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 구도 단순해진 두산그룹...박지원 VS 박진원 경영권 승계 후보는
입력 2021.11.15 07:00
    취재노트
    두산그룹 떠나는 박용만 회장 일가
    박정원 회장 체제 6년차…기존 회장단 임기 4~5年
    산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종료 임박
    구조조정 시대 매듭짓고, 성장에 전념할 오너에 관심
    친족 경영 1순위 후보는 박진원 두산차량 부회장
    그룹 내 영향력은 박지원 두산重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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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두산그룹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장 논란이 많았던 그룹 중 하나이다. 두산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으며 휘청였고, 결국 산업은행에 긴급자금을 요청하며 관리체제에 돌입했다.

      2016년 3월, 4세대 오너 시대를 연 박정원 회장은 지난 5년간 그룹의 성장보단,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매달려야 했다. 지주회사인 ㈜두산을 쪼개고 핵심 사업을 외부에 매각했다. 그룹의 외형은 자연스레 작아졌다. 원전 사업의 대안으로 소형원전, 풍력발전, 수소에너지 등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그룹을 이끌 핵심사업으로 부상하기까진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 3세대 회장단의 임기는 약 4~5년. 내년 초 만 6년째를 맞는 박정원 회장의 뒤를 이을 새로운 수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한 시점이 됐다..

      최근엔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박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전 두산중공업 상무가 모두 두산그룹 내 직책을 내려놓기로 결심하면서 그룹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사실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의반타의반으로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해야 했기 때문에 인프라코어를 중심으로 영향력이 건재했던 박용만 회장의 지위가 애매해진 점이 박 회장 일가가 두산그룹을 떠난 배경이란 해석도 나온다.

      경영권 승계 시기, 그리고 회장별 역할론을 따져봐도 새로운 회장의 선임 시기가 머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두산그룹은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조만간 종료할 전망이다. 3조원에 가까운 채무는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부동산 자산들을 팔아 대부분 갚은 상태이다. 

      결국 박정원 회장이 임기 내에 오롯이 그룹의 재건에만 힘썼다면, 박 회장의 뒤를 이을 새로운 경영자는 그룹의 사업적 기틀을 다시 새우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두산그룹은 친족 경영의 원칙을 지켜오던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다. 고(故) 박두병 초대회장의 장남인 고(故) 박용곤 회장부터 박용성(3남)·박용현(4남)·박용만(5남) 회장이 각각 차례로 회장직을 맡아왔다. 이제까진 4세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로 3세대 각 회장들의 장남이 차례로 승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다. 물론 두산그룹의 특성상 오너일가의 가족 회의를 통해 차기 회장이 결정되기 때문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3대의 형제경영과 달리 4대는 사촌경영 체제로 탈바꿈하기 때문에 후계구도에 대한 예측은 더욱 어렵다는 평도 있다.

      기존에 예상된 순서대로라면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부회장은 상당히 유력한 회장 후보 중 하나이다. 1968년생인 박진원 부회장은 두산음료의 사원으로 입사해 박용만 회장이 만든 두산그룹의 핵심 전략수립 부서 트라이씨(Tri-C)에서 3년간 몸담았던 전략통으로 꼽힌다. 박진원 부회장은 현재 ㈜두산의 지분 3.6%를 보유한 박정원 회장, 박지원 회장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몇몇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그룹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던 점이 가장 큰 약점이다. 오랜 기간 그룹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정원 회장 체제 내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인물은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이다. 1965년 생인 박지원 회장은 과거 2001년 두산그룹이 인수한 한국중공업의 민영화에 앞장선 인물 중 하나이다. 현재로선 그룹 내 박 회장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전사업이 주축인 두산중공업을 맡고 있기 때문에 현 정부내에서 주목도가 높은 재계 인사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장자 승계의 예상을 깨고 박지원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성공할 경우, 그 다음의 경영권 승계 구도는 더욱 예상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과의 재무약정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산은이 그룹 후계구도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물론 그룹 자체적, 그리고 오너일가 내부적으로 결정을 해왔던 문제이긴하지만 재무약정 종료와 맞물려 그룹이 되살아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산업은행 입장에선 이를 구현할 최적의 인물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란 평가도 나온다.

      사실 박진원 부회장, 박지원 회장 등 누가 경영권을 승계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친족 간 경영권 승계 방식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다. 오너 일가가 내부적으로 승계 전통을 따르는 것과는 별개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각을 점점 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두산그룹의 회장은 지분만을 승계하는 방식이 아닌, 직접 최고경영자이자 최종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경영자 지위를 물려주는 방식이다. 사회적가치(ESG)가 점점 더 강조하는 추세 속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부합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춘 인사들에 대한 요구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