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앞둔 KB금융 CEO...'부회장' 자리 늘릴지가 관건
입력 2021.12.01 07:00
    허인 행장ㆍ이동철 KB카드 대표 등 부회장 승진 언급
    차기 회장 후보군 관리 위한 2인자직...자리 늘릴지 관심
    KB證 대표 두 명도 임기 만료...중징계 아직 미확정
    • KB금융그룹이 연말 인사를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이 임기 만료를 맞이하며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가 있을 수 있는 까닭이다.

      핵심 변수로는 지주 내 부회장직 추가 신설 여부가 꼽힌다. 양종희 보험ㆍ글로벌부문 부회장 1인 체제를 고수하느냐, 직책을 신설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늘리느냐,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결단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KB금융 계열사 CEO는 8개 계열사, 총 9명에 달한다. 은행을 비롯해 증권ㆍ카드ㆍ캐피탈ㆍ생명ㆍ운용 등 핵심 계열사가 총망라돼있다. 게다가 모두 사실상의 최소 보장임기인 2년+1년을 소화한 '연임 CEO' 들이다. 누구에게나 교체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시선은 지주 부회장직 추가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KB금융은 2014년 이른바 'KB 사태' 이후 터부시해왔던 '지주 2인자'직을 지난해 말 신설했다. 계열사 CEO를 역임한, 차기 회장 후보군을 위한 직책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양 부회장은 지난 2017년 KB금융 회장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이 회장-행장을 분리하며 굳이 지주 사장직을 없앨 정도로 '지주 2인자'를 터부시하는 기류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3연임에 성공한 상황에서 차기 지주 CEO(회장) 양성을 위해 지주 부회장직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만약 부회장직이 추가로 신설된다면 CEO 연쇄 이동이 이뤄지게 된다. 차기 부회장으로 손꼽히는 인물은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허정수 KB생명 대표 등이다. 모두 재연임을 거치며 4년 이상 계열사를 이끌어 온 인물들이다. 재임 기간이 길어 세대 교체 필요성도 언급된다.

      허인 행장의 경우 KB금융 내부적으로도 부회장 승진설이 파다한 상황이다. 1961년생으로 그룹 주요 임원 중 선임 축에 들기 때문에, 이제는 1960년대 중반 후배들에게 행장을 넘겨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평가도 나온다. 역시 1961년생이자 KB카드를 4년간 경영한 이동철 대표 역시 지주 부회장 혹은 퇴임 외엔 길이 없다는 분석이다.

      한 KB금융 관계자는 "이동철 사장은 이제와 행장을 하기엔 나이도 그렇고 '급'이 이미 높아졌다"며 "한때 윤 회장의 복심으로 불렸던 허정수 대표는 KB생명의 실적이 썩 좋지 않지만, 푸르덴셜생명과의 통합 전까진 유임될거란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부회장직이 신설돼 계열사 CEO 교체가 이뤄진다면, 1965년생 전후의 현 지주 부사장ㆍ은행 부행장들이 차기를 맡게 된다. 이창권 지주 전략총괄 부사장ㆍ이환주 지주 재무총괄 부사장ㆍ이우열 지주 HR총괄 부사장ㆍ이재근 은행 영업그룹 이사부행장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꼽힌다.

      KB금융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던 KB증권은 올해 실적이 호전되며 두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박정림ㆍ김성현 대표는 모두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하며 2+1년의 임기를 소화한 상태다.

      당초 라임펀드 판매 관련 문책경고의 중징계 조치를 받은 박정림 대표의 경우 연임이 불가능할 거란 전망이 많았다. 다만 지난해 11월 통보된 중징계에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융위원회 의결이 나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로 떠올랐다. 그 사이 금융감독원장이 교체되고, 파생결합펀드 판매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이의 제기를 법원이 받아들이며 상황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증권사는 증권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윤 회장의 인사 원칙상 두 대표를 대신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이슈다. 다만 KB증권의 '각자 대표' 체제가 효율보다는 비효율을 낳아 온 사례가 있었던만큼, 리더십에 변화를 줄 여지도 아직 열려있다는 전망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내 금융위에서 라임 펀드 관련 CEO 징계를 확정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라며 "최근 KB증권의 두 대표가 인사를 위해 임원 실적 검토에 들어갔는데, 임원 인사권을 두 대표가 행사한다는 건 연임이 유력하기 때문일 거란 소문이 들린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이달 초 계열사 CEO 인선을 위한 검토 및 인터뷰에 들어갈 전망이다. 인사를 확정할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대추위)는 이달 중순 열리게 된다. 대추위는 윤종규 회장과 허인 행장, 선우석호ㆍ김경호ㆍ권선주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돼있다. 윤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만큼 임기를 2년 남긴 윤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