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종합 세트' 새마을금고 중앙회를 언제까지 용인해야 할까
입력 2021.12.07 07:00|수정 2021.12.10 11:27
    Invest Column
    채용비리ㆍ준법감시인 접대의혹ㆍ회장 연봉 1.5배 셀프인상
    국회 입법로비 논란ㆍ이사장 폭언과 폭행 및 여직원 성희롱
    금고 이사장이 차명계좌 69개ㆍ직원 폭행 및 후원금 상납
    '간선제'와 '견제부실'이 수십년 비리천국 금융기관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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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새마을금고는 1963년 경남 산청군 등 5개 협동조합이 기원이다. '상부상조' 전통을 강조하면서도 예금ㆍ적금ㆍ대출ㆍ보험을 전부 다룬다. 

      자산규모 200조원ㆍ금고수 1300개ㆍ거래자수 2033만명ㆍ체크카드 543만장이다. 규모는 웬만한 시중은행에 버금간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과 달리 금융당국에서 정기적인 검사는 받지 않는다. 이 새마을금고에서 최근 5년간 있었던 일들이다.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2019 신입사원을 뽑았다. 그런데 채용을 진행하며 갑자기 선발기준을 바꿨다. 중앙회 본부장 지시로 2차 면접 직무역량 검사를 없애버리고, 면접만으로 합격자를 뽑았다. 이로 인해 합격 유력자 4명이 떨어졌고, 불합격이 예상된 12명이 붙었다. 주무부처 행정안전부가 감사로 이를 찾아냈고 '채용비리' 논란이 터졌다. 그러나 중앙회장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했다. 본부장 등 실무진 3인은 주의촉구ㆍ견책ㆍ감봉처리만 됐다. 

      #올해 3월 코로나로 '5인이상 집합금지'가 한창인 시기. 중앙회 준법감시인이 생일을 맞이했다. 중앙회 직원을 통해 30여명에게 '생일파티 참석'을 종용하는 문자가 발송됐다. 참석자는 손해사정사 대표ㆍ건설사 대표ㆍ전산장비 관계자 등이었다. 방역지침 위반은 물론, 준법감시인의 접대ㆍ술값 대납의혹이 터졌다. 참다못한 참석자 중 1인이 이를 KBS에 제보했다. 보도가 나가자 준법감시인은 사의표명했다. 

      #국회에서 중앙회장 연봉이 너무 많다고 지적, 2018년에 연봉을 줄여 4억8000만원이 됐다. 그런데 딱 1년만에 중앙회가 이사회를 열어 회장 연봉을 7억2000만원으로 1.5배 인상했다. 행안부가 "왜 올렸냐, 올린 기준이 뭐냐"고 따져묻고 개선을 요구하자 중앙회는 "회장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새마을금고 지역 이사장들의 '3선 제한'을 풀어주자는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에 따르면 지역 이사장을 16년간 할수 있다. 중앙회 노조 등에서 '종신제'라며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2019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4선 연임' 법안을 냈다. 전혜숙 의원이 국회 행안위 위원장이다보니 새마을금고 입법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국회 행안위에는 태호ㆍ유찬이법, 자치경찰제 도입 위한 경찰법 개정안, 집시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4연임'은 박차훈 중앙회장의 2018년 선거 공약이었다. 그는 선거 당시 대의원들에게 금품 1546만원어치를 제공, 2년간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이 '벌금80만원'을 선고해 회장직 박탈(벌금 100만원)을 피했다. "범행 위법성과 불이익을 비교할 때 가혹하다"라는게 법원의 설명이었다. 당시 경쟁했던 다른 후보는 비타민제 등 45만원 어치 금품을 뿌려 기소됐다. 이때는 법원이 '벌금100만원'을 확정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아무리 사건별 특성을 고려해도 양형 불균형이 지나치다”는 법조인들의 지적이 나왔다. 

      #행안부가 2017년~2019년 중앙회의 담보대출을 검사했다.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꼭 필요한 외부감정서에 기재사항 누락ㆍ산출과정 미흡ㆍ오기 및 오산 등이 쏟아졌다.

      이런 사건이 단 몇건만 시중은행에서 벌어졌다면? 여론 질타는 물론, 은행 임원들이 줄줄이 경질되고 옷을 벗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시중은행들은 채용비리 1건만 터져도 금융지주 회장들이 수년간 재판에 출석하는 등 시달려왔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임원들은 이런 위험에서 '안전'했다.

      중앙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각 지역 새마을금고에서 최근 수년간 벌어진 일들의 면면은 더 화려하다. '비리 천국', '비리 백화점', '비리 온상'이란 과다한 표현을 언론들이 서슴없이 쓸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벌어져도 중앙회의 지역금고에 대한 제재는 '경징계'가 상당수다. 지역 이사장이 비리를 저질러 징계를 받고서 다시 이사장에 선출되는 일도 있었다. 

      #대구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취임 후 2년간 직원 폭행ㆍ폭언, 여직원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제보가 나왔다. 금고 돈을 무리하게 대출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이를 말리는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견디다 못한 직원들이 새마을금고 중앙회에 이사장과 전무를 신고했다. 그런데 중앙회는 이를 접수하고도 전무만 직위해제하고 이사장은 '징계를 할 규정이 없다"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중앙회가 이사장 해임이 가능한 이사회 소집 요구를 할 수 있음에도 방치했다며 최근 이를 MBC에 제보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직원들은 이사장을 노동청에 신고했다. 

      #서인천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저녁 회식에 필요하다"며 근무시간에 직원들에게 개고기를 삶게 했다. 저녁에는 술 서빙도 지시했다. 산하 지점장을 불러 "내가 아는 법무사를 고용하라, 안 쓰면 사표를 쓰게 하겠다"라고 했다. 이 사건이 2017년 벌어지고 2년이 지나서야 언론 보도들을 통해 알려졌다. 중앙회는 그제서야 감사를 시작했고 곧바로 이사장은 사표를 냈다. 하지만 이때 이사장을 신고한 직원들을 부당해고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보다못해 국회 노동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해당 이사장을 불러 질타하자 "그런 일이 없다"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국회는 해당 이사장을 '위증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원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차명계좌를 23개를 만들었다. 계좌당 1000만원에서 3000만원씩, 5년간 4억원이 넘는 돈이 이 차명계좌들로 입금됐다. 그리고 그 차명계좌에서 나온 이자가 이사장의 부인 계좌로 입금됐다. SBS보도를 통해 이 내역이 드러났다. 이에 중앙회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사장에게 가장 낮은 수위 징계인 '경고' 처분만 내렸다. 경징계를 내린 이유로 "비리를 저지른 건 이사장이 아니라 배우자였다"라고 중앙회는 밝혔다.

      #서울 강북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차명계좌 총 69개를 만들었다. 직원들 명의는 물론, 고객들의 명의도 불법으로 활용됐다. 행안부ㆍ금융감독원 합동감사에서 이 비리가 드러났다. 중앙회는 해당 이사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만 내렸다. 이 이사장은 정직을 받고 6개월 뒤 이사장 선거에 다시 재출마, 당선됐다. "정직을 당하면 퇴직해야 한다"는 조항이 당시 새마을금고법에 없었다.  

      #대전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ㆍ공갈ㆍ정치자금법 위반ㆍ비용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이사장은 직원들로부터 10년간 '상품권'을 명절 선물로 상납받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앞으로 내게 보낼 명절선물은 백화점 상품권으로 통일한다"라고 선언했다. 직급별로 상무는 50만원ㆍ부장은 30만원ㆍ대리는 20만원ㆍ주임은 10만원 할당량이 배정됐다. 중앙회가 감사를 시작할때도 직원들로부터 상품권을 상납 받았다. 또 특정 정치인 후원계좌를 지역 금고에 개설, 직원들에게 연말정산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후원금을 내라고 강요했다. 거부하면 인사 등 보복조치가 가해졌다. 6년간 직원들은 이 정치인의 후원계좌에 700만원을 후원금으로 내야 했다. 

      #행정안전부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2008년~2018년 새마을금고 임직원에 의한 '범죄피해'건수는 89건, 889억2220만원이다.

      #전국 1298개 새마을금고 상근이사는 136명이다. 이 가운데 40%가 '전직 이사장'들이다. 일단 이사장으로 12년간 3연임으로 재임 한다. 그 다음에는 '상근이사제를 도입하겠다"라고 지역금고의 정관을 바꾼다. 이러면 이사장은 '비상근직'으로 낮아지고 대신 직전 이사장은 '상근이사'로 근무하면 된다. 사실상 거의 종신제로 집권할 수 있다. 상근이사는 선거로 뽑지 않고 총회에서 선임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비리들이 한 군데도 아니고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왜 하필 새마을금고만 그럴까. 

      첫째는 '간선제'의 폐해다. 그 복잡하다는 대통령 선거도 무려 34년전에 폐지한 간선제를 전국 1300여개 새마을금고 중 80% 이상이 채택중이다. 회원이 수만명이어도 이들과 무관하게 100명 가량의 '대의원'이 이사장을 뽑는다. 그러니 이사장 재임 기간때 이 100명을 잘 챙겨주면 당연히 재선이 된다. '현직불패'는 공식이다. 상근이사제도까지 활용해 한 지역에서 30년~40년 군림한 이사장도 있다. 

      중앙회장 선거는 더 심하다. 350명 가량의 대의원이 회장을 뽑는데 이들이 바로 지역 이사장들이다. 그러니 지역 이사장이 비리ㆍ부패를 저질러도 이들을 강하게 징계하지 않고 도닥도닥 잘 챙겨줘야 중앙회장에 재선된다. 그러니 1960년대 이승만ㆍ자유당 시절에서나 보던 부정ㆍ비리ㆍ금권선거가 반복된다. 

      둘째는 금융당국 감시부재다. 초대형 금융기관임에도 불구, 행정안전부 산하라는 이유로 금융위ㆍ금감원 감시를 수십년 벗어났다. 견제장치가 없으니 부정부패가 끊이질 않는 구조다. 주무부처 감사도 우습고,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의 요청도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구조다. 직원들 비리에 대해 징계를 가볍게 내리니 부정 부패 사건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든다. 오죽하면 행안부가 "새마을금고가 자체 검사결과를 보고할때 직원 문책사항 항목 좀 넣어서 관리 좀 해라"라는 내용까지 정기감사에 담았을까.  

      국회가 이번에 법을 바꿔 중앙회장ㆍ이사장 회원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실행까지는 4년이 남았다. 그 사이 마지막 기회를 활용해 간선제로 이사장ㆍ중앙회장을 하려고 얼마나 지저분한 선거판이 벌어질지 미지수다. 

      이런 조직이니… 사모펀드 운용사 선정에서 실무진ㆍ임원ㆍ중앙회장 개입 혹은 비리논란에도 불구, 실무자 '견책'징계만 나오는 상황이 당연해 보인다. 당연히 중앙회장이나 신용공제 대표 등에 대한 외부감사도 전혀 없다.  

      분명 건전하고 충실하게 일하는 조직과 직원들이 대다수일 것임에도 불구, 새마을금고 리더십의 총체적인 부도덕함은 전체 조직을 부패 백화점으로 비춰지게 만들었다. 21세기 대한민국 투자시장에서, 국민연금 다음으로 영향력이 크다는 기관투자가가 보여주는 현실이다.