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대박 속 티빙 몸값도 2兆?…컨텐츠 제작부터 수익구조까지 난제 산적
입력 2021.10.29 07:00
    Pre IPO 예비입찰 눈앞…OTT 섹터 관심은 높아
    기업가치 2조까지 거론되지만 걸림돌 적지 않아
    유통력·제작능력 부족하고 해외 판로 개척도 난제
    주주 이해상충 가능성…"안전장치 약할 것" 우려도
    •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TVING)이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섰다. 넷플릭스의 호조 속에 티빙의 기대도 높아지는데 시장에선 성장 전망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분위기다. 단순 국내 콘텐츠 유통으론 돈을 벌기 어렵고, 오리지널 콘텐츠 판권을 앞세워 해외로 나가자니 대형사들과 싸울 체력이 부족하다. 네이버, JTBC스튜디오 등 든든한 우군이 있지만 콘텐츠 제작과 권리 보유, 판매 등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사업확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M&A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노무라증권 주관으로 상장전 투자유치(Pre-IPO) 작업을 진행 중이다. 29일 예비입찰을 진행하는데 상황에 따라 내달 초까지 제안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티빙은 신주를 발행해 3000억~4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최근 오징어게임 열풍 속에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영역이 주목받고 있는 터라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높다. 수 십 곳의 잠재 투자자가 투자안내서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티빙의 눈높이를 맞출 투자자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투자유치 후 티빙의 기업가치는 1조원대 중반에서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거론된다. 사업 모델과 경쟁 환경 등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수치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OTT는 기본적으로 콘텐츠 유통 창구인데 단순한 유통은 돈이 되지 않는다. 유통만으로 돈을 벌려면 유료 가입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야 하는데, 티빙 가입자 수는 연내 20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는 수준이다. 네이버 멤버십 가입 시 티빙 이용권이 주어지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유료 고객은 그보다 적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내선 유의미한 판권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나마도 유일한 창구는 아니다.

      넷플릭스가 입증한 것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부가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역시 녹록지 않다. 한국의 중소 OTT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다.

      드라마의 경우 보통 제작비의 40% 수준을 방송채널에서 미리 보전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 방영권을 사가는 셈이다. 여기에 간접광고(PPL)를 활용해 10~15%를 챙기고, 2차 채널에 VOD 판권 등을 팔아 20% 수준을 회수한다. 나머지 30%가량의 제작비는 해외에 IP 판권을 얼마나 파느냐에 따라 회수 성적표가 달라진다. 잘 팔리면 추가 수익까지 거둘 수 있지만, 원금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최근 K콘텐츠의 위상이 달라졌어도 모든 작품이 해외 시장서 각광받을 가능성은 작다. 오징어게임이 소위 ‘가성비’ 좋은 작품이라지만 국내 제작 환경에서는 나오기 어렵다. 제작비의 10%, 20%를 턱턱 얹어주며 입도선매하는 넷플릭스를 따르기는 불가능하다. 넷플릭스 등장과 콘텐츠 가치 상승으로 배우, 제작 인력, 후속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도 치솟고 있다. 같은 작가(김은희 작가)와 배우(전지현)가 손잡은 드라마 킹덤과 지리산의 컴퓨터 그래픽(CG)의 수준차가 곧 넷플릭스와 경쟁사의 격차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OTT로선 제작 기능을 완전히 내재화하기 어렵다. 회당 제작비 10억원 안팎의 웹드라마나 예능 정도로는 파급력을 기대할 수 없다. 소위 ‘먹히는’ 작품을 만들려면 드라마에 회당 100억원의 제작비는 들여야 하는데, 이런 작품들도 흥행하고 입소문을 타는 것은 운에 기대야 한다. 여러 곳에 돈을 뿌리고 일부 작품의 흥행만으로도 가입자와 이익 순증을 기대할 수 있는 넷플릭스 사업 모델과는 거리가 있다.

      티빙은 ‘세계 최고의 K콘텐츠 플랫폼’을 표방하지만 아직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해외로 보내기에 효율적인 창구도 아니다. 쓸만한 K콘텐츠는 넷플릭스, 중국 아이치이 등 글로벌 공룡들이 먼저 점하는 경우가 많다.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도 계약이 이미 끝난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채널에서 방영할 '수목 드라마 2년치 판권' 전체를 사전계약하는 식이다. 국내 OTT와도 경쟁해야 하니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CJ그룹은 10년 전부터 OTT 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내부 갈등으로 실기했다는 평가도 있다.

      티빙엔 1월 JTBC스튜디오, 7월엔 네이버가 주주로 참여했다. 최근 1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까지 감안한 티빙 지분율은 CJ ENM 67.61%, JTBC스튜디오 17.64%, 네이버 14.75%다. 네이버 IP, JTBC스튜디오의 제작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티빙은 해외 진출을 위해 네이버 메신저 라인과도 손잡았다.

      티빙 입장에선 네이버와 JTBC스튜디오가 든든한 우군이다. 그러나 티빙과 시너지에 앞서 자사의 이익을 먼저 따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나 JTBC스튜디오는 돈을 들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더라도 꼭 티빙을 통해 공개할 필요는 없다. 티빙의 콘텐츠는 JTBC나 tvN 등 방송 채널을 통해 내보낼 수 있겠지만, 비어있는 ‘드라마 방영 슬롯’을 잡는 것부터가 숙제다. 주주들이 해외 콘텐츠 제작사, OTT 등에 투자하고 있지만 '게임 체인저'로 보긴 어렵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JTBC나 tvN과 협의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겠지만 넷플릭스 같은 거래처가 있는 상황에선 티빙이 우선권을 가지기 쉽지 않다"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용이 크게 올랐는데 해외 수출 루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가치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국내 OTT 경쟁사인 웨이브(wavve)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 덕에 유통 경쟁력은 좋은 대신,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주주로 있어 판권 활용에 제약이 많고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건 마찬가진데 이번 티빙 투자 조건은 웨이브 때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웨이브는 2019년 5년 만기 전환사채(CB)를 발행해 2000억원을 유치했다. 기업가치 1조원에 만기보장수익률 3.8%로, 상장서 성과가 없더라도 안전장치가 있었다. 티빙 투자유치에서 회수 보장 수단이 그보다 약하다면 재무적투자자(FI)가 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 잠재 투자자는 "아직 티빙 투자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CB 방식은 어려울 것이고, 우선주를 발행하더라도 상환 부담이 있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은 아닐 것으로 본다"며 "티빙은 콘텐츠 유통력이 약하고 순수 유료회원이 얼마나 되는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 원하는 기업가치를 맞춰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