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ㆍNFT까지 휩쓰는 '조각 투자'...법 모호해 플랫폼만 배불릴 우려
입력 2021.11.19 07:00
    고수익 보장 확실치 않아...정보의 비대칭성도 커
    법적 책임도 모호..."업체 사라지면 손실 불가피"
    • 특정 투자 상품을 여러 지분으로 나누고, 나뉜 지분에 투자하는 '조각 투자'가 재테크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며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플랫폼 종속성이 강해 '혁신'보다는 '역행'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각 투자는 자산가가 아니라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시장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근 1~2년새 각광받고 있다.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성장세 역시 빠르다. 다만 법적 책임 소지가 불명확해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각 투자는 투자 가치가 높지만, 가격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던 투자 상품을 여러 명이 비율을 쪼개서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매각 시에는 지분율만큼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 최근 미술품, 명품에 이어 부동산까지 조각 투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사실 조각 투자 자체는 새로운 기법이 아니다.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 역시 부동산에 대한 권리 자체를 투자 상품화하고 이를 소액으로 나눠 투자받는다는 점에서 조각 투자의 성격을 띈다.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중금리 대출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대출해 주는 P2P펀딩은 2019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P2P법)을 통해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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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만 최근에는 블록체인의 일종인 NFT(non-fungible token) 기술에 기반하여 소액 투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미술품과 음악 저작권 등 아트테크를 비롯해, 명품시계와 한정판 신발, 한우, NFT(디지털 자산 진품증명서)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조각 투자 시장이 비(非)제도권, 비(非)유동자산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조각 투자에 대한 우려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 조각 투자 플랫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시중 금융상품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 투자자가 그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미술품 조각 투자의 경우 간혹 수익률이 200%에 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술품 구매부터 판매에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자자의 체감 수익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조각투자 플랫폼의 위험요인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거론되고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구매 이력을 공개하거나, 실시간 수익률·판매 내역 등을 명시하지만 세부적인 정보는 여전히 가려져 있다. 

      업체와 소비자 간 정보 불균형으로 피해사례가 발생할 여지도 충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플랫폼에서 작품을 비싸게 사고, 나중에 해당 작품을 싸게 팔면 플랫폼 회사는 이득을 보고 소비자는 손해를 보게된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법망 밖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조각 투자 플랫폼은 자금을 모아 시세차익을 통한 수익을 나누는 ‘투자 사업’을 하고 있는데도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체로 등록한 곳은 거의 없어서다. 

      미술금융·가상화폐 전문가인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체가 사라지는 등 사고가 일어나면 투자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며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시장이 크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커지는 조각투자 시장에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신한은행도 올해 1월 서울옥션블루와 미술품 조각 투자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7월 중단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에 법률적 이슈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고객이 신한은행 앱에서 투자를 하는 만큼 해당 상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 대비해 신한은행이 소비자 보호 방안을 더 꼼꼼하게 마련하라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분을 쪼개서 상품을 매매하는 조각투자 방식이 기존 법률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품에 대해서 진행되다 보니, 일반 불특정 다수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는 고가의 그림이나 신발을 공동 구매한 후 디지털 소유권을 받고, 추후 그 그림이나 신발이 고가에 팔리면 그 수익을 공동구매자들에게 배분하는 형태였는데,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 형태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막상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시각이 달라지다보니, '큰 사건이 터져야 투자자 보호 관련 규정이 생길 것'이라는 냉소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