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2대주주 PRS 만기 8개월 앞으로…손바뀜 여부에 촉각
입력 2021.10.25 07:00
    SK디스커버리 2대주주 지분 PRS 방식 매각
    내년 6월 만기…재구조화나 매각 가능성 거론
    SK에코 상장 시 파생거래 걸림돌 될 가능성도
    친환경 업고 장외가 급등…"너무 올랐다"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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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에코플랜트의 2대주주였던 SK디스커버리가 맺은 주가수익스왑(PRS, Price Return Swap) 계약 만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투자자들의 회수를 고려해야 하고, 파생계약을 맺은 주주가 있으면 향후 상장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분 계약을 다시 하거나 새로운 주인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회사가 건설사에서 친환경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장외 몸값이 치솟은만큼 새 투자자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SK에코플랜트의 최대주주는 SK㈜(44.48%)고, 두 곳의 특수목적회사(엠디드래곤1차, 엠디드래곤2차)가 지분 28.25%를 가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 2대주주였던 SK디스커버리가 지주사 행위제한 해소를 위해 2019년 SK에코플랜트 지분 전량을 PRS 방식으로 두 SPC에 넘긴 이후 지배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PRS 거래 주관과 자산관리를 맡아 투자자를 유치한 바 있다.

      PRS는 총수익스왑(TRS)과 유사한 파생계약의 일종으로, 배당이나 금리 등 여러 변수를 따져 정산하는 TRS와 달리 주식가치만을 정산 시 고려한다. 정기적으로 수수료(PRS 프리미엄)를 받되, 자산 매각 금액과 최초 매수액 차이를 정산하는 방식이다. 비싸게 팔면 SK디스커버리가 차익을 얻고, 반대의 경우엔 SK디스커버리가 손실분을 투자자에 보전해줘야 한다.

      PRS 계약 기간은 3년이었는데 이 만기가 내년 6월말 돌아온다. 이에 따라 SK에코플랜트 2대주주 지분을 둘러싼 투자구조를 바꾸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 대형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PRS 거래 만기가 다가오면서 SK에코플랜트 지분이 시장에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투자 제안이 들어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SK그룹 차원에서도 SK에코플랜트 2대주주 지분의 향방은 중요한 요소다.

      SK그룹은 기업가치를 키운 후 자본시장에서 가치를 실현하는 전략을 적극 펴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SK에코플랜트도 오래지 않아 상장사 반열에 들 가능성이 크다. 단 지금까지는 상장 작업이 녹록지 않았다. 건설업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2018년에는 해외에서 대규모 사고까지 벌어지며 증시 입성이 불가능해졌다. 회사는 상장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SK그룹과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선 상장에 나서려면 꼼꼼히 제반 사항을 따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TRS 등 주주의 계약 문제로 상장에 차질을 빚은 경우는 없다. TRS도 통상 진성매각(True sale)으로 인정되는데 주식가치 변동에 따른 수익만 따지는 PRS는 매각 진정성이 더 높다. SK에코플랜트는 확실한 최대주주도 있다.

      그러나 상당한 지분이 파생거래 형태로 묶여있다면 한국거래소가 지배구조를 더 꼼꼼히 따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과거 SK㈜와 SK디스커버리 어느 지주사로 지분을 모을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었다. SK그룹 차원에선 SK실트론 TRS와 관련해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TRS는 자산에서도 빠지는 진성 매각이지만 거래소에서도 그렇게 봐줄 것이냐는 다른 문제”라며 “SK에코플랜트가 상장에 나서려면 2대주주 지분을 다시 구조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의 상황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계약이든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무조건 살펴보게 돼 있다”며 “2대주주라 할지라도 지분율이 유의미하다면 문제 소지가 있는지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행위제한 요소에 걸리는 만큼 SK디스커버리가 SK에코플랜트 지분을 되사올 수는 없다. 다시 구조를 짜서 새로운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거나, 사모펀드(PEF) 등 투자자에 지분을 넘길 가능성도 고려할 만하다. SK에코플랜트는 자본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SK그룹 계열사고, 건설사에서 친환경기업으로 변모하며 시장의 인식도 달라진 상황이다.

      단 SK에코플랜트의 높아진 기업가치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있다. PRS 계약 당시엔 장외가에서 10%가량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3만500원에 몸값이 정해졌지만, 지금 장외 주가는 8만원 수준을 오가고 있다. EMC홀딩스 인수 후엔 9만원을 넘기도 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과거 장외에서 건설사로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작년 EMC홀딩스를 인수한 후엔 친환경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거래배수가 크게 뛰어올랐다”며 “SK그룹 측에선 SK에코플랜트 지분 문제를 풀고 싶겠지만 시장에선 아직 그 정도 장외 가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