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네트워크' 각축장 된 S&I 건물관리 사업 인수전
입력 2021.10.27 07:00
    일감 몰아주기 해소 위해 경영권 지분 매각
    어피너티-서브원, 맥쿼리-CNS 등 투자 경험
    이도 컨소시엄은 범 LG가 측면 지원 나서
    IMM PE는 LG 투자 관계 없이 백지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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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그룹의 빌딩관리 사업부 매각은 당초 시장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점점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맥쿼리PE 등 이미 LG그룹과 거래를 해본 사모펀드(PEF)가 경쟁하고 있고, 이도 컨소시엄에선 LG家 인사들의 조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IMM PE는 다른 곳과 달리 백지 상태서 시작하는 점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22일 M&A 업계에 따르면 S&I코퍼레이션은 이달 말 건물관리 사업 자회사 S&I FM 경영권 지분 매각 본입찰을 진행한다. 회사는 이달 초 건설(S&I건설)과 건물관리(S&I FM) 사업을 물적분할했고, S&I FM 지분 60%를 판다. 어피너티와 맥쿼리PE, IMM PE, 이도 컨소시엄이 적격후보로 선정돼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S&I코퍼레이션은 ㈜LG 100% 자회사로 건설, 건물관리, 레저 등 사업을 한다. 건물관리(FM) 사업의 작년 매출은 5439억원인데, 상당 부분을 LG그룹 계열사 일감으로 벌어들였다. 회사는 분할 목적을 사업 전문성 강화, 책임경영체제 구축이라고 밝혔는데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하자 사전에 경영권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S&I코퍼레이션은 건물관리 사업은 LG그룹과 범 LG그룹의 건물과 공장의 관리 물량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반면 성장성은 높지 않았다. 작년엔 회사가 지수아이앤씨와 맺은 LG트윈타워 청소 용역 계약을 해지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수아이앤씨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녀인 구훤미씨, 차녀 구미정씨가 지분 50%씩을 가지고 있었는데 논란이 이어지자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각광받는 산업이 아닌 데다 잡음이 생길 소지도 있으니 매각 초반엔 투자하기 쉽지 않은 자산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여니 쟁쟁한 투자자들이 나섰고 정식 자문사까지 고용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피너티는 크레디트스위스(CS), 맥쿼리PE는 도이치증권, IMM PE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투자은행(IB)의 도움을 받고 있다. 어쨌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나오고 있고, 예상 거래 금액도 4000억원 수준으로 적당하다 보니 투자금 많은 대형 PEF들이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투자 경험 면에선 어피너티와 맥쿼리PE가 앞서 있는 모습이다. 모두 대규모 투자로 LG그룹의 고민을 해결해 준 인연이 있다. 관계가 돈독하면 당장 인수 협상에서 유리하고, 향후 그룹 캡티브 물량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어피너티는 2019년에도 S&I코퍼레이션(옛이름 서브원)이 소모성자재구매(MRO) 사업부를 분할해 신설한 서브원의 경영권 지분 60.1%를 6000억원가량에 인수했다. 이번 거래와 서브원 인수는 상대가 S&I코퍼레이션이고, 신설 회사에 투자, 거래 지분은 60%,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 공통점이 많다. 인수 자문사 CS는 서브원 경영권 매각을 주관하기도 했다. 어피너티는 올해 잡코리아, 요기요 등 주목받은 거래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공격적 투자 기조를 보이고 있다.

      맥쿼리PE는 작년 LG CNS 지분 35%를 인수하며 LG그룹과 연을 맺었다. LG CNS 역시 그룹내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책임지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있었다. ㈜LG는 맥쿼리PE에 LG CNS 지분 35%를 팔아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추면서 1조원 가까운 현금도 확보했다. 맥쿼리PE는 당시 해외 사업 확장 전략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KKR을 제치고 LG그룹의 낙점을 받았는데, 이후 LG CNS 투자를 주도했던 핵심 인력 일부는 이탈했다.

      폐기물 처리 및 부동산 전문 업체 이도는 KB증권 PE 부문, LK투자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S&I FM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 두 FI 모두 LG그룹과 관계에 눈길이 간다. KB증권 PE사업본부는 김현준 상무가 이끌고 있는데, 김 상무는 구훤미 씨의 둘째 사위로 알려져 있다. 구본욱 LK투자파트너스 대표는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동생 구철회 LIG그룹 회장의 손자다. LIG투자증권과 LIG손해보험에서도 임원을 지낸 범 LG가 인사다.

      LG그룹 입장에서 S&I FM 매각은 일감 몰아주기, 일자리 논란 등 부담을 안고 추진하고 있다. 그러니 일각에선 이런 상황에 LG가와 범 LG가 인사가 관계된 투자사가 나서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시선도 있다. 이전처럼 하청계약 업체들이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KB금융의 부동산 관리를 맡아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 얼마나 현실성 있을지 미지수다.

      IMM PE는 상대적으로 LG그룹과 연결고리가 약하다. 올해 자회사인 IMM크레딧솔루션이 LG화학과 손잡고 친환경 및 배터리 소재 분야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하긴 했지만, LG그룹 계열사에 직접 투자한 사례가 없었다. 다른 경쟁사에 비해 백지에서 출반하는 형국이다 보니 불안감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새로운 얼굴이고, 건물관리 사업 현장이 주로 국내란 점은 나쁘지 않은 요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S&I FM 인수전 참여사들은 다 LG그룹과 관계가 깊은 곳들”이라며 “IMM PE는 상대적으로 연이 없었지만 LG그룹이 새로운 투자자로 외연을 넓히려 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