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심사 재개한 대우조선해양 M&A, 남은 변수는 유럽 선사 ‘민원’
입력 2021.12.02 07:02
    점유율 제한 조건부 승인 시 중국 조선사 반사효과 예상
    中 선박 싸지만 품질은 의심…유럽 선사 선택지 좁아져
    현대重, 선사 의견 모아 EU 전달할 듯…실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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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럽연합(EU)이 대우조선해양 M&A 심사를 재개했지만 독과점 문제로 성공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LNG운반선 점유율을 크게 낮추는 조건으로 승인이 나면 중국 조선사로 일감이 분산될 수 있는데, 유럽 선사 입장에선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 배를 받는 것이 달갑지 않다. 유럽 선사들이 중국 선박에 대해 어느 정도 우려를 가지고 있느냐가 막판 심사에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22일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간 기업결합 심사를 다시 시작했다고 알렸다. 잠정 심사기한을 내년 1월 20일까지로 제시했는데 승인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쳐지면 LNG운반선 시장점유율이 60%대로 높아지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EU는 현대중공업그룹에 명시적인 요청을 하거나, 기업결합 승인 요건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의 제안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중국 외 다른 나라 조선사에 LNG운반선 건조 기술을 이전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경험과 기술 격차를 감안하면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보다 강력한 방안은 LNG운반선을 일부 건조하는 현대삼호중공업을 매각하는 것이다. 국내 조선사에 매각하는 것은 독과점 문제가 또 생길 수 있고, 일반 기업들이 관심을 보일지 미지수다. 재무적투자자(FI)가 있어 독단적으로 매각을 결정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양자를 들이자고 친자를 내보내는 꼴이라, 현대중공업도 선택지에선 배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절충안으로는 시장점유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겠다는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 일정 기간동안 점유율을 어느 수준 아래로 유지하는 식이다. 한 M&A에 대해 영구적으로 점유율 제한 조치를 할 수는 없으니 EU도 ‘O년간 OO% 이하로 유지’ 조건부로 승인 결정을 내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EU에 미칠 금전적 손실은 크지 않다. 한국 조선사들은 LNG운반선 건조 시 선가의 5% 정도를 저장창고 원천기술 기업 프랑스 GTT에 내고 있다. 한국 건조 물량이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로열티는 계속 챙길 가능성이 크다. 한국 조선사보다 선가가 낮은 곳에 일을 맡기면 비용도 절감된다.

      다만 EU 전체로 봤을 때 실질적인 타격이 발생할 수는 있다. 한국을 제외하면 LNG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중국의 대형 조선사 정도인데, 아직 우리 기업들과 수준 차이가 크다. 과거의 조선 강국인 일본도 LNG운반선 등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 선박은 대부분 한국에 일을 맡긴다. 작년 4월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우리 조선사에 앞서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도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이는 중국 조선사를 높이 평가해서라기보다 거대 수요처에 대한 배려에 가깝다는 평가다.

      선사 입장에선 건조 비용을 아끼려다 사고가 나면 심대한 타격을 받는다. 2018년엔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운반선 ‘글래드스톤’은 2년 만에 폐선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 점유율을 낮추면 유럽 선사 입장에선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가 좁아진다. 한국 발주를 고집하면 인도 시기가 늦어지는 등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EU에서 몇 년간 점유율을 일정 수준 아래로 맞추라는 조건부 승인을 할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줄어든 물량은 중국으로 갈텐데 그것이 EU 선사들의 이익으로 귀결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유럽 선주들의 의견을 취합해 EU에 전달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도 기업결합 심사 논리가 있지만, 선사들이 입을 모아 ‘중국 발주’에 대한 우려를 밝히면 이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선사들의 입장이 잘 반영된다면 예상보다 완화된 조건부의 승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LNG운반선 독과점에 따른 선가 상승 우려도 크지 않다는 예상도 나온다. 최대 수요처인 EU의 가격 협상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조선사가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거래 관계자는 "유럽 선사들이 원하는 품질을 중국 조선사가 맞춰줄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현대중공업에서는 유럽 선사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EU에 전달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U도 그동안 유럽 선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절차를 진행해왔을 것이라 최종 결정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