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6만 전자'…호실적만으론 인플레 우려ㆍ수급 악화 못 넘었다
입력 2021.10.12 15:34
    개장 직후 '6만전자'行…연중 하락폭 최대
    3분기 실적과 무관…업황 둔화로 설명 불가
    유가·금리·환율 모두 폭등…투자 심리 악화
    메모리 중 낫다지만 내년까진 전망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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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이후 1여년만에 6만원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3분기 잠정 매출액이 사상 최대치인 73조원으로 집계됐지만 주가는 실적과 무관하게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투자 심리가 악화하고, 환율도 비우호적인데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가 작용하며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증시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 하락한 6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 시작하자마자 7만원을 지키지 못하고 약세를 보였고, 이후 6만9000원 초중반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다 오후장 들어 좀 더 주가가 밀리는 모양새였다. 올해 기준 주가는 15% 하락했는데, 하락폭 대부분이 이달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주가 흐름은 지난주 3분기 잠정실적과는 무관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통상 실적 전망치를 6개월가량 앞당겨 반영하는 편이다. 연초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매출 확대 기대감을 반영해 큰 폭으로 치솟은 주가는 이후 3분기까지 상승분을 꾸준히 반납해왔다. 7만원 선이 무너진 건 연말 이후 업황 둔화 우려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제유가 폭등으로 다시 불거진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식시장 수급 악화가 삼성전자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80달러 52센트로 마감하며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612%를 기록하며 반년 만에 1.6%대로 복귀했다.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공급망 병목현상과 함께 인플레 우려가 재확산하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장중 한때 1200원선을 돌파했다.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것은 1년 3개월 만이다. 환율이 오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 부담이 커진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이어지며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2901포인트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증시 내 존재감이 큰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폭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이 쏟아지던 때보다는 지난 3월 인플레이션 우려가 시장을 덮쳤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기관에서 비중이 큰 삼성전자를 매도하면 코스피 지수도 빠지고, 그게 또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메모리 반도체 업황만 놓고 보자면 삼성전자 주가가 경쟁사보단 선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올 들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주가는 각각 27.22%, 25% 하락했다. 메모리 반도체 외 파운드리나 스마트폰 사업을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는 15% 안팎의 조정을 겪었다.

      그러나 전 세계 공급망 병목현상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 우려가 단기간 내 해소될 수 있을지 불확실해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를 반영해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를 낮춰잡고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증권가 추정치에 부합하긴 했지만 4분기는 계절적 비수기가 될 전망"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둔화하고 사업 전반적으로 비용이 확대되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 눈높이를 낮춰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