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 난 소액주주 '배수의 진'...막상 손해볼 것 없는 셀트리온?
입력 2021.10.22 07:00
    셀트리온 고점 대비 45% 하락...소액주주 비대위 구성
    셀트리온 주가 떨어질수록 3사 합병시 오너일가에 유리
    경영진 해임은 쉽지 않아...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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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배수의 진을 쳤다. 셀트리온이 사실상 주가 하락을 방치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 운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지분 매각도 불사하겠다며 현재 1400만여주(지분율 약 10%)의 지분을 모았다.

      증권가에서도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유의미한 지분이 모인데다, 그간 '팬덤'으로 유명했던 소액주주들이 셀트리온에 등을 돌린 까닭이다. 방법론 면에서 좀 더 정교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칫 회사 좋은 일만 시켜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 주가는 20일 21만원대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최고점 대비로는 45% 급락했다. 연초 이후 20일 기준 주가 하락률은 39%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 오른 점을 감안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3분기 셀트리온의 매출 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3분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5700억원이지만, 최근 발행된 레포트는 대부분 4000억원대 초중반을 점치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컨센서스 대비 20% 이상 낮은 수치로 전망된다. 

      주주들이 기대를 걸었던 램시마SC의 매출 역시 올해 셀트리온 실적엔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램시마SC의 공급이 부진한데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비축량이 상당한 까닭이다. 키움증권은 이달 초 셀트리온 목표주가를 기존 35만원에서 한 번에 20%나 낮아진 28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 소액주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배경엔 이런 주가 급락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주주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주주와 소통이 없는 현 경영진의 행태에 분노한다'며 주가 급락을 방지한 데 대한 회사 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마련된 간담회에서 비대위가 자사주 매입 등의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에서 신약 개발 등을 통해 회사 가치 증대에 힘쓰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제시하며 상황이 더 악화했다는 평가다.

      비대위 측은 현재 지분을 모으며 임시 주주총회 소집과 국민연금 항의서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임시 주총 소집을 통해 서정진 명예회장 2세들의 경영 참여를 배제시키고, 나아가 주주 가치를 등한시하는 현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분쟁이 길어질수록 소액주주들에겐 불리할 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빠르게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힘을 모으지 않으면 지리멸렬한 싸움이 될 거라는 평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소액주주측이 내건 '주식 매도'는 사실상 셀트리온을 돕는 것"이라며 "셀트리온 주가가 낮아질수록 상장 3사 통합시 서 명예회장측 지분이 많아지게 된다"고 언급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서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직ㆍ간접을 합쳐 35%에 달한다. 반면 셀트리온엔 개인 지분이 없고, 간접 지분율도 19% 수준이다. 만약 3사 합병을 진행한다면, 셀트리온 주가가 낮을수록,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가 높을수록 서 명예회장이 보유하게 되는 통합회사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경영진 교체 역시 쉽지 않은 전략이다. 상장사 사내이사의 해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경영진 해임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한 후 전체 주식 수의 3분의 1,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동의를 구해야 한다. 비대위가 목표대로 37%의 지분을 모은다고 해도 장담할 수 없는 수치라는 평가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안정성이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하며 기관들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총이 표 대결로 치닫는다면 투기 수요가 달라붙으며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소액주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로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꼽힌다.

      현재 셀트리온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있다. 셀트리온 정관은 이사의 수를 '3인 이상 10인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정관 개정 없이 추가로 선임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한 자리 남아있는 것이다. 이사의 선임은 주주총회 일반 결의 요건으로, 전체 주식 수의 과반 참석과 참석 주식 수의 과반 찬성으로 통과가 가능하다.

      물론 주주 추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한 전례가 국내엔 극히 드물다. 대형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들이 아직 보수적인데다, 의결권 자문사들이 '자격조건 미달'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하며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셀트리온의 경우 소액주주 비중이 과반을 넘는 점을 고려하면 아예 비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증권사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맡아온 한 실무자는 "삼성물산도 제일모직과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을 집집마다 찾아다녔듯이 지배구조의 변곡점에선 소액주주들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현 상황에선 그냥 주가가 다시 오르면 소액주주운동이 와해될 가능성이 커보이는데, 이 기회에 주주 추천 이사 등 주주들의 의견이 경영진에 반영될 구조를 짜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