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메모리 업황 우려 속 호실적에 간만에 웃는 주가
입력 2021.10.26 12:19
    3분기 낸드 흑자전환 성공…연간기준 흑자 예고
    공급망 불안·中 전력제한 등 업황 우려 여전해도
    수익성 중심 영업·낸드 흑자 속 M&A 완주 기대
    올들어 지속 하락한 주가 모처럼 3%대 반등
    • (그래픽=윤수민 기자)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둔화 우려 속에서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하며 모처럼 주가가 큰폭으로 뛰고 있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마무리를 앞두고 낸드 사업에서 연간 기준 흑자전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업황 우려가 여전할 전망이지만 주가 회복세는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26일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액이 11조8053억원, 영업이익이 4조171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직전 분기 대비 54.8%, 전년 동기 대비 220% 늘어났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에 집중한 덕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은 당초 예상과 달리 한자릿수 초반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사 재고가 통상적인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PC용 D램 가격 협상이 장기화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에서도 어느 정도 수익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고민이 깊지만, 인위적인 가격 조정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 내년까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응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낸드의 경우 연초 기대대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3분기 낸드 10%대 초반 빗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를 예상했지만, 실제 출하량은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28단 제품의 추가 수율 개선과 순조로운 양산 확대로 이익률이 크게 개선된 덕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 사업에서 수년 만에 연간 기준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실적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날 실적 발표회에선 메모리 시장 업황을 둘러싼 고민이 두드러졌다. 시장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업황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과 중국의 전력제한 조치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여러 불확실성이 중첩되며 어느 때보다도 계획이나 전망을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라며 "장비 발주 관련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있고 자본적지출(CAPEX)에 대한 고민이 깊다. D램은 가능한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고 낸드의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지만 설비투자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고, 수익의 30% 중반 수준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4분기 이후에도 이번 분기처럼 수익성 중심 사업을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거론됐다. 

      발표회에 참석한 한 기관투자자는 "계약 가격이 오르고 있는 3분기에 싸게 팔면 팔 수 있는데도 안 팔았다는 건 새로운 이야기"라며 "현재 주가는 시장이 이런 전략을 믿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로 보이는데 비수기인 4분기 들어서도 이런 전략을 지속할 수 있느냐"라고 질문했다. 

      SK하이닉스 측은 "D램 수익성 확보가 중요하긴 하지만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고 해서 현금확보로 연결되지 않고 있어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라며 "수익성 중심 영업을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고객사 재고가 역사적으로 높은 상황인 점을 감안해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설명드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메모리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주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하자 SK하이닉스 주가는 큰폭으로 뛰고 있다. 개장 직전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이 공시되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 이상 오른 채로 출발했다. 오전 11시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3% 오른 10만3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실적발표를 통해 고객사의 높은 재고 수준이나 업황 둔화 우려에도 SK하이닉스의 수익성 중심 영업 전략으로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단 점이 일부 확인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반도체 기업 주가가 업황을 6개월가량 먼저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중 업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낸드의 경우 4분기 흑자를 유지하더라도 3분기에 비해 이익폭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높지만, 인텔 낸드 사업 인수 이후 성장이 가속화할 거란 기대감도 전해진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인수 관련 8개국 중 7개 공정당국의 승인을 확보했다. 중국 정부의 승인이 늦어지고 있지만 연내 무리 없이 마무리가 가능할 거란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합병 작업이 낸드 시장 경쟁구도에 실보다는 득이 많은 거래라 중국 정부도 합리적으로 연내 승인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딜 클로징이 2~3개월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다양한 보완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지만 기존 계획과 대비해 큰 변수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