행여 조직내 최고 인사권자인 중앙회장이나 고위 임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투자 검토해!"라고 지시가 내려온다 해도 특정 실무자가 나서 반대하기 힘든 구조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투자규모도 대단위다.

      다른 '큰 손'인 교직원공제회와 비교하면 차이가 드러난다.

      교직원공제회는 투자 결정에서 운용부서-심사부서 검토 이외, '투자실무협의회-투자심의위원회-임원회의' 등을 모두 거친다. 이때 투자실무협의회에 실무팀 과장, 차장들이 참여하고 이들이 각 투자건에 대해 점수를 제출한다. 이들이 제출한 점수 합계가 몇점 이하면 심사 통과 자체가 안된다. 채점 당시 가장 중요시하는 항목이 '자율성'인데, 이른바 "누가 이 거래를 강제로 시키느냐"를 따져 묻는 내용이다. 그러니 투자 리스크가 크다거나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다면 제 아무리 이사장 혹은 고위임원이 강제로 투자를 지시해도 걸러지는 시스템이다. 가장 '사고'가 많이 나는, 이른바 '라인을 타고 내려온' 투자건들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 특정 개인의 입김도 줄어든다.

      심지어 새마을금고에 대한 외부 감시도 느슨하다. 

      농협ㆍ수협은 금융감독원 특수은행검사국 등의 눈치라도 봐야 하는데 새마을금고는 금융위원회 검사와 사후관리를 받지 않는다. 작년말 감독당국이 농협ㆍ수협ㆍ신협 등 상호금융기관 대출관리에서 '내규'가 아닌, '금융당국 규정'으로 여신심사를 하도록 관련조항(상호금융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개정했지만 새마을금고는 완화된 조항을 적용받는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감사만 받는데... 문외한이다. 최첨단 파생상품 투자기법까지 등장하는 투자건을 검토하고 지적할 실력이 못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 박차훈 중앙회장까지 포함, 거의 매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중앙회장ㆍ지역금고 이사장 선거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발생, 재판까지 이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간선제'로 지역 이사장과 중앙회장을 뽑고 이권개입 여부에 대한 논란이 수시로 불거진다. 수년전 권광석 신용공제대표(현 우리은행장)를 중앙회 투자최고 책임자(신용공제대표)로 뽑을 때, 단 10개월에 불과한 투자경력ㆍ경쟁자 없는 단독후보 추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의결까지 일괄 통과됐다. 이런 시스템으로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운영하는 자금이 70조원, 그리고 대체투자 운용자산만 20조원이 넘는다.

      사모펀드 운용사들로서는? 다른 연기금 등의 투자팀장 혹은 임원 몇몇을 구슬려 삶아서 "우리에게 투자해달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새마을금고에는 일말의 기대를 걸 수가 있다.

      달리 말해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특정 실무팀장 혹은 임원의 파워는 엄청나다는 의미다. 행여라도 새마을금고 중앙회 임원이나 투자팀이 '특정 운용사' 혹은 '특정 펀드'에 단기간에 자금을 몰아준다면? 순식간에 '빅샷'(Big Shot)이 탄생할 수 있다. 

      일례로 센트로이드의 경우.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직전까지는 불과 100억원 언저리의 펀드를 자주 운용하는, 소형 운용사였다. 

    • 2019년부터 새마을금고가 투자하면서 펀드 사이즈가 갑자기 500억원대로 뛰었다. 그러다가 올해 3월 새마을금고가 거의 전액을 투자하면서 1900억원대 골프장을 인수한 중형 운용사가 됐다. 그리고 다시 5개월만에 2조원짜리 글로벌 M&A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단행했다. 역시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거의 이뤄주다시피한 거래였다.

      결과적으로 2년 남짓한 기간에 새마을금고는 6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센트로이드 한 곳에 투입했다. 이로 인해 센트로이드는 연간 수수료는 100억원을 넘게 벌고, 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운용사가 됐다. 비록 특정 운용사가 아닌, 개별 프로젝트를 보고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기관에 비해 지나친 감이 있다.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들은 제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라고 해도 해당 운용사의 기존 포트폴리오의 성과도 체크하고, 그만큼 대체불가능한 수준의 운용사인지도 일일이 따져본다. 설립 5년 남짓한 소형 운용사에 단기간에 수천억원을 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행여 새마을금고 중앙회 투자 실무자가 해당 운용사에 인사청탁이라도 한다면 과연 거부할 수 있을까?  "어느 투자기업에 내가 아는 누구를 임원으로 보내라"라든가, "어느 임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갈아치워라". 실제로 국내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리스트가 상당수 언급됐다. 실제 개입여부는 미지수지만 인사가 이뤄진 사례도 나왔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PEF)  투자자(LP)가 운용사(GP)의 투자기업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위법이다. 

      게다가 해당 투자팀장이 운용사가 사들인 골프장에서 한 두번도 아니고 수차례에 걸쳐 연예인들, 그리고 해당 운용사가 취직시킨 여성 골퍼와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물론 본인이 직접 비용 부담도 하지 않았다. 중앙회는 해당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최 팀장을 제외한 다른 임원과 실무진은 유사한 논란 사례가 없다" , "내부규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과연 이런 상황이 단순히 새마을금고 최우석 팀장 개인 문제일까. 아니면 현재 중앙회 투자부문 전반의 의사결정에 시스템 문제가 있다고 봐야할까.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중앙회는 내부규정은 있지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과거 중앙회는 행정안전부 정기감사 결과에서도 늘 "내부규정이 부실하다"고 지적받아왔지만 제재 수준은 높지 않았다. 

      심지어 중앙회는 펀드 위탁투자를 더욱 더 늘리는 추세다. 대체투자본부 조직은 대대적인 조직 확대가 이뤄졌다. 올해 초 신용공제대표(류혁 대표)아래 최고투자책임자(CIOㆍ박천석)를 두고, 대체투자본부(위덕현 본부장)를 운영하고 별도로 부동산 부분을 총괄하는 프로젝트금융본부(박정배 본부장)를 본부 승격시켰다. 이에 따른 임원 이동 및 승진 인사도 이뤄졌다. 대체투자본부 아래 기업금융부도 1부(권택봉 부장) 2부(송상현 부장)로 세분화시켰다. 

      또 8년간 행정안전부 권고로 중단했던 블라인드 펀드 투자도 활발, 작년말 3000억원ㆍ올 상반기 2500억원을 집행했다. 내년까지 7조원을 펀드로 위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이면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PEF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관리 시스템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비록 '황제'같은 투자자(LP)라고 할지라도 또 다른 사례들이 발생해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