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에 시동 거는 항공株...벼랑 끝 LCC도 들썩
입력 2021.09.23 10:43
    완전자본잠식 진에어 주가 한달 새 17% 상승
    시장선 “2023년 실적으로 봐야 주가 이해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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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백신 접종률 상승으로 ‘위드코로나(일상적 단계 회복)’가 다가오면서 '항공주'가 들썩이고 있다. 여객 수요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항공주에 투심이 모이는 모양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저비용항공사(LCC)의 완전한 실적 정상화 시점을 2023년으로 내다보고 있어 현재 주가 오름세는 다소 이르다고 지적한다. 미래 실적이 주가에 선반영돼 향후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지지부진했던 항공주들이 최근 한 달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거래 정지가 해제되며 주가가 급등한 아시아나를 제외하고도 대한항공 주가가 11.85%, 진에어가 16.71% 상승하는 등 국내 증시가 횡보하는 가운데서도 항공주들이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7.94% 올랐고, 티웨이항공은 14.94% 급등했다. 같은 기간 지수는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가 강했던 외국인도 항공주는 사들였다. 외인은 1개월 동안 코스피에서 1450억원 순매도했지만 대한항공은 1095억원, 아시아나는 531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진에어 60억원, 티웨이항공 16억원, 제주항공 2억원을 담은 것으로 기록됐다. 중소형 항공사에도 순매수세가 이어진 셈이다.

      코로나19와 공존하며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위드코로나'가 준비되면서 여행 수요가 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16일 여당은 위드코로나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10월 말 거리두기 완화를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선 여객수요의 경우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관측도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내년부터 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백신 1차 접종률이 42%에 이르고 9월 중으로 70%를 돌파할 것"이라며 "2022년 2분기부터 해외여행의 안정성이 담보되면 국제선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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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2023년이 되어서야 항공업종의 실적 정상화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일부 항공주들의 주가 상승세는 다소 '빠르다'는 분석이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동남아 지역 노선을 주로 운행하는 저비용항공사들의 실적은 대형항공사(FSC)보다 더딜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저비용항공사들의 실적 적자 폭은 지난해보다 심화할 것으로 파악된다. 진에어의 올해 당기순손실은 지난해(1904억원)보다 소폭 늘어난 195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티웨이 항공의 당기순손실도 작년 집계된 1379억원에서 1414억원으로 늘었다. 제주항공의 올해 당기순손실은 작년 3065억원보다 줄었지만, 2359억원으로 여전히 적자폭이 작지 않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재무구조는 ‘벼랑 끝’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7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진에어는 2분기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139%까지 치솟았으며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제주항공은 부분잠식인(57.9%) 상황으로 자본확충 과제가 시급하다. 자본잠식상태가 2년간 지속하면 해당 종목은 상장 폐지될 수 있다.

      시장은 항공사들이 당장 실적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는 분위기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해외 지역들을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꾸준히 회복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내년 상반기가 되어서야 완만한 회복세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2019년도 실적의 7~80% 수준에 도달하려면 2022년 하반기는 되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위드코로나의 수혜 대상인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주요 노선인 동남아시아 지역의 백신 접종률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해당 지역의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 안전하다는 믿음이 우선 있어야 한다는 수요의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무엇보다 해외 백신 접종률이 실적 정상화 속도를 결정할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백신 접종률은 전체 인구의 10분의 1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약 13%로 집계됐다. 베트남과 태국도 각각 10%와 11%를 기록하면서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 운송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선진국 위주로 백신 접종률이 높은 상황이라 저비용항공사들이 위드코로나의 수혜를 입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라며 "올해 안에는 실적이 좋아지기 어려운데 주가는 저비용항공사부터 같이 움직이고 있어서 실제 펀더멘탈과 달리 기대감이 높다고 본다. 시장은 이미 2023년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저비용항공사들은 사실상 마지막 버티기에 돌입한 상황이란 지적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1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무상감자를 의결한 데 이어 20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1300억원을 유류대금 및 인건비 등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800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진에어는 1084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7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영구체)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들의 자본확충 움직임에 관련 업계에선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기는 '괜찮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미 미래의 기대감이 현재 주가에 많이 반영되어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이 관측된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번이 마지막 증자라는 희망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시점이 나쁘진 않다"라면서도 "지금 주가를 생각해보면 추가 상승 여력이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는다. 2023년도 실적이 훨씬 좋다는 확신이 있어야 업사이드가 나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