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10兆 몸값 가능할까...'오너 프리미엄' 변수
입력 2021.11.23 07:00
    10조 얘기 나오지만...건설업종 지지부진에 업계선 반신반의
    ‘정의선 지분’ 놓고 기관들 평가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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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내년 초 공모 청약을 앞두고 앞둔 가운데 예상 기업가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반기 건설회사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이 그간 예상대로 약 10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가치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내년 상장 과정에서 해당 지분 가치를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에 자연스레 반영하는 것이 관건일 전망이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년 2월 공모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예상 일정이 연내 예심 통과를 전제로 내년 1월 중 가닥이 잡힌 가운데, 해당 일정을 피하면서도 가급적 이른 시기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추론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월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이달 말 예비심사 승인을 앞두고 있다. 통상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뒤 빠르면 약 두 달 뒤 청약 일정을 시작한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늦어도 내년 초에는 상장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의 관심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예상 기업가치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는 약 10조원으로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건설업종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0조원’은 지나치다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온다. 

      현재 장외 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은 8조3548억원 수준이다. 지난 8월 액면분할 전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이 9조5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내려앉았다. 

      최근 건설업종 주가가 주춤한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분기 건설회사들의 실적이 일회성 비용 및 해외사업 충당금 설정 등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대부분 밑돌면서 주가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다. 

      현대건설 주가는 현재 4만8000원대로 지난 9월 5만원 중반대와 비교해 하락했다. GS건설 주가도 지난 9월 대비 약 15% 내린 4만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이외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DL이앤씨 등도 대부분 내림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금번 공모 과정에서 EV/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를 가치산정(밸류에이션) 측정방식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들은 보통 주가순자산비율(PBR)로 기업가치를 매긴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 사업부문은 건설부문 외에 플랜트 사업부문 역시 비중이 약 42.2%에 이르는 만큼 EV/EBITDA 방식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EV 측정 시 시가총액과 순부채 등을 고려하는 만큼 동종 회사 주가 현황은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 측정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 EBITDA는 약 4650억원으로 평균 건설사 EBITDA 배수인 10배를 곱하면 예상 기업가치는 약 4조 중반대로 추산된다. 여기에 오너가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약 11.72%의 지분에 프리미엄이 붙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는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 공모시장에서 증권신고서 상에 오너 지분의 프리미엄을 명시하기는 기술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할인율이나 배수 조정 등의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공모 시 기업가치에 반영하는 방식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기관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주가를 산정하지만 국내 공모시장에서는 철저히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괴리가 발생하는 탓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모 시장은 과거 실적과 멀티플 배수만을 활용한 기계적인 기업가치 측정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오너 지분 프리미엄 효과를 더하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예전 제일모직 사례를 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했던 만큼 할인율을 한 자리수로 적용하는 식으로 기업가치 측정에 혜택을 준 바 있다. 결국은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