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兆 투자금 필요한 SKC, 필름사업 매각·우선주 가능성? 회사 측은 '미정'
입력 2021.10.05 07:00
    SKC, 2025년까지 5조 투입해 기업가치 30조 목표
    자체 조달·전략적 파이낸싱 등 가이드 제시했지만
    시장선 그룹 전략에 비춰 사업부 매각 가능성 거론
    E&S처럼 재무영향 없는 우선주 발행할지에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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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C의 모빌리티 소재 중심 사업구조 전환 계획을 두고 어떻게 투자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년 내 5조원을 투입하겠다 밝혔는데 그룹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자회사 기업공개(IPO) 카드도 일단 배제한 상황이다. 그간 SK그룹 계열사들의 행보처럼 기존 전통사업을 매각하거나 우선주를 발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SKC는 24일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2025년까지의 성장 전략을 밝혔다. 2차전지와 반도체 소재를 양대 축으로 하는 모빌리티 소재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로 전환해 기업가치를 30조원까지 키운다는 계획이다. SKC는 이를 위해 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동박 사업에 필요한 약 3조원의 투자금이다. 회사는 현재 3만8000톤 수준 설비를 25만톤으로 늘릴 계획인데, 통상 생산능력 1만톤을 늘리는데 약 13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가 밝힌 재원 마련 방안은 크게 '자체 조달'과 '전략적 파이낸싱'으로 나뉜다. 내부 현금흐름 관리 및 사업부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 최적화에 나서는 동시에 시장 내 다양한 외부 투자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조달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미국 포드처럼 합작법인(JV)을 꾸리면 투자 부담이 줄어들지만, 거래 상대를 찾고 협의하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SKC는 29일 영국 실리콘 음극재 생산기업 넥시온과 추진한 JV 설립 안건이 이사회 내부 이견으로 부결되기도 했다. 그룹 차원의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전 계열사가 각자 도생으로 자금을 빨아들이고, SK㈜도 자기 투자를 챙기느라 분주한 터라 그룹 차원의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C의 현금흐름은 개선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투자 부담을 상쇄하기는 어렵다. 핵심 자회사인 SK넥실리스 IPO도 당분간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다. 유망 사업인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지만, SKC는 2024년 이전에는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K넥실리스는 해외 설비 증설이 급한데 SKC가 추가 증자에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다. 때문에 SK넥실리스 해외 법인이 직접 나서 지분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

    • SKC는 대규모 투자금 조달 계획을 상당 부분 새로 짜야 할 상황이다. 회사는 JV 결성, 지분 유치 등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SKC의 행보나 다른 SK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조달 움직임을 살피면 사업부 매각도 빠지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가장 현실적으로 고려할 만한 것은 인더스트리 소재사업(옛 필름 사업) 분할 매각이다. SKC의 폴리에스터(PET) 필름 사업은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4위(22만톤 규모)다. 1977년 국내 최초로 PET 필름을 개발한 이래 40여 년간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SK그룹이나 SKC의 미래 전략에서 중요도도 점차 떨어지는 모습이다. SK그룹이 선정한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와는 거리가 있고, 플라스틱 관련 사업이라 ESG 전략에도 부합하지 않아 계속 안고가기 부담스럽다.

      SKC는 동박 사업에 진출할 때도 화학사업, SKC코오롱PI,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 등 핵심에서 밀려난 사업부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했다. 이제 팔 만한 것은 인더스트리 소재사업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사업부는 수년 전부터 시장에서 매각 가능성이 거론돼 왔는데, 최근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되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업부 매각이 아니고선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KCFT 인수 과정에서도 주력인 화학 사업부 분할 매각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고 SKC 자체적으로도 동박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점지한 터라 매각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 SKC 인더스트리 소재 부문은 SKC 전체 매출액과 영업익에서 각각 34%, 18%를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이 크고, 딸려 있는 자산도 가장 많다. 2019년 저수익 사업을 떨어냈고, 팬데믹 이후 필름 수요가 폭발하면서 수익성 회복이 가파르다. 이에 대형 사모펀드(PEF)들은 매물 출회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부채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 단위 자금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단 해당 사업부에 속한 직원들이 많은 만큼 SKC가 매각하더라도 투자 여력이 있고 성장 전략을 가진 주인을 찾아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ESG와 거리가 있는 산업이지만, 향후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결국은 PET 필름 업체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SKC 관계자는 필름 사업 매각 가능성에 대해 "비즈니스모델 혁신 과정에서 여러 번 언급되었던 사안이나 현재까지 정해진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우선주 발행도 가능성 있는 안으로 꼽힌다. SKC의 상반기 부채비율은 182%인데, 회사는 이를 200% 이하로 유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채 발행이나 기타 차입금 조달에 나설 여유가 많지 않다.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SK E&S가 하는 것처럼 우선주를 발행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SKC로선 SK넥실리스의 지배력을 지켜내야 동박 사업의 가치가 온전히 반영된다. SK넥실리스 상장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선뜻 꺼내지 않는 것도, 지배력을 유지해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선주를 발행하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SK E&S처럼 자회사와 우선주를 결합한 구조를 짜지 않더라도,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상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 증권사 배터리 소재 담당 한 연구원은 "SKC의 현재 시장 가치 상당 부분이 최대 성장 사업인 동박 부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상장에 나설 경우 SKC 주가가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라며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라면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면서도 주가 희석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SKC 관계자는 “SK넥실리스를 중심으로 우선주 발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