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서비스형 뱅킹' 잇따라 나서지만...'수익에 도움 안될텐데'
입력 2021.10.08 07:11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나온 서비스
    수익다각화는 많은 연구와 시간 필요하다고 분석
    디지털 제휴를 통해 모객·데이터 확보
    • 은행들이 '서비스형 은행'(이하 BaaS)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비대면-비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한 신사업의 일환이다. 해외에서는 은행의 주력 수익원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다만 국내은행의 BaaS의 수익모델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결국 카드업 등 다른 금융업권의 수수료를 빼앗아 와야 한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으로는 성장성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다만 고객기반을 확대하며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BaaS는 금융회사가 핀테크 기업 등에 대해 금융회사 라이선스 없이도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응용애플리케이션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하는 것이 골자다. 

      예컨데 항공사가 비행기 탑승권과 호텔 이용권 사품을 판매하며 결제 과정에서 제휴 은행의 대출상품을 자동으로 연계해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별도로 은행 사이트나 앱을 거치지 않고,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최근 은행의 BaaS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BaaS 확대를 통한 이(異) 업종과의 디지털 제휴를 통해 디지털 시프트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신한은행은 중소·중견기업에 특화된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데이터 전문회사 더존비즈온의 자사주 1.97%(약 723억 원)를 취득하는 전략적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과 BaaS의 새 모델을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우선 내부 플랫폼 역량과 IT 전문성을 키우는 데 방점을 찍고 향후 BaaS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디지털, IT, 데이터 등 기능별로 분리됐던 조직을 사업과 기술 인력이 함께 일하는 12개 플랫폼으로 개편한 바 있다.

      BaaS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간 자동차할부금융 ‘전쟁’처럼 금융사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서비스라는 평가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금융서비스는 결국 큰 틀에서 고객이 어떻게 돈을 편리하게 빌릴 수 있느냐에 문제로 직결되는데,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서비스 같다”라고 말했다.

      BaaS는 은행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권 수익이 이자이익에 편중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aaS를 활용한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경우 그동안 트레이딩, 자산보관 (asset Custody), 신탁, PB (private banking) 등으로 은행 내 고수익 비이자 수익원을 발굴해 왔으나 아직 글로벌 주요 은행에 비해 총이익에서 비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대출 자산 증가로 이자이익이 규모가 확대됐으나, 비이자이익은 이자이익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은행 이자이익은 22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1조7000억원이 증가한 가운데, 비이자이익 비중은 총이익의 10%대에 그쳐 30~50%를 차지하는 글로벌 은행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다만, BaaS가 은행업에서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지에 대해서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BaaS를 통해서 다른 업종 시장점유율(MS)을 뺏어와 은행의 비이자이익 늘리기는 어렵단 평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으로서는 일반 한도가 있으면 신용카드를 이용할 것이고, 한도가 부족하면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결국 고객마다 상황이 다 다르다”라고 말했다. “결제를 어떤 이유로 결정하느냐는 고객의 선택이라 은행이 BaaS를 시행한다고 해서 특정 업권이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BaaS는 아직 일반화된 사업모델이 아니고, 국가 간 법체계와 영업환경의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BaaS의 수익다각화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은행은 당장 수익성보다 다양한 업종과 디지털 제휴를 통해 모객·데이터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BaaS를 통해 리테일 영업 기반을 뺏기지 않고 묶어둔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디지털부문 관계자는 “BaaS는 수익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기반을 확대하는 부분도 포함된다”라면서 “씬파일러 등 미거래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향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카카오뱅크도 소액 대출을 위주로 진행하지만, 고객을 우선 확보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출의 중요성보다 다양한 고객을 모아서 새로운 비즈니스로 붙여나가는 사전 작업이 현재 금융사 트렌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