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비상장까지 리서치 확장하는데…인력 부족에 기존 섹터 '텅텅'
입력 2021.11.26 07:00
    법인영업부서 위축되면서 리서치센터 인력 감소세
    WM부서 리포트 발간·유튜브 등 먹거리 모색 활발
    다만 중소형 증권사 기존 섹터 인력 부족 푸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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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가 연구원(애널리스트) 수가 감소세인 가운데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새로운 먹거리 모색에 나섰다. 급성장하고 있는 장외주식 시장을 타겟으로 비상장기업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해외주식 분석 및 유튜브(Youtube) 활동 등 업무 영역이 확대된 상황에서 업무 과중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중소형 증권사는 인력난으로 기존 섹터 인원도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증권사 59곳의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 수는 1041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집계된 전체 1071명에서 소폭 감소한 수치다. 한때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는 증권시장의 불황으로 리서치센터가 뒷받침하던 법인영업부서가 위축되자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10년 전 1500명대를 기록하기도 했던 애널리스트 인력은 2015년대부터는 1000명대를 유지 중이다.

      리서치센터는 '비용 부서'라는 인식이 파다하다. 과거 리서치센터는 증권사의 법인영업(홀세일)을 주로 지원하는 곳이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이 장기간 침체되고 법인영업 수수료가 내려가면서 입지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수익 구조도 기업금융(IB)·자산관리(WM) 중심으로 변하면서 리서치센터는 '돈을 쓰는 곳'이란 인식이 강해졌다. 이와 함께 연봉 수준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WM부서에 리포트 발간을 늘리는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뛰어들었다. 해외 종목을 분석한 리포트를 확대하며 법인 보고서에 기울어졌던 콘텐츠를 다각화하기도 하고 자체 브랜드 유튜브에 출연하는 등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며 개인투자자 유입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비상장기업 리서치센터 활동을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기업공개(IPO) 열풍에 힘입어 비상장 주식이 거래되는 장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이미 증권사들 간 장외거래 플랫폼 유치경쟁도 치열하다.  

    • KB증권은 지난달 유망 비상장기업 분석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현재 6명으로 이뤄진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은 이커머스와 모빌리티, 핀테크, 바이오, 그린에너지 등 성장 산업의 우량 비상장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를 위해 외부 인원 2명을 충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증권은 법인영업부와 함께 주기적으로 비상장 기업 투자 포럼을 진행중이다.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는 연내 '비상장 기업 유니버스(투자 분석 대상 종목'을 구성할 예정이다. 총 70여명 이상(RA 포함)의 애널리스트들이 자신이 맡은 섹터 내 유망한 비상장 기업을 발굴해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다만 해외주식 분석·유튜브·비상장 기업 분석까지 업무 영역이 넓어지면서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금융(IB) 부서의 딜 수임을 위한 지원 업무도 나가는데 더해 유튜브 출연 등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본업인 기업 분석에 쏟을 시간이 빠듯하다" 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 수도 줄고 있다. 증권사별로 보면 지난해 말 52명으로 집계된 한국투자증권은 23일 기준 38명으로 1년 사이 14명(27%)이 이탈하면서 큰 폭으로 인원이 감소했다. 하나금융투자도 53명에서 48명으로 5명(10%) 줄었다. 이외에도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애널리스트들의 이직 러시가 계속 되는 상황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상황은 더 불리하다. 대형사에서 인력 충원을 위해 중소형사 애널리스트들을 발탁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인력난이 가중됐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애널리스트들이 높은 업무 강도·악화된 처우 등으로 투자은행(IB)업계와 벤처캐피털(VC), 스타트업 등 새로운 비전이 있는 곳으로 찾아 떠나는 일이 부쩍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형 증권사들은 비상장 기업으로 리서치 활동을 강화하지만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되레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는 푸념이 나온다. 

      한 중소형 증권사 연구원은 "두나무 등 유망 비상장 기업들이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줄지어 있어 현재 우리 증권사 기존섹터 연구원들도 부족한 상황이다. 자동차·2차전지 등 여러 섹터가 비어 있다"라며 "비상장 전담조직을 만들려면 인력·예산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과 연계 서비스를 제공중인 한 증권사도 리서치센터의 인력이 부족해 비상장 기업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다. 해당 증권사의 리테일 담당 직원은 "비상장 주식 거래 중개 플랫폼을 운영중이긴 하지만 리서치센터의 인력 부족으로 유망 비상장 기업 보고서 등 별도로 내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비상장 기업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증권사들 사이에서 장외거래 플랫폼 유치 경합이 뜨거운 탓이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소 비상장과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도 비상장주식 거래 서비스를 준비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