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美에 5.1조 투자…SK그룹 최대 파이프라인 된 포드
입력 2021.09.28 11:04
    SK이노 5.1조 들여 포드와 美 JV…총 13조 규모
    당초 두 배인 129GWh 규모…포드 물량만 40%
    SK그룹 배터리·소재 사업까지 美·포드와 '한배'
    포드 전기차 시장 경쟁력이 미치는 영향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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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함께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공장에 13조원을 투자한다. 당초 예상된 생산능력의 두 배인 129GWh 규모로 포드가 SK그룹 배터리·소재사업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곧 출범할 SK배터리(가칭)와 분리막 자회사인 SK IET, 그룹 계열사인 SKC까지 포드의 전기차 전략과 한배를 타게 됐다는 분석이다. 

      28일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미국 테네시와 켄터키주에서 배터리셀 합작법인(JV) '블루오벌 SK' 공장을 포함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양사는 총 114억달러(한화 약 13조 1020억원)을 투자해 테네시주 43GWh, 켄터키주 86GWh 등 총 129GWh 규모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 중 약 2조8000억원은 포드가 전기차 조립공장과 연구개발(R&D)·트레이닝 센터 건립을 위해 부담하기로 했다. 

      앞서 27일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블루오벌 SK에 약 44억5000만달러(한화 약 5조1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50%를 확보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5월 포드와 JV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보다 필요 배터리 양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점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이 기존에 발표한 배터리 생산 목표를 고려하면 포드 물량이 전체 생산능력의 40% 비중을 넘어서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늘어난 고객사 수주 물량 덕에 생산능력 목표를 2025년까지 200GWh+알파, 2030년까지 약 300GWh로 제시한 바 있다. 블루오벌 SK의 생산능력은 129GWh로 60KW 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매년 215만대 생산할 수 있다. 2030년 목표치를 기준으로 43%에 달하는 수치다. 

      관련 업계에선 바이든 정부와 포드가 SK그룹 배터리·소재사업의 단일 최대 파이프라인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19년 LG화학이 미국 GM과 2조원 규모 JV 투자에 나선 이후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의 협력 관계는 사업 경쟁력을 보장하는 주요 변수가 됐다. 국내 3사 중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LG와의 소송 문제로 연초까지 사업 불확실성이 높았지만, 미국 정부의 중재 과정에서 포드의 핵심 파트너 지위를 확보했다. 현재의 가파른 투자 속도도 SK이노베이션, 포드 양사가 비교적 후발주자였던 차에 절치부심한 결과란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LG와 SK의 소송이 일단락된 직후 미국 정부와 포드, SK이노베이션 3자 사이 합작법인 출범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라며 "미국 정부의 지원 의지가 강력하니 SK이노베이션은 포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조력자 역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양사 협력으로 발생하는 과실은 SK그룹 파이낸셜스토리의 4대 사업 포트폴리오 중 한 축인 배터리 소재 사업 전반에 골고루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포드의 전기차가 잘 팔리기만 하면 그룹 소재 계열사 역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다. 

      SK그룹의 배터리 관련 밸류체인은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SK배터리부터 분리막을 생산하는 SK IET, 동박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까지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SK넥실리스의 모회사인 SKC 역시 최근 자체 파이낸셜스토리를 공개하고 동박 생산능력을 25만톤까지 늘리고 양극재와 음극재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최근 SK㈜와 합병한 SK머티리얼즈 역시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공장에 85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반면 포드의 전기차 시장 경쟁력이 그룹의 소재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커졌다는 우려도 있다. 바이든 정부의 지원이 장기 지속될 수 있고 포드의 전기차 경쟁력이 뒷받침된다면 그룹 파이낸셜스토리에 긍정적이겠지만 확언하기 어려운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은 물론 신설 SK배터리와 SKC까지 현재 제시한 증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 부담도 상당한 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 들어서 전기차 전환이 메가 트렌드로 부상하긴 했지만, SK그룹의 이번 투자가 결실을 맺기 위해선 포드의 전기차가 잘 팔려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라며 "당장 이번 JV에 투입해야 하는 투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지 등 문제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