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에도 ESG 바람…환경영향부터 여성임원비율까지 답변 요구
입력 2021.11.03 06:59
    해외기관투자자, ESG평가 강화하는 추세
    카카오페이 IR서도 관련 계획 질문하기도
    다만 국내는 아직 '얼리 스테이지' 지적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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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국내 대형연기금 등이 ESG를 주요 투자기준으로 삼으면서 국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관련 문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 시장에서도  ESG 평가가 강화되는 추세인 것이다. 

      아직까지는 해외 기관투자자 위주로 질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공모주 시장에서 '대형 앵커 투자자'의 존재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라 주관사들이 상장 준비 과정에서부터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준비기업 기업설명회(IR)에서 해외 기관투자자의 ESG 평가 항목 질의응답이 늘고 있다. IPO를 진행 중인 기업을 상대로 임직원 남녀성비, 진행 중인 사업의 사회적 기여도나 향후 계획 등을 묻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모주 투자를 결정하는데 앞서 ESG 평가 요소를 꼼꼼히 살피려는 모양새다.

      주요 국내 기관들도 ESG 등급에 따라 공모주 청약을 차등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ESG 관련 항목을 점검하고 등급이 낮으면 대어(大魚)급이라 하더라도 청약 물량에 제한을 두는 방식이다. 다만 국내 임팩트 투자는 초기 단계라는 시각이 많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진행된 카카오페이의 IR에서도 기관투자자들의 ESG 관심이 이어졌다고 알려진다. 카카오페이가 ESG와 관련해서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지 등 관련 계획이나 제반 사항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카카오페이가 '서민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비전으로 내걸고 100% 균등 배정을 최초로 추진하는 등 IR에서도 차별화 요소가 있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주요 국내 증권사 IPO 부서들은 기관투자자 행보에 발맞춰 상장준비기업들에 ESG 요소를 장려하는 등 IR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여성 이사회 멤버를 선임하거나 규정보다 더 상세하게 경영 견제 장치를 마련하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기관투자자들의 공모 수요가 전체의 50~60%를 차지하기 때문에 흥행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관측이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ESG 관점에서 평가가 들어가기 때문에 서류 작업 간소화 같은 사소한 부분도 차별화 포인트로 준비한다. 페이퍼 관련된 비용이나 리소스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구조의 사업에서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빅딜의 경우 IR 차별화 포인트로 ESG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달 규모가 5000억원 이상만 돼도 해외투자자 유치가 필수적이라는 풀이다. 지난 9월 상장한 현대중공업도 친환경을 키워드로 기관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공모자금 1조원 중 7600억원을 친환경 선박과 수소 인프라에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금융을 이끄는 미국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어 IPO 기업을 향한 ESG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IPO를 앞둔 기업들이 이사회에서 최소 1명의 임원이 '다양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도록 했다. 특히 여성 멤버가 있는지 초점을 둘 거라고 밝혔다.

      증권사에서 IPO를 담당하는 실무자는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ESG 경영 기조가 강화되자 IR에서 해외투자자들이 ESG 평가 항목을 직접 물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여성 임원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해당 기업이 사회에 어떻게 혜택을 줄 수 있는지 묻는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