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터 쏠림 심화된 공모주 시장…바이오 울고 2차전지 웃고
입력 2021.11.08 07:08
    2차전지 관련 기업들 공모주 수익률 두드러져
    핵심 소재 생산 기업들 PER 치솟아 상승 여력 커
    반면 바이오 기업은 코로나19 '끝물'에 투심 악화
    • (그래픽=윤수민)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업공개(IPO)시장의 옥석가리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2차전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횡보장에도 2차전지 소재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자 해당 섹터의 공모주 상승여력도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악화됐다는 관측이다. 바이오 업계 특성상 매출이 부진해 투심에 불리하고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은 진단업체들의 상장도 '끝물'이라는 평가다. 

      2일 2차전지 전해액 생산 기업 엔켐은 장중 전날 대비 8% 이상 오른 8만6900원까지 치솟았다. 상장 첫날 형성된 시초가는 공모가(4만2000원)보다 94.3% 높은 8만1600원이었다. 하반기에 상장한 기업들의 첫날 종가 기준 공모가대비 수익률이 40%임을 감안하면 월등한 수준이다. 

      공모주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상장 기업들은 연거푸 시초가가 급락했다. 지난 29일 상장한 프롭테크 기업 리파인은 시초가대비 24.34% 급락했다. 같은 날 상장한 반도체 공정장비 제조기업인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도 시초가보다 20% 급락한 1만9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리파인의 경우 공모가보다 31.9% 하락한 수치다.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은 투심이 한 풀 꺾인 하반기에도 IPO 시장에서 흥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상장한 2차전지와 수소전지 전극용 제품 제조기업인 지아이텍은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에 성공했다. 지난달 7일에 상장한 2차전지 양극재 열처리 전문 기업 원준도 첫날 공모가 대비 63% 상승하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약세를 보였지만, 공모가와 비교해서 각각 80.71%, 56.77% 오른 상태다. 

      2차전지 소재 생산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관련 섹터 공모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는 풀이다. 국내 2차전지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 생산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중국에 비해서도 2배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양극재 업체들의 2022년 PER 추정치가 평균 62배로 중국 양극재 업체들의 평균인 33배에 두 배 수준이다.  

    • 반면,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심은 악화됐다는 시각이 많다.  

      하반기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은 대부분 공모가 대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부터 지난 1일까지 상장한 바이오 기업 8곳의 평균 공모가대비 등락률은 -7%다. 2차전지 기업의 공모가대비 등락률은 65.98%로 격차가 크다. 

      개인투자자 기관투자자 할 것 없이 열기가 식은 모습이다. 에이비온, 프롬바이오, 차백신연구소의 개인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100대 1을 밑돌았다. 프롬바이오는 기관들의 무관심에 공모가격을 희망밴드보다 낮은 가격으로 확정했고 차백신연구소도 공모가 밴드 하단으로 결정됐다. 

      당초 바이오 공모주 열풍은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은 일부 진단업체들이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상장 당시 아스트라제네카를 위탁생산한다고 알려진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관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수요예측 경쟁률 코스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바이오업계는 특성상 매출을 발생시키기 어려운 구조로 투심에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신약개발까지 수십 년이 소요될 수 있고 신약 개발까지 6~7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R&D를 위해 천문학적 비용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1월1일부터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기술평가 항목도 강화됐다. 기존에 기술평가 내용이 26개에서 35개로 늘어났고 기술평가 항목도 사업성은 2개에서 3개로 늘었다. 시장에선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들 위주로 선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공모주 시장의 주도주가 2차전지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확연하다는 분위기다. 

      IPO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공개에 나선 바이오 기업들의 수익률이 안좋다보니 심사를 하는 심사단 입장에서도 보수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좋은 섹터(2차전지 등)가 발굴 돼, 굳이 바이오에 눈 돌릴 필요가 없어졌다"라며 "2차전지 공모주 수요를 흡수할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할 때까지는 트렌드가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