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실익 없는 할인?”...마케팅 수단 전락한 ETF 보수 경쟁
입력 2021.10.06 07:06|수정 2021.10.06 07:08
    “경쟁사 ETF 상품 노린다” 삼성∙미래도 나선 ETF 최저 운용보수 전략운용보수보다 매매수수료나 ETF 유동성이 수익률에 더 중요해“보여주기식 숫자경쟁의 최저 운용보수로 투자자 혼란 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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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산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 보수율 인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ETF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운용사의 이런 최저 보수 경쟁이 투자자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TF 보수 인하보다 매매 수수료나 ETF의 유동성이 투자자의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8월 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시장 규모는 64조1870억원으로 성장했다. 작년 말 52조365억원보다 약 12조원 이상 커진 것이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KB자산운용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차례로 ETF 운용보수를 낮추며 최저 보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ETF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ETF 시장을 꿰차고자 너도나도 운용사마다 ETF 운용보수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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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B자산운용은 지난 2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ETF의 운용보수를 0.001%로 파격적으로 낮췄다. 그 결과, 지난해 말 6.5%에 불과했던 ETF 시장점유율은 지난달 말 8.9%까지 늘어나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강 구도’를 구축하던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일부 ETF의 보수 인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코덱스 차이나 A50 등 4종 총보수를 연 0.12%로 업계 최저수준으로 낮췄다.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중국 테마형 ETF를 염두에 둔 것으로 시장에서는 풀이한다. 28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중국 테마형 ETF 10종의 순자산은 약 3조1200억원을 넘어선 반면 삼성자산운용의 중국 ETF 6종의 순자산은 약 4000억원에 그치고 있다.

      반대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이 선점하고 있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보수를 기존의 0.09%에서 0.022%로 낮췄다. 28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ETF와 레버리지 ETF 순자산총액은 각각 2조1148억원, 1조6636억원으로 레버리지와 인버스 종목 ETF에서 시장점유율이 90%로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도 지난 13일 KINDEX 코스피 ETF 등 ETF 상품 5종에 대한 총보수를 연 0.02%로 낮춘다고 밝혔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연금 계좌를 통한 ETF 장기투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ETF에 장기투자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운용보수가 낮아지면 투자 기간이 길수록 투자비용 절감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투자자를 중심으로 ETF 장기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저렴한 운용보수로 투자자의 이익도 늘리는 동시에 투자자를 유인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운용사의 ETF 보수 인하 경쟁이 투자자의 실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TF 낮은 운용보수보다 ETF의 유동성이나 증권사의 매매수수료가 투자자의 실제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보수 10bp(0.1%)의 상품을 1bp(0.01%)로 낮추면 9bp를 절약하는 것이지만 이는 사실 1년동안 보유할 경우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ETF를 거래할 때 보이지 않는 비용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만원의 ETF 상품이 유동성이 낮아 1만100원에 사게 된다면 100bp(1%)를 비싸게 사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는 운용보수 9bp를 절약하는 것보다 더 큰 손해를 보는 셈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저보수로 낮춰도 운용사가 많이 손해를 보거나 이익이 줄어들지 않아 최근 두드러지는 운용보수 저하 경쟁은 보여주기식 출혈경쟁에 불과하다”며 “ETF 상품은 어느 상품이 더 적정한 가격에 매매할 수 있는지 유동성이 더 중요한데 투자자들에게 그런 부분이 드러나지 않고 보수인하 경쟁만 부각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 운용보수보다 ETF 호가 환경이 어느 상품이 더 촘촘하게 되어 있고 적정가격에 매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지가 수익률에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