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ㆍ신세계ㆍ현대차...내년 대기업 '리츠 전쟁' 벌어진다
입력 2021.11.17 07:00
    리츠 활용 방안 두고 대기업들 물밑 논의 활발
    시장 활성화된 데다 SK리츠 성공적 공모 신호탄
    신사업 자금 조달 위한 유연한 자산 유동화 수단 평
    다만 투자자는 자산 퀄리티 및 장기적 성장 가능성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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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 등 자금 조달이 필요한 대기업들 중심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리츠의 성공적 상장 이후 신세계·네이버 등 대기업들 내부에서 리츠 활용 방안을 두고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과거 일부 리츠는 모회사의 비우량자산을 담은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만큼 투자자는 편입된 자산의 퀄리티나 운용 계획등을 꼼꼼이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데이터센터(IDC) 및 사옥 등 보유한 부동산을 리츠에 담는 방안을 두고 내부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신사업을 위한 자금조달 뿐 아니라 리츠 주식을 임직원 복지에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현재 6500억원을 투입해 초대형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세종에 짓고 있다. 이외에도 5400억원을 투입한 춘천 데이터센터와 지상27층 지하7층 규모의 그린팩토리(제1사옥) 및 지상 29층, 지하8층의 제2사옥 등을 보유하고 있다. 리츠에 담을 기초자산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다.

      네이버 이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 GS그룹 등이 리츠 스터디에 들어간 곳들로 시장에서 거론된다. 리츠 업계가 성장하면서 자산 유동화 수요가 큰 대기업들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리츠 시장은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가 2018년 '리츠 공모·상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3~4년새 성장 가도에 들어섰다. 지난 2018년 12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공모리츠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했다. ▲예비심사면제 등 상장규정 정비 ▲운용지원 및 양질의 자산 확보 ▲특금·펀드의 리츠투자 규제 완화를 비롯한 투자방법 다양화 등의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이어 2019년 9월에 국토교통부가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7개에 불과했던 코스피 상장 리츠는 현재 15개까지 늘었다. 2010년 50개에 그쳤던 설립 리츠 수는 올해 9월 기준 302개로 집계됐다. 리츠 자산 규모도 11년전과 비교해 10배 가량 성장한 70조원 수준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자산유동화에 유연한 상장 리츠 활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대기업이 현재 보유 부동산을 유동화하는 구조를 살펴보면 일부 지분을 유치한 채 다른 지분을 유동화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유동화를 통한 조달 자금으로 신 사업에 투자를 하고 다른 일부로는 부동산의 배당수익 및 자산 가치 상승을 꾀하기 위함인데 리츠는 기존 펀드에 비해 영속성도 있고 추가적으로 자산도 매입할 수 있어 이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롯데쇼핑을 대주주로 둔 롯데리츠는 매년 5~8000억원의 자산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8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편입했듯 2022년에도 이 수준의 편입을 협의중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롯데리츠는 롯데쇼핑 8조원, 롯데글로벌로지스 5000억원 규모의 그룹자산의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SK리츠의 성공적인 상장이 신호탄을 쏘았다는 관측이다. SK리츠는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청약에서 공모 리츠 기준 역대 최고 경쟁률(552대1)과 최대 증거금(1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SK그룹의 기업공개(IPO)중에서도 사상 최고 경쟁률인 것으로 알려진다. 

    •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이 너도나도 ‘리츠 스터디’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리츠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대기업 중 선두주자는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프라퍼티를 중심으로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리츠 AMC 설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야구단 SSG랜더스', 'W컨셉', '이베이코리아' 등 굵직한 거래를 연이어 단행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풀이다. 신세계그룹은 전국에 대형마트, 백화점, 호텔등을 보유한 '부동산 재벌'로 불린다. 

      신사업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GS그룹도 리츠를 논의하고 있는 곳으로 시장에서 언급된다. 올해 GS그룹은 PEF 운용사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바이오기업 '휴젤', 배달 앱 '요기요', 반려동문 전문몰 '펫프렌즈'를 공동 인수했다. 기존 주력 사업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적극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GS칼텍스가 보유한 전국 주유소 등 GS그룹의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가 가능하다는 추측이 나온다. 

      전동화·수소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도 시장에서 거론되는 곳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25년까지 60조1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점유율 5%대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신축중인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신사옥은 상징적인 기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자금 조달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잇따라 리츠 시장을 두드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리츠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사업 전환 등 자산 유동화 수요 확대 등으로 대기업이 리츠를 검토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국내 리츠는 본격 성장의 길목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추세라면 국내 상장리츠는 2022년경 2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거 싱가포르 사례를 볼 때 상장리츠 개수가 20여개에 도달하면 관련 지수와 금융상품 개발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까지 자산편입을 준비하는 리츠들의 자본조달 규모만 약 8000억원이고 편입 자산 규모는 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선 리츠에 편입되는 대기업 자산의 퀄리티와 장기적 운용전략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리츠의 경우 롯데쇼핑의 비우량자산을 자사의 리츠에 편입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리테일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 더해 부동산 입지 매력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한 리츠 담당 한 연구원은 "대기업들이 상장 리츠에 자산을 담는다고 했을 때 퀄리티와 그 이후의 운용 전략을 잘 살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