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EOD만은 안돼”…화재 발생한 물류센터 '현금담보'까지 제공해 골드만 남겨
입력 2021.11.01 07:00
    2017년 골드만삭스 3000억원 대출
    6월 화재 이후 EOD 가능성 거론
    골드만, 최종 만기까지 대출 보유하기로
    쿠팡, 대출 유지 위해 보유 현금 담보로 제공
    • 물류센터의 대규모 화재로 인해 기한이익상실(EOD) 선언 직전까지 몰렸던 쿠팡이 보유한 현금을 담보로 제공하며 '투자자 달래기'에 성공했다. 뉴욕증시 상장 직후 EOD 선언으로 투자자들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IB 업계에 따르면 이천 물류센터의 대주단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지난 6월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EOD 선언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쿠팡과의 협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만기까지 대출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7년 쿠팡의 물류센터(이천 덕평리·인천 오류동)를 담보로 회사에 5년 만기 3000억원을 대출했다. 골드만삭스가 대출을 결정할 당시만해도 쿠팡의 사업성과 현금창출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상당히 컸다. 따라서 골드만삭스는 물류센터는 물론이고 상품의 재고까지 담보잡아 후순위 기준 연 8%가량의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담보가치는 5000억원 수준으로 담보대출비율(LTV)는 약 60%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선순위 채권은 유동화했다. 

      쿠팡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거나 담보 물건의 손실 등의 상황이 현실화하면 골드만삭스는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코로나 상황에 물류센터의 가격은 고공행진하고, 경기도 지역의 물류센터 설립이 까다로워지면서 이천 물류센터의 가치도 상승하는 시기였기때문에 EOD를 선언한다해도 골드만삭스의 투자금 자체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높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상장은 물론 사업의 영속성에도 투자자들의 의문이 큰 상황에서 골드만삭스가 대규모 투자에 나섰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투자구조가 마련됐다”며 “사실 대주단 입장에선 EOD를 선언하면 더 큰 수익을 기대해 볼만한 상황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천 물류센터 화재 직후 쿠팡은 대주단과 협상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보유 현금을 담보로 제공하며 대주단의 이탈을 막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출의 만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나서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올해 초 뉴욕증시에 상장한 직후 화재가 발생했고,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는 시점에서 대주단의 EOD 선언이란 겹악재는 반드시 막아야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대주단에 현금 수 천억원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며 “다행히 상장 이후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쿠팡이 투자자들의 부정적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할 수도 있는 상황을 방지하지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