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 늦어지는 '키움글로벌'...해외 재간접펀드 '깜깜이' 우려 커져
입력 2021.12.03 07:00
    해외 재간접 펀드, 전년 동기 比 23.3% 증가
    키움운용∙신금투 등 해외 재간접 펀드 환매 지연
    자산 계약관계 알 길 없어...규제 강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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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있었던 일부 해외 재간접 펀드의 환매가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재간접 펀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간접 펀드이기 때문에 기초자산이나 운용전략이 베일에 쌓여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펀드를 판매한 운용사의 감시 능력이 높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간접 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해외투자 비중이 60% 이상인 재간접 펀드의 규모는 설정원본 기준 39조44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늘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 공모펀드는 12조7259억원으로 21.51%, 사모펀드는 26조7229억원으로 24.17% 증가했다. 

      늘어나고 있는 재간접 펀드 규모와 달리 환매중단된 일부 재간접 펀드의 투자금 회수는 지지부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키움투자자산운용(키움운용)이 환매 중단한 해외 재간접 펀드인 ‘키움 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의 투자금 회수가 완료되지 않고 있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는 해외 펀드들을 재간접으로 담아 분산투자하는 공모 펀드다. 

      앞서 키움운용은 지난 9월 문제가 된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를 청산하고 모든 펀드 자산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순차적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펀드에 담고 있던 영국계 H20자산운용의 ‘알레그로’, ‘멀티본드’ 펀드가 환매중단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금융당국은 H20자산운용의 일부 채권형 펀드가 펀드 투자설명서와 달리 비유동성 채권을 담고 있다며 자산 동결 조치를 내리자 일시적으로 환매가 중단됐다.

      환매 중단 후 키움운용은 펀드 운용 자산의 93%를 현금화했다. 나머지 7%인 약 249억원에 대해서는 올해 6월까지 순차적으로 매각해 현금화할 방침이었으나, 아직까지도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키움운용에 따르면 H20운용의 현금화 시기가 올해 6월에서 한차례 더 연기됐다. H20운용 측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비유동화 자산을 현금화하겠다고 밝혀왔지만, 확정된 부분은 아니다. 이미 한 차례 데드라인이 연기된만큼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운용사가 해외 운용사의 불투명한 운용을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재간접 펀드다 보니 기초자산은 파악하고 있지만 해당 자산에 대한 계약관계를 알 수가 없는 부분이 있다”며 “H20 측에서 계약관계에 의해서 지연되고 있어 기다리라는 통보를 받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와 비슷한 시기,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소상공인 대출에 투자하는 현지 운용사 펀드를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교보증권의 ‘로열클래스 글로벌M 전문 사모투자신탁’은 작년 3월 이후 세 차례나 환매가 계속 연기되고 있다. 

      이 펀드는 탠덤크레딧퍼실리티펀드(Tandem Credit Facility Fund)라는 미국 소상공인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교보증권이 재간접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신한은행 등에서 판매됐다. 비슷한 상품으로 다른 운용사의 재간접 펀드를 신한금융투자도 판매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현지 운용사가 부실 자산 편입을 막는 안전장치를 무시하고 운용돼 투자한 자산의 98%가 부실화됐다. 투자자산 운용을 제때 정확하게 감시,감독하기 어려운 재간접 펀드 구조 때문에 한국 운용사와 판매사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에 글로벌M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을 상대로 일부 투자자들은 법무법인 한누리를 선임하고 피해배상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투자자와 사적화해 협상 중이며 신한은행 역시 사적화해 단계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미국 소상공인 매출 채권에 부실이 발생했고 자산회수가 지연되면서 사적화해 협상 중”이라며 “현재 투자자의 90%와 협상 중이고 보상비율은 투자금의 43~70% 수준으로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 구현주 변호사는 “금감원에 분쟁조정신청과 증권 불공정거래 검사 요청을 해놓았다"며 “신한금융투자에서 진행하는 사적화해 절차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피해자들과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들이 일방적으로 산정한 배상비율에 반발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잇따른 환매연기에 투자자의 피해가 해결되지 않자 재간접 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펀드를 판매한 국내 운용사가 재간접 펀드 운용 내용을 파악하고 감시하는 데에 있어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