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에 품목허가 취소 돌발 악재…단기 실적 하락에 M&A도 영향 미칠까 촉각
입력 2021.11.12 07:00
    식약처, 휴젤 4개 품목 허가 취소…전체 매출 절반에 해당
    단기 매출·영업망 영향 불가피…식약처와 장기전 가능성도
    휴젤 M&A 영향에 촉각…”큰 차질 없이 완료될 것” 예상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1위 보툴리눔 톡신 기업 휴젤이 약사법 위반 혐의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사안의 경중과 실질 법위반 여부 등을 따져야겠지만 일단 단기 실적 하락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휴젤은 경영권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데 돌발 악재로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0일 식약처는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 2개사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보툴리눔제제 6개 품목을 국내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품목에 대한 허가 취소 및 회수·폐기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일 휴젤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11일 거래가 재개됐지만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11일 종가는 13만원으로 9일(18만2200원)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다.

      보툴리눔 톡신과 같은 생물학적 제제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판매 전에 약사법에 따라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 보톡스 업체들은 보따리상이라 불리는 도매업체들을 거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승인받지 않은 제품을 팔아왔다. 암묵적인 업계 관행이었는데 식약처가 다시 제동을 건 상황이다.

      휴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애초 해외 수출 목적으로 도매상과 거래하는 것이니 이를 식약처장의 승인이 필요한 ‘국내 판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무리한 해석을 내렸다며 10일 취소소송(본안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행정절차 상 소요 시간을 감안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휴젤 제품 등을 사용 중지 조치했다.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하는 데는 통상 1~2달 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휴젤이 밝힌 영업정지 금액(2020년 국내 및 해외 매출 합산)은 1095억원으로 작년 연결기준 매출(2110억원)의 51.9%에 달한다. 금액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단기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휴젤의 제조ㆍ판매 중지 명령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다시 매출이 발생하게 되지만 그 때까지 판매 채널이 약화할 가능성은 있다. 과거 1위 기업 메디톡스도 행정 처분과 취소 소송 등을 거치면서 영업력이 약해진 바 있다.

      식약처 입장에선 위법의 경중이나 실질도 중요하지만 형식상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책임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법위반 소지가 있으면 일단 품목허가 취소와 같은 강한 조치를 내린다는 것이다. 법원이 기업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대법원의 판결까지는 끌고 가려할 가능성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품목허가 취소를 받으면 행정처분일까지 단기적인 매출 타격을 받고,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판매 채널이 흔들릴 수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 엄청난 타격은 없더라도 식약처가 대법원까지 끌고 가려 한다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휴젤이 돌발 악재를 맞으면서 경영권 매각 작업에 차질이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베인캐피탈은 지난 8월 보유 중인 휴젤 보통주와 전환사채(CB)를 중국 CBC그룹 컨소시엄에 1조7239억원에 매각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거래는 내년 1월 이후 최종 종결될 예정인데 중간에 달갑지 않은 변수를 맞았다. 매출 절반에 해당하는 사업이 타격을 입은 상황인데, 이를 거래 조건을 변경할 중요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면 거래 종결을 낙관하기 어렵다. 일부 거래 조력자들도 일정이 늦어지지 않을까 시선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거래 관계자는 “이번 품목허가 취소가 휴젤에 심대한 타격을 주겠다는 것은 아니고 매출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며 “MAC(material adverse change, 중대한 부정적 변화)으로 볼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거래는 계약한 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품목허가 취소보다 ‘균주 출처’ 문제가 더 부담되는 문제일 것이란 시선도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8월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지적재산권(IP) 보호를 위해 글로벌 로펌 ‘퀸 엠마뉴엘’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회사의 IP를 침해해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권리를 되찾겠다고 했다. 퀸 엠마뉴엘은 IP 분야 소송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균주 분쟁 문제는 ‘관념적으로 존재할 뿐 실재하지 않는 위험’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메디톡스가 본격 행동에 나서면서 국내 보톡스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휴젤 인수 주역인 CBC그룹은 올해 중국 시후안의약(四环医药)으로부터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시후안의약은 휴젤과 계약을 통해 휴젤 제품의 중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다. 시후안의약 측은 CBC그룹이 작년 사업 협력을 이유로 자사 자산을 실사했는데, 이때 얻은 정보를 활용해 휴젤 인수에 나섰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