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첨단소재 투자유치에 국내 PEF 북적…몸값 산정·회수 조건 경쟁
입력 2021.11.08 07:06
    스틱·글랜우드 등 국내 대형사 위주 경쟁구도 형성
    경량소재 바람타고 몸값 상승…소수지분 매각 유행
    경쟁에 투자금 상승 가능성…회수 조건 박해질 수도
    한화그룹 자본시장 활용 역량 늘면서 FI의 협상력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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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솔루션이 첨단소재 부문 소수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 유치를 추진 중이다. 든든한 실탄을 가진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관심을 보이며 투자금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수지분 투자인 만큼 회수장치 역시 중요한데 자본시장 활용 경험이 쌓이고 있는 한화그룹으로부터 PEF가 후한 조건을 얻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M&A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첨단소재 부문을 물적분할 한 후 해당 법인의 소수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유치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은 49%로 거론되는데 지난달부터 제한적으로 투자 제안을 받고 협의를 진행해왔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글랜우드PE를 비롯 복수의 국내 대형 PEF들이 적극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첨단소재부문 물적분할 및 지분 일부 매각’ 추진에 대해 “다양한 전략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자문사 없이 거래를 검토하다가 최근 외부 도움도 받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잠재 투자자들도 일단 초기 제안을 했을 뿐 확정된 것이 없다는 분위기지만, 기관투자가들과 금융사를 접촉하며 거래에 대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전신은 한화케미칼로 작년 1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합병한 후 지금의 사명이 됐다. 그룹의 케미칼, 태양광, 첨단소재 등 사업을 아우르는데 수소 등 미래 사업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투자 유치를 검토했다. 올해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 개발기업인 RES Mediterranee SAS(RES프랑스) 1조원가량에 인수하며 자금 조달 필요성도 커졌다. 이에 폴리염화비닐(PVC), 첨단소재 등이 한화솔루션이 활용 가능한 카드로 거론돼 왔다. 

    • 첨단소재 부문은 자동차부품소재, 산업용소재 주력의 경량복합소재부문과 전자소재, 태양광소재 등의 기능소재부문으로 돼 있다. 국내에선 자동차 부품사 현대모비스(매출 비중 4%), 아이아(4%), 태양광 발전 관련사 현대에너지(5%) 등이 고객이다. 첨단소재 사업은 회사 내 매출 기여도나 이익 창출력이 부족한 데다, 플라스틱 산업이다 보니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 경량화 요구가 증가하며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도 커졌다. 수소, 압축천연가스 등 고압탱크 분야 성장성도 기대된다.

      첨단소재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란 시선이 있었지만, 최근엔 지분 49% 가격으로 수천억원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3000억원 수준일 것이란 예상이 있었는데, 최근 투자 업계에선 5000억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 실탄이 많은 대형 PEF들이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라 몸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한화솔루션은 그룹 후계자 김동관 사장이 이끌고 있으니, 이번 거래를 잘 성사시키면 향후 추가 투자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 지분 매각은 국내 대형 PEF들의 경쟁이 뜨겁다”며 “시장에 소수지분 투자를 바라는 곳들이 많으니 그룹 입장에서도 굳이 경영권 매각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수지분 투자인 만큼 PEF로선 금액을 써내는 것 이상으로 회수 안전장치가 중요한데, 한화그룹으로부터 후한 조건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화는 오랜 기간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니콜라 등 잡음도 있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투자 역량도 커졌다. 김동관 사장의 보좌진 맨파워도 상당히 잘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RES프랑스 투자는 외국계 투자은행(IB) 도움 없이 처리했고, 해외 중소형 투자도 수십건씩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화시스템의 경우 재무적투자자(FI)들의 회수 시점과 조건을 충분히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기업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많다. 시장의 유동성은 여전히 많고, PEF들은 최근 크레딧펀드 등 전략도 다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화종합화학 소수지분 매각의 경우 글로벌 PEF를 매수자로 초빙했으나 한화그룹은 주주간계약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화그룹의 경험이 쌓이고, 자본시장 활용 역량도 늘어나다 보니 투자자 사이에서는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최근 진행중인 한화솔루션 중국 PVC 법인 지분 49% 매각의 경우도 조건이 박하다는 평가다.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는 매각자가 보유한 지분까지 함께 매각하는 권리(Drag along), 한화 측은 이에 대응해 투자자 주식을 매수할 권리(Call option)을 갖는데 콜옵션 행사시 보장 수익은 IRR 3.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