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딜(Deal)에 밀리는 자문·실사…빨라진 시장변화·유동성 실감
입력 2021.11.30 07:00
    시선은 암호화폐·친환경·콘텐츠로…이종산업 진출자문 다수
    자문·재무실사 수요 급증에 법무법인·회계법인은 '행복한 비명'
    인력품귀에 딜 프로세스는 지속 연기…"한 달 뒤 다시 찾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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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투자업계가 최근 빨라진 시장 변화속도와 역대 유동성을 체감하고 있다. 기업과 투자사들은 넘치는 유동을 발판삼아 암호화폐와 NFT, 친환경, 콘텐츠 등 신산업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자연스레 기업 실사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는데, 법률자문 및 재무실사를 맡게 될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은 빠듯한 일정에 인력품귀를 더욱 호소하고 있다. 

      프로젝트 딜(Deal)들이 최근 한두 달간 쉴새없이 쏟아지고 있다는 평이다. 대형 벤처캐피탈(VC)업체 심사역은 "최근 몇 달간 시장이 특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라며 "한달 내로 딜 클로징을 앞둔 건들이 다수 순서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 프로젝트들을 끝내는 속도보다도 새로운 딜이 생겨나는 속도가 이를 압도할 정도"라 덧붙였다. 

      그 배경엔 넘치는 유동성이 있다. 투자사들은 지난해 팬데믹 여파로 주춤했던 자금 집행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 곳간도 풍부하지만 사모펀드(PEF)들의 자금력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글로벌 PEF들은 플랫폼 기업 경영권 인수에 수천억원을 들였고 소수지분 투자에도 조단위 자금을 쏟아부었다. 

      최근엔 소수 지분투자 혹은 신규 사업 기회 모색이 대형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사례를 뛰어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IT산업을 주축으로 신산업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기업들의 발길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친환경 사업 조인트벤처(JV) 설립, 암호화폐 및 NFT(대체불가토큰) 사업 개시, 콘텐츠 투자 등 이종산업으로의 진출을 고민하는 내용의 자문이 압도적이란 평이다.

      이들은 이전처럼 한 매물에 집중해 까다로운 실사를 거쳐 가격을 산정하고 딜에 들어가기보단 다양한 중소 매물을 다수 올려놓고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입장에선 거래규모와 무관하게 자문 건수 급증을 체감하고 있다.

      IT 자문에 능통한 한 변호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입사 이래 최고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기업과 글로벌 PEF들이 인연있는 대형로펌을 선호하면서 자문일감은 특정로펌으로 몰리고 있기도 하다. IT기업들 위주로 아웃바운드(국내기업의 해외투자) M&A 자문이 늘면서 크로스보더 업무가 가능할 인력 위주로 업무가 집중됐다. 이들은 현지 법률자문사와 딜 진행과정 상의 법률이슈 대응이나 계약서 작성에 대한 자문을 구하면서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기업들의 아웃바운드 자문이 특히 많다. 미국 등 해외 현지로펌과 자연스레 협업도 늘고 있는데, 유동성 풍부 현상은 글로벌 공통이다 보니 이들 로펌도 시간과 인력이 모두 부족해 수임이 어렵다고 거절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업실사 수요도 늘면서 법무법인뿐 아니라 회계법인도 급증한 업무량에 업무 진행이 점차 밀리고 있다. 특히 재무실사 수요가 집중되는 4대 회계법인의 경우 실사팀 구성조차 쉽지 않다. 로펌과 기업 측에 "현재는 어떻게 해도 실사팀 구성조차 안 되니 일단 한 달 뒤에 다시 찾아오라" 전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신(新)외감법 도입 이후 업무량이 늘고 감사에 의무적으로 투입해야 할 회계사 인원도 증가한 만큼 회계사 인력 품귀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