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LG엔솔-SK온 프리 IPO까지…물고 물리는 전기차 배터리 밸류
입력 2021.11.29 07:00
    LGES 상장 시동·SK온 프리 IPO 등 배터리 자금조달↑
    밸류는 제각각...케파냐 EBITDA냐에 갈려
    제각기 규모 견제하면서도 서로서로 도움 주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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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글로벌 배터리 캐파(CAPA·생산능력)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밸류에이션(Valuation)을 두고 각 배터리사(社) 간 ‘눈치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출하량을 놓고 순위 경쟁을 벌이면서도, 경쟁회사의 밸류에 따라 스스로 기업가치가 동반 상승할 수 있어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온이 대규모 자금 조달을 꾀하고 있다. 시기적으론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이하 LG ES)이 앞설 예정이다. 이달 말 예심 승인을 받아 내년 1월 말 상장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SK온 역시 최근 주관사를 선정, 해외 대형 사모펀드(PE)를 대상으로 약 3조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유치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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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각 배터리 회사들이 본격적인 자금조달에 시동을 걸게 되면서 시장에서 인정받을 예상 기업가치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LG ES와 SK온은 모두 비상장 회사로 예상 몸값을 어떻게 매기느냐에 따라 자금조달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시기상 중국 CATL 유상증자, LG ES 상장 및 SK온의 프리 IPO 일정이 엇비슷해지면서 이들 회사들끼리의 견제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국내 LG ES와 SK온은 이미 상장된 기업들 중에 딱 맞는 비교 회사가 많지 않다. 삼성SDI, 파나소닉, BYD 등도 경쟁사로 거론은 되고 있지만 이들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문 비중이 낮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LG ES는 CATL과, SK온은 LG ES와 서로의 밸류를 ‘도미노’처럼 견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주잔고 및 캐파를 통해서는 끊임없는 순위 경쟁을 벌이면서도 자금조달을 앞둔 시점에선 서로의 가치를 높게 쳐줘야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LG ES로서는 CATL의 몸값이 오르는 점은 반가운 모양새다. CATL은 이날 기준 시가총액이 무려 284조원에 이른다. LGES가 올해 초 예상대로 약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CATL의 약 3분의 1에 그친다. LG ES가 현재 시점 캐파 기준으로 CATL의 약 8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론 100조원을 웃도는 수치도 가능하단 의미다.  

      프리 IPO를 앞둔 SK온 역시 LG ES의 예상 기업가치 측정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SK온은 현재 예상 기업가치를 약 30조~35조원으로 두고 이 중 10%를 신주 발행해 약 3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는 LG ES의 예상 기업가치를 약 100조원으로 산출했을 때 기준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LG ES의 가치가 이보다 줄어들거나 IPO 이후 주가가 부진할 경우 SK온의 FI 유치에도 적신호가 켜지는 셈이다. 

      LG ES는 내년 초 상장을 앞두고 다소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차례 IPO 일정이 밀렸던 데다 한국거래소 등 당국에서도 밸류에이션을 두고 까다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탓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LG ES가 70조~80조원 정도로 밸류를 낮출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가치측정 지표로 EV/Capacity(용량 대비 기업가치)보다는 보수적인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SK온 역시 3조원 규모의 프리 IPO 완주 여부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수주잔고가 현재 글로벌 1위를 달성했고, 추가 수주 물량을 감안하면 2025년까지 LG ES의 생산 능력을 바짝 따라갈 거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업계 3위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LG ES의 예상 기업 가치가 높아질수록 SK온이 신주 발행 규모를 최소화하며 3조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배터리 회사들의 자금조달이 일단락되는 내년 이후 고객사 신규 수주 및 증설 경쟁은 한층 더 격화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어 2024년~2025년까지 배터리 공급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SK온의 경우 포드와 현대자동차 물량을 흡수하며 올해에만 2025년까지 설비투자 계획을 기존 125GWh에서 200GWh+α로 늘렸다. 향후 수익 안정성을 나타내는 수주잔고는 같은 기간 150조원이 불어났다. 

      추격자인 SK온은 물론 국내 선두인 LG ES까지 증설 경쟁을 위한 자금 조달을 늦추기 어려운 시점이다. 선두 지위를 지켜내기 위해선 수주와 설비투자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SK 온이 포드의 유럽 공장 물량까지 확보하며 수주잔고 기준 1위 자리를 굳히며 생산 능력에서 1, 2위 자리를 다투는 CATL과 LG ES에 바짝 다가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