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효과 사라지는 카드사...내년 수수료율이 관건
입력 2021.11.05 07:11
    카드론 증가·조달비용 감소·대손비용 감소효과 사라져
    카드 혜택 줄여 손실 보전 가능성 거론
    • 올해 3분기에도 카드산업은 코로나19 특수효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금융업계에서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카드 업계가 누렸던 카드론 증가·조달비용 감소·대손비용 감소 효과도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등 각종 리스크로 인해 내년 실적은 올해와 비교해 부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도 수수료율 인하 등을 염두에 두고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분주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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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3일 업계에 따르면, 5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잠정)은 총 5431억원으로 전년 동기 4642억원 대비 약 17% 늘었고, 누적 순이익은 총 1조708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31% 상승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686억원) 증가한 5387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카드는 누적 순이익으론 42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35% 오른 실적을 달성하며 업계 2위 자리를 지켰다. KB국민카드는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2% 증가한 1213억원을, 누적 순이익은 3741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한 수치다.  

      특히 3분기에선 중소카드사들의 약진이 눈길을 끌었다. 하나카드는 올 3분기 당기순이익과 누적 순이익으로 각각 568억원, 1990억원을 냈는데 작년과 비교해 약 15%, 74% 증가했다.   

      우리카드 역시 큰 폭의 성장을 거뒀다. 우리카드는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2% 치솟은 540억원을 기록하는 한편 누적 순이익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3% 상승한 1750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호실적에도 카드사들은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기저효과에다 비용절감으로 이룬 불확형 흑자라는 설명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카드사 실적 개선 원인은 코로나19 특수효과로 인한 중신용자 중심의 카드론 증가, 카드비용 절감 및 조달비용 감소, 대손비용 감소 등 복합적 영향이 작용됐다”라고 말했다.

      당장 업계에선 DSR규제에 따른 카드론 성장이 제약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년부터 2금융권대출 문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1월부터 2금융권 개인 단위 DSR을 현행 60%에서 50%로 조이겠다고 밝혔다. 

      카드론 차주들의 대출 가능한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카드사들의 카드론 취급액이 줄어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는 반응이다. 

      다른 신평가 관계자는 “DSR 비율이 낮아지니 대출할 수 있는 금액도 줄어들 것이고, 과거보다 카드론의 증가율은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론 같은 대출 수익으로 실적을 만회하는 상황에서 DSR 규제는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금융권 규제에 따른 카드론 시장 축소는 이미 시작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 9월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4조887억원으로 8월(34조6226억원)보다 5339억원 줄었다. 카드론 잔액이 감소세로 접어든 것은 15개월 만이다. 

      여기에 카드사 조달금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 카드사 조달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존재하지 않아 전적으로 시장성 수신에 의존하는 자금조달 구조로 되어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27일 대표 시장금리로 통하는 3년물 국고채 금리는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연 2%를 돌파했다. 1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108%에 장을 마쳤다.

      무엇보다 관계자들은 11월 말 결정될 ‘가맹점 수수료율’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2012년부터 3년마다 적격비용을 확인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하며, 올해 재산정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대비로는 실적 저하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실적 저하 수준은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의 폭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결정될지에 달려있어 개편 결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카드 수수료 재산정 과정에서 추가 인하가 결정되면 내년 카드 업계의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최대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수수료 0.1% 인하 시 카드사 합산 영업이익 손실액은 5200억원, 0.15% 인하 시 9200억원, 0.2% 인하 시 1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결국, 카드 사용자에게 주어질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같은 규제가 업계에 적용되면 카드사 간 경쟁 강도 자체는 낮아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금리인하 혜택들을 조금씩 축소하면서 수익성을 맞추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실제 7개 전업카드사는 2018년 100개의 카드를 없앴고 수수료가 내려간 2019년에는 이의 2배인 202개, 지난해에도 202개를 단종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