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투자센터, 올해도 파격 승진 사례 나올까
입력 2021.11.22 07:00
    플러그파워 투자 완성 단계서 추형욱 SK E&S 사장 파격 승진
    SK㈜ 투자센터, 투자 방향 설정 및 포트폴리오 관리 성과 중요
    바이오 투자센터 올해 대형 투자 거래로 글로벌 기업 발돋움
    다른 센터도 저마다 성과…"계열사 사장 못가도 실질상 '소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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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의 정기 인사가 다가오며 핵심 먹거리를 챙기는 SK㈜ 투자센터의 고과에도 이목이 모인다. 작년 수소사업에서 성과를 거둔 추형욱 SK E&S 사장의 파격 승진이 있었는데, 올해도 각 센터가 분주히 움직인 만큼 또 깜짝 발탁이 이어질지 관심이다. 센터장이 계열사 수장으로 영전할 수도 있지만, 각 투자센터가 사실상 개별 회사에 가까운 위치인만큼 유임해도 ‘사장급 인사’ 입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전문회사를 표방하는 SK㈜는 2018년말 신규 사업 개발부서를 투자1~3센터로 개편했고, 이후 I Cube 센터를 추가 신설했다. SK㈜는 올해 초 투자 센터를 4대 핵심 사업 중심으로 재편했다. 기존 투자 센터가 각각 첨단소재, 그린(Green), 바이오(Bio), 디지털(Digital) 센터로 바뀌며 보다 직관적인 사업 방향을 갖추게 됐다.

      투자 센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투자 의지를 지근거리서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 계열사와 경쟁과 공조를 이어가며 그룹 차원의 전략 방향을 정하는 자리기도 하다. 그만큼 그룹 내 존재감이나 입지가 확실하다. 계열사 수장을 배출하기도 한다. 유관 사업 영역 계열사들의 공과(功過)와도 밀접히 연관될 수밖에 없다.

      작년엔 추형욱 SK E&S 사장의 승진이 화제였다. 상무 승진 후 3년만에 몇 단계를 걸러 계열사의 최연소 사장으로 갔기 때문이다. 추 사장은 투자1센터장과 SK 수소사업추진단장을 거치며 조단위 미국 플러그파워 투자를 주도했다. 작년말 인사를 앞두고 이 대형 거래가 거의 이뤄진 상황이었던 터라, 파격 승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 전에 투자1센터장을 거친 황근주 사장은 SK바이오텍을 이끌고 있다.

      올해 4대 사업 체제로 개편된 투자센터는 저마다 영역에서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SK그룹은 통상 12월 첫째주 목요일에 정기 인사를 진행해왔는데, SK㈜ 투자센터장들은 어떤 인사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모인다.

      올해 가장 굵직한 행보를 보인 곳은 바이오 투자센터다. 올해 초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 CMO 이포스케시(Yposkesi)사를 인수했다. 지난 16일에는 미국 유전자∙세포 치료제(GCT) CDMO CBM(The 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s)에 대한 투자를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는 두 건의 투자로 단번에 선진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강자로 발돋움하게 됐다.

      바이오 투자센터는 이동훈 센터장이 이끌고 있다. 이 센터장은 회계사 출신으로 삼정KPMG 재무자문, 동아쏘시오그룹을 거쳐 작년 SK그룹에 영입됐다. 바이오 전문가 출신은 아니지만 매년 수십권의 바이오 원서를 챙겨 읽는 등 사업에 대한 열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오 사업은 해외 시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임원들도 미국 등 선진 시장에 파견하고 있다.

    • 첨단소재 투자센터에선 올해 시그넷EV 경영권 인수, 솔리드에너지시스템 투자 등 실적을 쌓았다. SK㈜와 SKC, SK실트론 등은 일본에 4000억원 규모 투자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SK㈜와 SK머티리얼즈를 합병함으로써 최소한의 비용 부담으로 그룹의 첨단소재 사업을 일원화하는 성과도 있었다.

      첨단소재 투자센터는 전임 추형욱 사장에 이어 김양택 센터장이 이끌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그룹 포트폴리오 관리에 공을 인정받는다면 좋은 평가표를 기대할 만하다. SK실트론의 사업확장, 키파운드리 인수 및 안정화 등 할 일도 많다. SKC의 영국 넥시온 투자 진행, 동박사업 투자 유치 등 담당 영역 계열사와의 공조 과제도 남아있다. 

      수소, 친환경 등을 담당하는 그린 투자센터는 김무환 센터장이 이끌고 있다. 김 센터장은 작년 말까지 SK텔레콤 미국 현지법인 SKTA에서 사업개발을 맡았고, 그 전에는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에서 그룹 전략을 짜기도 했다.

      사업면에선 추형욱 사장이 이끄는 SK E&S와 가장 밀접하다. SK E&S는 미국 플러그파워와 수소사업 관련 합작사, SK㈜는 미국 모놀리스와 청록수소 관련 합작사 설립에 나섰다. 수소사업은 SK E&S가 주도권을 가지는 분위기다 보니 투자센터 차원에서도 차별성 있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란 평가다. SK㈜는 지난달 대체에너지, 지속가능식품, 환경기술, CO2 처리 등 영역에 집중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현재 6조원 수준의 그린 사업을 2025년까지 35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 투자센터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인프라 등 투자를 맡고 있다. 1996년 SK그룹에 들어와 SK텔레콤, SK㈜ 등을 거친 신정호 센터장이 담당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2016년 쏘카 투자를 이끌었고, SK USA 법인장을 지내기도 했다.

      디지털 투자센터는 올해 다른 투자센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쏘카 말레이시아 등에 투자하긴 했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사업상 가장 밀접한 SK텔레콤의 인적분할 시기와 겹치며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이베이코리아에도 관심을 보였지만 분할을 앞두고 변수를 만들지 말자는 판단 하에 인수를 포기했다. 이제 반도체·ICT 투자전문 회사인 SK스퀘어가 출범한 만큼 성과가 본격화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센터에서 작년 추형욱 사장과 같은 사례가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투자와 포트폴리오 관리 성과를 인정받으면 단계를 건너 뛴 승진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며 “센터장에서 계열사 사장으로 가는 사례도 있었지만 투자센터가 기업 내 기업(CIC) 성격이니 센터장 자체로도 ‘작은 사장’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