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넥스트'는 블록체인…싱가포르로 모이는 시니어 개발자들
입력 2021.11.12 07:00
    크러스트 위한 대형 프로젝트 시동 거나
    산하 시니어 개발자들 대거 집결 모양새
    두나무 성공 사례 맞춰'플랫폼' 만들지 주목
    크러스트 중심의 지배구조 변경 검토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점찍은 차세대 사업 축은 '크러스트(Krust)’가 유력하다. 카카오는 최근 싱가포르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를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데 더해 대대적으로 지배구조도 검토했다고 알려진다.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그룹 산하 시니어 개발자들이 크러스트를 위해 대거 집결하고 있다. 싱가포르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고 전해진다. 블록체인은 카카오 해외 비즈니스의 핵심 사업이다.

      차기 핵심사업으로 낙점된 크러스트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일찍이 카카오 창업멤버인 송지호 카카오 공동체 센터장 등 김범수 의장 최측근이 대거 합류하며 힘을 보탰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 2018년 '카카오 3.0'을 선언하면서 카카오그룹 해외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블록체인'을 꼽았다.

      크러스트를 중심으로 카카오그룹의 지배구조 변경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거버넌스 관점에서 크러스트를 위시한 사업 구조 정리 방안을 고민했다는 설명이다.

      로펌업계에선 김 의장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스타트업 업계에 일반적인 '플립(flip)’ 형태일 것이라 보고 있다. 플립은 국내 본사를 해외 법인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통상 해외 투자나 현지 고객과의 접근성 차원에서 사용된다. 투자 유치로 희석될 오너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 선호된다. 미국 회사의 한국 지사 형태인 쿠팡이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이 경우 천문학적 수준의 과세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내 법인과 해외 법인의 주식 맞교환에 따른 차익 양도소득세 부담은 막대할 것이란 분석이다. 기업가치가 오른 뒤 이뤄지는 플립의 경우 창업자의 세금 부담이 크다. 실제 카카오는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과세 규모에 대해서도 내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 '개발자'를 모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IT업계는 크러스트가 블록체인·가상자산과 관련해 어떤 확장성을 보여줄지 관심을 보여왔다. 두나무 성공 사례를 발판삼아 크러스트를 주체로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 간 가상경제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업계에선 카카오그룹의 다음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가상경제 '선점'으로 요약되는 최근 국내 기업 간 신사업 트렌드와도 맞닿아있다. 두나무는 하이브와 지분 스와프(맞교환)를 통해 본격 NFT(대체불가토큰)사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손잡고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경제 활동이 가상공간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너도나도 가상자산·NFT· 메타버스 등 접점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규제 이슈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평가다. 크러스트는 국내보다 비교적 규제가 덜한 싱가포르에 위치해 있다. 블록체인 전문 변호사는 “싱가포르에선 가상자산사업자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펀드를 만들거나 투자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국내와 달리 증권형토큰공개(STO), 파생상품 판매 등도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내수 위주에서 벗어나 해외로 주력사업을 키워가는 본격적인 계기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개발자들 사이에선 카카오가 크러스트를 이미 그룹 차기 사업으로 낙점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크러스트는 최근 3억달러 규모의 '클레이튼 성장 펀드(KGF)'로 스타트업과 개발자에 투자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