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의 산업은행, 수뇌부 대이동 가능성 부각
입력 2021.11.10 07:10
    취재노트
    성주영 전무 7년 임기 마무리…연쇄 이동 가능성
    3인자 최대현 부행장, 수석부행장 맡게 될지 관심
    이대현 KDBI 사장·임기 만료 부행장 인사도 주목
    임기 2년 남은 이동걸 회장, 내년 거취에도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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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문재인 정부의 끝이 다가오면서 산업은행의 정기 인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금까지 인사의 폭이 크지 않았고, 이번 정부에서의 마지막 인사라는 점에서 경영진의 연쇄 이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통상 연말 연초를 기해 경영진 인사를 진행해왔다. 3000명 넘는 조직에서 부행장 자리는 10개 안팎이니 연말이 다가오면 누가 영예를 안느냐 예상들이 많아지곤 한다. 내년 3월 새 정권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이 높다.

      성주영 수석부행장(전무이사)은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성 수석부행장은 2015년부터 부행장 직을 맡았고, 임기 3년차인 2017년에 이동걸 회장이 취임했다. 산업은행 부행장 임기는 보통 2+1년인데 그해 이동걸 회장은 '조직 안정'을 위해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1년의 추가 임기, 2019년부터는 수석부행장으로 3년의 임기를 더 얻으며 유례없는 장기 부행장 가도를 달렸다. 임기(내년 1월 2일)에 맞춰 7년의 부행장 이정이 이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성 수석부행장의 다음 행선지는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KDBI는 대우건설 매각 성과가 눈앞에 다가왔고, 두산인프라코어 투자도 집행하는 등 소기의 출범 목적을 달성했다. 이후에도 산업은행의 의중을 이어받아 일을 처리할 인사가 필요한데 오랜 기간 산업은행 경영을 이끈 성 수석부행장이 적임자 중 하나로 꼽힌다.

      이대현 KDBI 사장은 내년 상반기까지가 임기다. 이후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뜻을 지인들에 피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등 중요한 현안을 잘 챙겼으니 다음에도 산업은행의 부름이 있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있다. 대우건설 매각 성과에도 큰 욕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회사 산은캐피탈은 부사장이 사장으로 가는 방식이 정립됐고, 다른 자회사나 관리 회사도 많이 줄어든 터라 이대현 사장의 ‘급’에 맞는 자리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사장은 과거 금호타이어 경영을 맡으려 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성주영 수석부행장의 자리를 채울 인사는 현재로선 최대현 선임부행장이 첫 손가락에 꼽히는 분위기다. 최 선임부행장은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대우건설 관리단장, 비서실장 등을 거쳤고 2019년부터 부행장 직을 수행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선임부행장’ 직을 신설했다. 이론상 수석부행장이 선임부행장보다 높다보니 처음엔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기업금융, 글로벌사업, 자본시장 등 핵심 부문을 최대현 선임부행장이 맡았기 때문에 반드시 수석부행장이 챙길 사안이 아니면 최 선임부행장이 주로 보고를 받는 구조가 정착됐다.

    • 이 외에 장병돈 혁신성장금융부문장, 오진교 중소중견금융부문장, 양기호 자본시장부문장, 배영운 심사평가부문장 등도 올해가 집행부행장 3년차기 때문에 입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은 작년말 인사에서 박선경 경영관리부문장만 신임 집행부행장으로 선임했다. 박 부행장은 이동걸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산업은행 인사를 진행했는데,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이동걸 회장의 거취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다 보니, 꼭 정권 교체가 아니더라도 새 정부가 들어오면 회장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다음 대통령 임기는 내년 3월부터다. 작년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의 임기는 2023년 9월 10일까지로 2년 가까이 남았지만 실질 임기는 반년 정도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동걸 회장은 각종 기업 구조조정, 신산업 육성 등 중요 업무를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전 정권에서 중용된 부행장도 역량이 있으면 안고 갔고, 인사 폭도 최소화했다. 다만 최근엔 의욕이 많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평가도 없지 않다.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지적이 있었고, 일부 투자 건에선 소송이 불거지며 부담이 생기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면 산업은행의 과거 결정이 도마에 오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그 자체로 금융과 정치의 중간 영역에 있다보니 바람 잘 날이 없다. 이 회장은 작년 성과상여금 포함 4억원가량의 연봉을 받았는데, 이는 민간 금융지주사 회장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작년 연임도 개인 의사보다는 ‘노리는 인사가 많지 않은 상황’에 떠밀려 받아들였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올해 여름에는 2주간 자리를 비우며 무슨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실제로는 직원들이 편히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휴가를 길게 간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