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OMO?…루시드·리비안이 현대차보다 비싼 게 맞을까
입력 2021.11.25 07:00
    리비안·루시드…글로벌 車 시총순위 각 5위, 9위
    전기차 스타트업 위협 가시화…현대차 소외 부각
    테슬라 'FOMO' 불과 지적도…핵심 가치는 별개
    시장 전반 전기차 산업 이해도 '지체' 탓이란 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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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리비안·루시드 등 전기차 스타트업 주가가 치솟자 제2, 제3의 테슬라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속출하고 있다. 동시에 시장에선 현대자동차의 소외가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일시적 시가총액 순위 변동이 실제 경쟁력과는 무관함에도 전통 완성차 기업에 대한 스타트업 위협이 가시화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반면 테슬라가 1조달러를 넘어서며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현상에 의한 단순 매수세에 불과하단 평도 적지 않다. 전기차 산업에 대한 시장 전반의 이해도가 여전히 바닥에 가깝다는 푸념도 나온다. 

    • 24일(현지시각) 종가 기준 리비안그룹과 루시드모터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980억달러(원화 약 116조원), 866억달러(원화 약 103조원)을 기록했다. 리비안의 경우 지난 16일(현지시각) 주당 172달러를 기록한 뒤 가파른 조정을 겪고 있지만, 양사는 여전히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비싼 자동차 기업으로 꼽힌다. 

      24일 종가 기준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은 약 45조2976억원. 덩치로만 따지면 올해 막 상장한 리비안과 루시드의 3분의 1, 2분의 1에 불과하다. 상장한 시장 규모 격차를 감안하더라도 현대차의 미래차 경쟁력이 증시에서 외면받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현대차는 3분기에만 약 1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5위를 기록했다. 

      증권사 완성차 담당 한 연구원은 "첫 차량 출고, 아마존 같은 빅테크의 추가 지분 투자 등 소식으로 전기차 스타트업의 위협이 거세질 거라는 시각이 증시에 강하게 반영되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라며 "애플카 협력 가능성이 불거진 연초를 제외하면 현대차 주가는 서서히 우하향하고 있다. 미래차 시장에서 구산업 비중이 높다는 게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2~3년 동안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폭스바겐, GM 등이 테슬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청산 대상이 된 내연기관차 사업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테슬라에 이어 리비안과 루시드 같은 전기차 스타트업이 기존 완성차 시장의 헤게모니를 무너뜨릴 거란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반면 똑같이 전기차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다는 단순한 이유로 리비안과 루시드를 제2, 제3의 테슬라에 비유하는 시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기차 업계 한 관계자는 "루시드의 경우 고급 전기차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는데, 그 자체로 지는 게임이라거나 트렌드 역행이란 회의적 반응까지 나온다"라며 "그나마 아마존 물류 사업과 연계한 리비안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양사가 대량생산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라고 말했다. 

      루시드의 경우 이번에 루시드 에어 드림에디션 520대를 출고한 뒤 순차적으로 2023년 49만대, 2025년 135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리비안은 픽업트럭 전기차 R1T와 대형 SUV R1S 선주문 물량이 약 5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 2008년 첫 전기차인 로드스터를 출고한 이후 보급형인 모델3의 안정적 양산까지 10년이 걸렸다. 지난해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하기까지는 12년이 걸렸다. 

      그러나 양사가 테슬라보다 빨리 양산에 성공하고 적자를 줄여나가도 테슬라와 같은 주가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현재 테슬라의 기업 가치가 탄소 배출권 거래나 판매 마진, 차량 성능만으로 구성되지 않는 탓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자체 설계한 전기차로 주행 정보를 독점하고, 다시 자체 설계한 AI를 통해 자율주행 SW 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모두 테슬라에 귀속되는 구조"라며 "테슬라의 접근 방식만이 자율주행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유일한 선택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시장 전체로 봤을 때 테슬라의 미래 수익 가치를 어디까지 인정해주느냐가 주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역시 자체 로보택시 서비스 상용화에 초점을 맞춰 주행 정보 수집·활용에 용이하게 차량 설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이나 GM 역시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자운용 업계에서도 미래차 시장 대응 능력이 기업 가치 할증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현대차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는 더딘 모양새다. 

      리비안의 경우 테슬라와 비슷하게 자율주행 SW인 'Driver+'의 구독 상품과 에너지 솔루션 사업 등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아마존 보유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와 연계한 물류 자동화 혁신에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죽스는 지난 2018년 투자 유치 과정에서 32억달러(원화 약 3조8000억원)을 평가받은 바 있지만 코로나 여파로 구조조정을 거친 뒤 아마존에 인수됐다. 자율주행 기술 역량에선 테슬라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적지 않다. 

      루시드가 이번에 출고한 차량에는 '드림 드라이브'라는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탑재돼 있지만, 자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한 청사진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흑자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기존 완성차 기업과 마찬가지로 판매 마진을 제외하면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총 1위 기업인 테슬라를 기준으로 전기차 기업의 사업 가치를 비교하자면 투자가 몰리고 있는 신생 전기차 스타트업이나 외면받는 전통 완성차 기업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라며 "투자 시장의 전기차 산업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지체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