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수성 나선 삼일까지 참전하며 격해지는 회계사 인력전쟁
입력 2021.10.14 07:00
    부동의 업계 1위 삼일도 인력전쟁에 참전
    경쟁사 김앤장식 초격차 전략에 대한 경계심
    삼일 "통상적인 수준의 채용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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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회계법인들이 총성 없는 ‘인력 전쟁’을 펼치고 있다. 신외감법 시행 이후 빅4 중심의 회계시장에서 중견 회계법인들이 두각을 나타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그간 조용했던 부동의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 마저 회계시장 재편 상황에서 1위 수성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경쟁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삼일 회계법인이 채용시장에서 대규모 인력수혈을 하고 있다. 올해 4대 회계법인 채용 결과 삼일은 지난해 보다 40% 안팎이 늘어난 385명의 신입회계사를 채용했다. 삼정화계법인도 390명의 신입 회계사를 채용하면서 두 회계법인이 1000여명 남짓의 신입 회계사의 절반 이상을 채갔다. 삼일은 비단 신입 회계사뿐 아니라 경력직 회계사 채용에도 적극나서고 있다.

      통상 4대 회계법인은 250여명 안팎에서 신입 회계사를 채용해 왔다. 매년 배출되는 신입회계사 수가 정해진 상황에서 서로 균등하게 신입회계사 채용 숫자를 맞쳐온 것이다. 이런 균형이 올해엔 깨졌다.

      그 이유에 대해선 우선 회계사 인력난이 거론된다. 중소, 중견 회계법인들이 급성장하면서 이들의 인력수요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다 타 업종에서도 회계사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 사모펀드, 금융사 등에서 회계사를 모셔가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빅4 회계법인의 퇴사율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일로서도 현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인력전쟁으로 퇴사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지켜만 보긴 힘들다. 통상 10% 수준의 퇴사율이 최근 몇 년사이 올라가고 있다.

      올해로 창립 50년을 맞이하는 삼일은 어느 업종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수십년간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규모 장치 산업을 기반으로 한 업종이 아닌 전문 인력만으로 이뤄진 프로페셔널 회사가 수십년간 업계 1위를 고수한 다는 것 자체가 경영학 교과서에 나올만한 사례로 평가 받는다.

      국내에서 삼일에 견줄만한 곳으로는 김앤장 정도가 꼽힌다. 두 회사 모두 수십년간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회사다.

      다만 삼일과 김앤장의 전략에선 그간 ‘결’이 달랐다. 김앤장은 압도적 1위 전략을 바탕으로 법률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김앤장-태평양-광장-율촌으로 이어지는 로펌 순위에서 김앤장은 50%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8년 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 클럽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인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거론된다. 김앤장의 인력수혈 원칙은 당장 필요한 인력이 아니더라도 우수한 인력은 경쟁사에는 뺏기지 않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이미 충분한 인력이 있더라도 우수 인재가 경쟁사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채용에 나설 정도로 인력 영입에 적극적이다”라며 “김앤장이 압도적으로 업계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인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삼일은 4대 회계법인 중에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압도적 1위라고 하기에는 경쟁사들과의 간격이 크지 않다. 2019회계연도 기준으로 삼일회계법인 매출액은 6848억원, 삼정회계법인은 5615억원 수준으로 양사간의 매출액 차이가 100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삼정이 지속적으로 인력 확충에 나서면서 양사간의 격차는 더욱 좁혀질 상황에 처했다. 이러다 보니 삼일도 예년 수준의 인력확보만으론 1위를 지키기 힘든 판국이다. 자연히 삼일도 공격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경쟁사들은 삼일의 이런 변화를 두고 그간의 수비적인 업계 1위 전략에서 탈피해서, 김앤장처럼 초격차 전략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경계심을 드러낸다. 퇴사율이 올라가곤 있지만 업계 1위 브랜드를 바탕으로 여전히 경쟁회계법인 보단 삼일의 퇴사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신규 인력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쟁사들은 위기의식을 느낀다.

      주목할만한 점은 삼일의 공격적인 행보는 업계 경쟁 구도 판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삼일이 빅4 체제의 중심을 잡았다면, 점점 이런 역할에 제약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쟁사의 경계심에 대해 삼일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인력채용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삼일의 전략이 바뀌었다기 보단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고, 업계 1위를 지키기 위해선 가만히 있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삼일 회계법인 관계자는 “퇴사율이 올라가는데다 삼정 회계법인이 경쟁적으로 채용에 나서면서 업계 1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채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