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점점 심해지는데…증권사 신용공여, '정부 눈치'까지 봐야
입력 2021.10.01 07:00
    "현행 대비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 낮춰라"
    신용공여 이익 비중 큰데, 즉각 감소할 듯
    개인투자자 유치 위해 이자율 경쟁도 격화
    •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낮추는 추세인 가운데 금융당국의 지도 강화로 신용공여 서비스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신용공여 한도를 모두 채우지 말고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업계에선 현행 신용공여 비율의 상한선을 낮춰 관리해야 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부 증권사들의 이자손익이 즉각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동회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주재로 증권사 리스크 담당(CRO) 임원들과 열린 회의에서 증권사별 신용융자 관리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관리 범위가 주식시장 신용공여까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감원은 주식 신용매매(빚투)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식 신용거래는 지난 1년간 크게 늘었다. 지난해 3월 신용융자 잔고는 6조6000억원이었으나 올해 8월까지 25조7000억원 수준으로 4배 가량 뛴 것이다. 반대매매 금액도 치솟았다. 8월 일평균 반대매매금액은 84억8000만원으로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현행 자기가본대비 100%까지 가능한 신용공여의 상한선을 10~20% 줄이라는 지시로 해석했다. 금감원이 구두 개입에 이어 직접 조치를 취한 만큼 신용공여 한도의 80% 이상을 소진한 증권사부터 관리 감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상반기 국내 47개 증권사 합산 기준으로 자기자본대비 신용공여 소진 비율은 60% 수준이지만 대형사로 갈수록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81%, 삼성증권은 78%, 키움증권은 92%에 이르고 NH투자증권은 60%, 한국투자증권은 65%, 메리츠증권은 29%, 수준이다. 증권사는 일반적올 자기자본의 70% 안팎으로 신용공여 한도를 유지한다. 

      당장 90%를 상회하는 키움증권과 80%를 상회하는 미래에셋증권은 4분기 신용공여 잔고 감축에 대한 압박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신용공여를 100% 소진하지 않았더라도 자체 신용공여 한도를 상향 조정하지 말라고 지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업계에선 경쟁 격화로 신용공여 이자율을 낮추는 추세에서 이번 조치로 일부 증권사들의 이자손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이 유입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간 신용공여 이자율 특판 마케팅에 나섰다. 올초 거래대금 유입이 크게 늘어날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다이렉트 계좌 보유 개인고객에게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 금리에 대해 2.2%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초부터 1년간 2.49%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신규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에게 연 3.99%의 금리의 할인혜택을 180일동안 제공한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금리 인상이 점쳐지는 시기에도 메리츠증권은 신용융자 1~7일 적용 금리를 기존 연 5.7%로, 8~15일 금리를 6.7%로 각각 10bp(=0.1%) 낮췄다. 교보증권 신용융자 61~90일 금리도 8.4%로 10bp 낮아졌다. 

      한 증권 담당 연구원은 "거래 수수료율은 이미 많이 낮아져서 경쟁 수단으로 의미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 유입이 늘어날 때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이자율로 경쟁을 하고 있다"라며 "이번 금감원의 조치로 일부 증권사는 이자손익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증시호황으로 큰 폭으로 늘어난 이자손익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019년 기준 주요 증권사들의 세전이익(별도 제무제표)에서 신용공여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44%에 이른다. 키움증권이 44.1%, 미래에셋대우 39.3%, 삼성증권 33.9%, NH투자증권 28.3% 등이다. 신용공여잔고가 지난해 대비 4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익 기여 비중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증권가에선 한 차례 신용융자 금리 인하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8월 주요 증권사 사장 간담회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와 발맞춰 신용융자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에 대한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도 개정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교보증권은 구간별로 신용융자 금리를 구간별로 0.75%포인트 인하했다. 메리츠 증권도 0.2~1%포인트 인하했다. 

      금융당국이 서민들의 금융 비용 완화를 기조로 삼는 한 금융사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공약 자체가 서민들의 금융비용 완화여서 은행을 비롯해 증권사나 보험사와의 이해관계가 다른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