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매물은 쏟아지는데…회계·로펌 귀해진 몸 값, 실사 일정 잡기도 빠듯
입력 2021.11.04 07:00
    취재노트
    M&A 거래 급증…실사 수요 넘치고 전문가는 태부족
    올해 3분기, 2018년 거래규모 2배 이상
    회계법인·법무법인 기업 실사는 필수코스
    신외감법 도입에 감사파트 초호황
    고도의 전문성, 과도한 업무량 딜 파트 기피현상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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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로나 시국과는 무관하게 활황인 곳이 바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다. 올해 이베이코리아, 두산공작기계 등 몇몇 초대형 M&A가 눈에 띄기도 했지만, 사실 거래가 더 활성화한 시장은 중소·중견 M&A 시장이었다.

      뉴딜펀드를 비롯한 정책 자금이 수년 동안 쏟아졌다. 올해 중순까지 꾸준히 유지된 저금리 기조는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경영권 거래를 주된 업무로 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스타트업 투자와 그로쓰캐피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업계는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실제로 원금의 수십배 이상을 벌어들인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M&A 거래 시장의 규모는 약 7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약 37조1000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3분기까지만 보더라도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8년(약 53조원)의 전체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오랜 기간 투자금회수를 고민하던 PEF의 포트폴리오들이 새주인을 찾았다. 중소형 M&A 거래 움직임이 지속함에 따라 당분간 이 같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업의 경영권을 사고 파는 거래, 메자닌 또는 소수지분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가 바로 ‘기업 실사’다. 거래 과정에서 법률적인 문제점은 없는지, 회계가 투명한지를 따지는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해당 분야 전문가인 법무법인과 회계펌인을 선임해 기업 실사를 맡긴다.

      M&A의 거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자연스레 기업 실사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의 인력들이 M&A 실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투자자들이 짧게는 2~3주, 몇 달을 기다려도 일정을 잡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국내 한 PEF 대표급 관계자는 “투자 검토를 요청하는 거래는 상당히 많은데 직접 기업실사를 나가 회사를 면밀히 들여다볼 전문인력인 로펌과 회계법인의 인력들과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며 “실사 일정을 잡지 못해 M&A의 프로세스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회계법인의 인력 품귀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4대 회계법인은 역대 최대규모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감사법인을 지정하고, 기업의 규모에 따라 적정 감사 시간을 적용하도록 한 신(新)외감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사실 M&A 거래 업무, 즉 딜파트에서 신규 인력이 참여해 역할을 수행하긴 어렵다. 기본적인 기업의 회계업무를 숙지한 실무자들이 딜파트에 배치돼 업무를 수행하지만, 사실 회계사들이 그리 선호하는 분야는 아니다. 업무량은 많고 상당한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체계는 미흡하다. 그렇기에 현재 초황을 누리고 있는 감사파트에 인력 편중이 심화하고 있다.

      법무법인도 마찬가지다. 크로스보더 거래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외국변호사를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됐다. 딜 파트를 선호하지 않는 변호사들의 이유도 회계법인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보니 투자자들의 실사 비용은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디스카운트는커녕 크로스보더 거래의 경우 웃돈 없이는 실사 일정을 잡기조차 어려운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실사 비용 ‘디스카운트’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기업 실사의 순위가 다른 업체에 비해 한참 뒤로 밀리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당분간 M&A 시장의 호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자본시장법의 개정으로 대형PEF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는 크게 늘어났다. PEF간 포트폴리오를 직접 거래하는 세컨더리 시장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창업주의 경영권 매각,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각광받는 신사업 유니콘 기업들의 투자 유치는 여전히 활발하다.

      규제 이슈로 촉발한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의 인력난은 당분간 심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사를 담당할 전문 인력들의 기피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당장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